요즘들어 오쿠다 히데오 소설에 나오는 남쪽으로 튈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만 가득하다며 놀리고 그렇게 손가락질하는 추장놀이나 하며 살고 싶어요. 

저에게 영웅은 필요없어요. 추장이 필요합니다.



밑에 펌 글은 진보신당 당게에서 퍼왔음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는 추장이 필요 하다.


선거 때만 되면 주민의 뜻을 대신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많다. 우두머리는 심부름꾼, 머슴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왜 그들은 서로 ‘머슴’이 되고 싶어 안달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 그들은 절대 ‘머슴’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대의하지 않는다면 군민들의 뜻은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권력을 가진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대의’라는 것이 된다.


절에서는 대표를 주지라고도 하고 열중(悅衆)이라고도 한다. ‘대중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멕시코 사파티스타의 마르코스는 스스로 부사령관이 되려고 했다. 사령관 자리는 언제나 부족민인 농민의 것이었다. 우리의 대표도 머슴과 같으면서도 주민을 기쁘게 하며 가장 윗자리는 주민에게 남겨두는 진정한 머슴이어야 한다.


야노마미족 전쟁 추장 푸시에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 푸시에는 적들을 습격해서 대단한 승리를 거둔 전쟁 영웅으로, 부족원 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추장이 되었다. 그는 부족이 원하는 전쟁을 기꺼이 계획하고 지휘했다. 그는 전사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용기를 부족에게 선물했고 그 사회의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부족원들이 전쟁을 원하지 않을 때면, 그는 어떤 권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 원시 사회의 추장은 ‘권력이 없는 추장’이었다. 전사인 그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계속해야 했다. 그는 부족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참가하도록 부추킨 탓에 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푸시에는 전망 없는 전투에 혼자 참가해야 했다. 그는 홀로 전쟁을 수행했고, 결국 적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원시사회에서의 추장은, 부족민에게 권력에 대한 작은 의지라도 품는다면 이미 죽음을 선고받은 존재였다.


사령관이나 우두머리가 될 조짐이 있는 추장을 버릴 수 있는 사회는, 우리 스스로 왕이고 사령관인 사회가 된다. 반대로 양떼처럼 고분고분한 무리로서 대중은 ‘왕’을 갈구하게 되고, 강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권력을 위임받은(?) 강한 지도자인 왕은 대중에게 무엇인가 보여주어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 한다. 왕은 보여주는 업적을 위해 대중들의 생활이나 삶과는 무관한 일들을 마구 만들어 포장해 과시하고 이를 통해 대중을 지배하려한다. 민주주의는 모두가 우두머리이고 누구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사회이다. 권력을 이용하여 누가 누구를 지배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적 사회이다. 민주적인 사회의 우두머리는 강요가 아니라 회유를 통해 평화를 도모하고, 화합된 의견으로 일을 한다. 당연히 지도자는 여론을 이끌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대중의 뜻을 신뢰하고 따라가는 것이 우두머리의 올바른 자세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표는 머슴과 같은 우두머리다. 사실 이런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짜증나고 귀찮은 일이다. 우두머리가 되면 무슨 일이든 남보다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모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충을 헤아려 해결해야 하며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고 자신이 열심히 일한 몫을 군민에게 나눠 줘야 하며,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을 제 것으로 챙겨서는 안 된다. 주민에게 주어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은 절대 우두머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히 이타적인 인간만이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 공적인 일을 두고 사적 이익에 관심이 더 많은 이기적 인간은 공정 할 수 없다.


좋은 우두머리를 뽑는 일은 중요하다. 선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중요하다. 우리를 대변하고 공적인 일을 수행할 머슴들을 바로 그날 선출한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그날은 권리를 넘기는 날이 아니다. 권리를 넘긴다는 착각에 빠지면 머슴이(권력) 우리를 배반할지라도 입 다물고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하는 날, 그 날 하루만의 주인이 되지 말자. 매일매일 권력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푸시에를 버린 부족이 되어야 한다. 부족민이 원치 않는 전쟁을, 자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던 추장은 이미 부족민을 배반했으며, 추장이 될 자격을 잃었다. 주민은 선거에서 공익을 위한 옳은 선택을 해야 하고, 주인 노릇역시 제대로 해야만 머슴으로부터 진정한 주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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