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밤에 퍼왔던 글을 방금 확인하고, 그로 인해 생긴 글들과 리플들까지 보고 '으아아~ 분쟁유도해버렸나 엉엉'이라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제가 가끔 들리는 커그라는 사이트는 분쟁 유도에 민감해서... 여기도 몇분 계신거 같은데..^^)

 

리플들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해서 추가적인 글을 가져옵니다.

 

원글과 출처는 같고,  앞서 올렸던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일어난 분쟁(?)들에 김형태님이 추가로 쓰신 글입니다.

 

아마 창세기전 일러스트 김형태님은 아닐겁니다... 이 김형태님은 종합예술인으로 알고 있어서 말이죠. 이외수님이 이 분 책 추천글도 쓰셨고...

 

원문에 수정은 가하지 않았고, 읽기 편하게 줄바꾸기만 약간 가했습니다.

 

 

 

오늘 막막한 현실에 던져진 청춘 여러분.

그리고 또 그와 다를 바 없는 청년이 될 10대 여러분. 제가 한 20대 청년실업자의 고충에 대해 모질게 담금질을 한 것에 대하여 나에게 항변하고, 반박하고, 심지어 인신 공격까지 하는 청년실업자 여러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피해자입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막막한 현실을 물려받았고, 가장 엉망진창이 된 공교육과 지독한 사교육의 입시 프로그램에 의해서 입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말았으며, 어릴 때부터 무조건 “오냐, 오냐” 하는 부모의 맹목적 사랑으로, 전대미문의 싸가지 없는 세대가 되어 다른 세대들과 소통도 제대로 안 되고 있으며, 오로지 돈과 외모와 상업주의만이 힘을 발휘하는 가장 천박한 문화 풍토 위에 놓여져 까마득한 빈부 격차에 삶의 의욕을 잃을 정도이지요.

그게 어디 여러분의 잘못입니까. 여러분은 피해자입니다. 가장 불쌍한 세대입니다. 누구도 아무런 대안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20대를 실업자로 보내면, 30대, 40대…… 나이가 들수록 취직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질 게 뻔한 스토리인데도, 이 사회는 근본적인 대책은 하나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취업 박람회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예산 투자요? 그거 다 전시용 생쇼입니다. 그게 정부 예산, 즉 돈으로 해결될 문제 같아 보입니까?

박람회 열어서 일자리 찾을 수 있었다면 지금 초고속으로 깔린 인터넷은 취업 정보 하나 못 올렸단 말입니까?

정치적인 쇼입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 취업 박람회나 정부 보조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통계 한번 내보세요.
작금의 현실에서 당신들을 근본적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의 피해자들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에게, “그래 넌 피해자다. 그러니 백수로 살더라도 당당해라. 네 잘못이 아니다. 이 사회와 부모가 너를 책임져 줄 때까지 버텨라. 나약한 의지와 행동보다 생각만 앞서는 것도 교육의 폐해니까 가책받을 거 없다” 이렇게 위로해 주면 좋습니까?

 

좋겠지요. 마음의 위안이 되고 좋겠지요.

 

그러나 뭐가 달라집니까? 제가 참 인자하고 이해심 많은 인생 선배라는 호감을 얻는 것 말고, 당신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 뭐 있습니까.

그렇게 위로받으면서 인생을 영원히 백수로 살면 좋겠습니까? 제가 당신들의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았다면 뭐 하러 따끔한 소리로 악역을 자처하겠습니까.

당신들이 인생을 바꾸든, 자신을 변화시키든, 어떻게 먹고살든 나야 듣기 좋은 소리나 해주고 아티스트로서 이미지 관리나 하면 될 것을…….

이것이 바로 오늘의 당신들을 대하는 시대의 현실입니다. 아무도 그대들에게 진심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값싼 위로에, 취업 박람회다, 예산 확충이다, 전시 행정을 늘어놓으면서 당신들을 위해 대책을 세우는 척 난리를 부리지만, 정작 당신들이 취업해야 할 공장과 사무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단 말입니다.

20대 여러분, 사실상 그대들은 이 시대의 왕따들입니다.

겉으로는 N세대, P세대 하면서 주인공인 양 떠받들고 모든 매스컴과 문화 흐름의 주역인 것처럼 꾸며놓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그대들에게 컴퓨터와 핸드폰을 팔아먹고 카드를 마구 긁게 만들려는 수작일 뿐입니다. 그대들은 거기에 세뇌되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고, 늙수그레한 아저씨 아줌마들보다 훨씬 즐겁고 재미있는 세상을 누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말짱 착각입니다.

