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절친이었던 녀석들.

2010.07.02 11:53

장외인간 조회 수:4010

 

 

은비사건도 그렇고, 밑에 박버섯님의 멋진 개를 보고 난 뒤; 저도 몇 년 전에 기르던 제 절친들이 문득 생각나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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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기르던 페키니즈가 새끼를 낳는데 그 중 한녀석이 콩이었어요- 딱 두마리만 태어났었는데 즈그 형에 치여서 젖도 잘 못먹고 그래서

 

작기도 참 작았습니다. 색소부족으로 한쪽 눈이 파랬던 탓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죄다 '어머 이 고양이 이쁘다..' 라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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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랑 살면서 가장 웃겼던건 잠버릇이었는데,  저 사진은 데려오기 전에 찍은건데 잘 땐 꼭 저렇게 잤답니다. 저희집에 오고나서도

 

잘 땐 항상 구석, 아님 침대 밑, 혹은 쇼파 밑;;  안보여서 어디갔나 찾으면 구석에 찌그러(...)져서 코 골고 자더라구요;

 

저희 아버지가 코를 엄청나게 고시던 분인데, 여름엔가 낮잠을 주무셨거든요. 뭐 언제나처럼 코를 고시는데 이상하게 이중창으로 들리더라구요.

 

해서 '누가 같이 자나..' 해서 봤더니 콩이가 아버지 방앞에서 자는데.. 코를 코를..-_- 자는내내 코고는걸로 아버지랑 배틀을 붙더군요;;;;

 

콩이는 저랑 같이 산지 2년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요. 참 이게 생각하면 화가 나는게 콩이가 기침을 하길래 감기 걸렸구나..싶어서 동네 동물병원을 데려갔죠.

 

토요일이었는데 약 처방 받아서 주말동안 먹이는데도 안낫더라구요. 그래서 월요일에 전 출근하고 할머니가 콩이를 데리고 동네의 다른 동물병원으로 가셨어요.

 

갔더니 링거 주고 하루 맡겨놓고 가라고 하더랍니다. 해서 할머니가 멀찌기 서서 링거놓는걸 보는데 원래 개들에게 놓는 링거바늘은 그런건지 낚시바늘처럼 구부러졌드래요

 

(요건 일방적으로 할머니 얘기만 들은거라 정확한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맡기고 다음날 오전에 데리러 갔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콩이가 오늘을 못넘길거 같으니 맘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콩이는 정말 그날 오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구요... 전화로 콩이 죽었다는 얘길 듣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그냥 어미랑 살았으면 안죽고 잘 살았을수도 있었을텐데. 괜히 나한테 와서 이런건가 싶어서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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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취하던 시절에 같이 살았던 닥스훈트 '루피'에요 ㅎ  사냥견 출신답게 얼~~~~~~~~마나 극성스럽던지;; 점프력이 너무 뛰어나서 어지간한 물건들은

 

루피가 점프로 물건을 끄집어 낼 수 없는 곳에 올려놨었는데, 한번은 꿈을 꿨는데 루피가 점프를 해서 냉장고 위에 있는 물건을 끄집어 내더라구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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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사진을 찍겠다고 요론 몹쓸짓을 해도 반항하지 않던 착한 루피 :)

 

루피는 저와 같이 살던 친구가 각자 본가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식구에게 맡겼지요.   사실 콩이도 애뜻했지만, 루피같은 경우엔 제가 제일 힘들던 자취하던 시절에

 

같이 살던 녀석이라 애뜻함은 콩이보다 좀더 있어요.. 제가 몸살감기로 혼자 끙끙 앓아 누워있을 때 와서 얼굴도 핥아주고.

 

서러워서 끙끙 울고 있으면 이불 안으로 들어와서 제 옆에 몸을 꼬옥~ 붙여 누워서 걱정스런 얼굴(...)로 봐주기도 하고...

 

(뭐 정말 그랬을까 싶지만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얘가 날 걱정해주는구나.. 하고)

 

 

지금이야 바쁘고 집에도 거의 없어서 안키우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내 부모형제를 제외한 그 누가 이 녀석들만큼 사심없이 아-무 욕심없이

 

날 사랑해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아 사진 보니 이 녀석들이 너무 보고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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