텔레비전을 보세요.

춤추고 노래하는 20대 가수들은 다 꼭두각시들입니다. 겉으로는 그들이 가장 화려하지만, 실제로 뒤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일을 벌리고, 판도를 이끌어 가는 실세들은 모두 30대 이상입니다. 돈도 그들이 대부분 차지하죠.

20대의 이미지는 예쁘고 섹시하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사업하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는 20대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은 우리가 할 테니 너희는 재주나 부려라, 이런 의미입니다. 회사에서는 어떻습니까. 과연 20대 사원이 얼마나 중요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나요?

이 시대는 당신들의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국가 경쟁이 치열해서 더더욱 중요한 순간이기에 더더욱 당신들에게 일을 맡기고, 기회를 줄 정신적 여유가 없습니다. 당신들은 입시 시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풋내기들이거든요. 당신들은 오로지 입시 전사로만 키워져서 그 최대 목표인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취업 교육 기관으로 전락해 있습니다. 그런 교육에 청춘을 허비한 당신들이 더 이상 무슨 할 일이 있고 무슨 목표가 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이 사회는 청년들을 슬그머니 제쳐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들의 선배와 앞 세대들은, 속으로는 그대들을 얼마나 못마땅해하는지 모릅니다.

‘싸가지 없는 것들, 교양 없고 겉멋에, 게으르고 재능도 상식도 모자란 것들, 같이 일할 바에 차라리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는 게 낫겠다 싶은 것들, 제멋대로 하고 다니는 세상 모르는 망나니들…….’ 이것이 기성세대가 속으로 생각하는 그대들에 대한 인상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 않죠.

표면적으로 “이 시대는 너희들의 것이야. 하하하. 요즘 젊은이들은 참 대단해. 톡톡 튀고 쿨하지, 생각도 자유롭고, 자기 주장도 또렷하고…… 우린 도통 못 당한다니까. 허허허”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돌아서 기득권으로 탄탄한 자기들 세계로 가버립니다.


그대들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쭐해 있지만, 세상은 저기서 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주병 걸린 애는 자기가 왕따란 걸 모르지요? 딱 그짝입니다.

그대들이 주인공이라고 추켜놓은 이 시대의 한 껍질만 벗겨보면, 그 안의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그대들보다 훨씬 잘 먹고 잘 살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100만 명이라는 이 사회의 가장 주목할 트렌드는 다름 아닌 ‘웰빙’입니다. ‘이제는 삶의 질을 높여서 더 좋은 집에서 더 잘 살고, 더 잘 먹고, 더 잘 입는 것’이 최대 관심사란 말입니다. 너무 모순적이지 않습니까?

40대의 문화, 50대의 문화, 그리고 요즘의 노인들의 문화도 나름대로 잘 잡혀 있고 그 안에서 각 세대들은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인생을 즐겁게 누리고 있습니다.

요즘 전반적으로 불경기라 하지만 적어도 이태백 여러분보다는 훨씬 안정되고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적어도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액정 문지르기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격조 높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좋은 시대에 그대들의 행복은 과연 무엇입니까? 세상 좋아졌는데, 그대들은 왜 그리 비통한 청춘을 보내야 한답니까.

그 좋아졌다는 세상은 대체 누가 다 차지하고 있는 걸까요?

결국 잘못된 교육과, 당신들의 잘못도 아닌 IMF의 후유증과, 진정한 선생님, 현명한 부모님, 진심 어린 선배 아래서 자라지 못하고 소비문화의 마약만 투여받으면서 수경 재배된 여러분은 지금 정작 일자리는 안 주는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내가 괜히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대들보다 훨씬 가난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대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살았고, 훨씬 많은 일을 했고, 훨씬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여전히 훨씬 많은 인생 계획과 꿈을 가지고 있어서 미안합니다.

마흔 살이 다 된 아저씨 주제에 할 일이 많고 사는 게 재미있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나누지 못하고 나만 바쁜 게 미안해서, 그대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했습니다.

이 시대 탓이라 하지말고 당신들의 탓이고 당신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그걸 깨뜨리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했습니다.

남 탓하면 뭐합니까. 시대 탓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소송이라도 걸어볼까요?

그래서 그대들이 이기고, 판사가 “이 사회는 20대를 전적으로 책임져라”라고 당신들 손을 들어주면 당신들을 안 받아주던 회사에서 갑자기 받아준답니까?

중국으로 갔던 일자리가 강제로 되돌아옵니까?

갑자기 기성세대들이 당신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더불어 살아가자고 손을 내밀 거 같습니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서 해결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피해자이지만,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자기를 일으켜 세우고, 사회환경 탓에 잘못된 인성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뜯어고쳐서 훌륭한 젊은이로 거듭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러기를 열망하는 후배들이 이 땅 곳곳에 웅크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인생의 선배로서, 조금 더 먼저 크고 작은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선배로서, 아직 20대의 번민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는 지금에, 내가 완전한 기성세대가 되어서 그대들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기 전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진심을 여러분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깨닫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는 사실 4, 50대 이상의 어른들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회사부터 정치와 무역, 외교 등등 중요한 나라 살림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 어른들이 하는 것이지요. 지금의 그 어른들은 많은 경험을 하면서 그 나이가 되고 어른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여러분이 이대로 직업도 못 구하고, 사회 경험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백수건달로 세월이 흘러 4, 50대가 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제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그때입니다. 진정한 경제 불황과 국가적 위기는, 충분한 사회 경험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세대가 어른이 되어 그대로 나라를 물려받아 경영해야 할 그 20년 후에 도래합니다.


사실상, 지금의 청년취업난에 대해서는 그대들이 변화하는 방법 말고 아무런 대책도 해결 방안도 없습니다.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거기에 맞춰 우리 모두 변화해야합니다. 변화에 대처하는 경험을 축적해야합니다.

그것이 정말 무서운 현실입니다.

20대에, 30대에 경험해야 할 사회생활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모두 박탈당하고 배운 거라곤 입시 공부밖에 없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어른이 되었을 때, 누가 무역을 주선하고, 누가 능란한 외교로 나라와 민족을 이끌고, 누가 지금의 최고 수준인 조선 사업과 반도체, 자동차 사업을 이어받아서 그 명성을 이어가겠습니까.

더 쉽게 비유해서, 그대들이 백수로 있는 동안 밥 먹여주고 입혀주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떡하겠느냐 이겁니다.

정말 비참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불쌍한 세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의 모든 문제는 나의 일이라고 여기고 스스로 변화하길 갈망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무기력하고 꿈이 없는 청년들에게 ‘네 탓이 아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사회를 증오하라’고 충동질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하지 못하는 청년의 상실감은 피해의식을 낳고 피해의식은 세상에 적개심을 품게 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피해의식과 증오심, 그리고 패배감과 상실감뿐입니다. 그 나락에서 빠져나와야합니다.


그대들이 남 탓을 하고 원망하는 동안 아무도 그대들을 구원해 줄 수 없습니다.

누가 내 집에 불을 질렀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소연만 하며 불탄 집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살고 있겠습니까?

억울한 일이지만 결국 재건을 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사람은 집주인입니다. 당신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당신들의 청춘, 억울하게 망가져 있든 하릴없이 무기력하게 놀고 있든,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누구도 바꿔 줄 수 없습니다.

청년실업은 당신들의 문제입니다. 그대들이 스스로 변화해서 대안적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불경기라서 취직이 안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을 믿지 못해서 일자리를 안 주거나, 말도 안 되는 싼 임금만 제안하는 겁니다.

사회에서는 여러분의 능력을 동남아시아 노동자와 동급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그보다는 뛰어난 젊은이라고, 발전 가능성과 창의력을 갖춘 신세대라고 입증하십시오. 그래야 합니다. ‘유능한 청년이 되는 것’, 그것만이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길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려 주십시오. 당신들은 오늘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왕따이지만, 미래는 좋거나 싫거나 그대들이 어른이고, 그대들이 주인공이고 모든 일을 떠맡게 될 것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리고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여 이 난국을 그대들의 힘으로 타개해 나가길 갈망합니다. 그것이, 그 개척의 길에, 인생 선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자, 미천한 능력으로나마 카운슬링 게시판을 운영했던 까닭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내 글을 읽고, 대오각성하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훗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젊은이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나는 정말 비열한 이도의 반박이나, 비난을 다 감당하며 소수의 현명한 후배들에게 길을 알려주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늘의 청년들에게 거는 내일의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의 다른 말들은 다 간과하거나 잊어도 좋으나 “나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고, 꿈을 회복하고, 경험으로 진리를 찾으라”라는 말만은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앞서 소개된 “하고픈 건 많은데 할 일은 없는 이태백입니다” 상담사례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토론장에서 ‘청년실업의 책임은 청년 탓이다 VS 사회적 책임이다’로 와전되어 퍼지면서 나온 수많은 논란과 반박에 대한 답글입니다.

출처표기: ⓒ김형태 http://www.theg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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