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만화와 인터넷 방송

2010.06.30 08:55

zivilrecht 조회 수:2044

1. 이키가미


일본애들 이런 컨셉 좋아하나 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행되는 제도적 부조리, 거악 앞에서 무력하게 유린되는 사람들... 양키 센스(?)가 덧칠되면 제도적이고 합법적인 악에 대항하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겠지만 일본만화에서는 얄짤없죠;; 그런 부조리에 대한 설명이나 그에 대한 저항보다는, 그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한없이 절망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로도 유명한 배틀로얄이란 만화도 그렇죠. 중학생들을 무인도에 가둬놓고 살인 서바이벌을 시키는 법률이라는게 말이 되나요? 하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상황은 일단 '툭' 던져지고, 잔인하게 상황속에 밀어넣은 캐릭터들은 아둥바둥 몸부림칠 뿐이죠.


이키가미도 발상이 참 재미있어요. 패전 이후 조약에 의해 '국가번영법'이란걸 제정해서 그게 유지되어 오고 있다는 설정인데, 이 법의 내용이 역시 황당합니다. 모든 국민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곧바로 '백신'주사를 맞게 되는데, 천명에 한명 꼴로 그 백신에는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약물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즉 모든 국민은 25살 이전까지는 자신이 죽을지 살아남을지 알 수가 없죠. 이로서 '죽을지 살지 확신할 수 없는 삶, 따라서 삶의 소중함을 알고 열심히 살아가게 되며 국가는 번영할 것'이라는 발상입니다. 좀 터무니없는 발상이죠. 그래서 매년 일본 국민의 0.1%는 반드시 죽습니다.


'국번' 기관은 엄중하게 관리된 사망예정자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국번사'할 사람에 대해 죽기 24시간 전에 사망통보서를 소속 공무원의 손에 들려 직접 배송합니다. 그 사망통보서를 '이키가미'라고 하고,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 이키가미를 배달하는 공무원이에요. 이 만화속의 일본사회는 이미 '이키가미'의 존재에 거의 완전히 적응하다시피 한 곳입니다. 거의 체념에 가깝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분노가 정작 국민을 학살하는 국가로 향하지 않습니다. 마치 암 말기 선고를 받은 환자의 분노에 가까운 느낌이죠. 어쨌든 국번사는 절대로 돌이킬 수가 없고 이키가미를 받은 사람은 24시간 후에 반드시 죽게 되지만, 죽음을 납득할 수 없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기에 법률로 그 범죄의 대가를 국번사한 사람의 유족에게 치르게 합니다.


주인공이라기에도 애매한 것이, 이야기의 중심에 일관되게 서있지는 않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이키가미를 받는 개개의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을 중심으로 진행되죠. 여기서부터는 뭐 예상 가능한 이야기죠. 죽음을 무력하게 맞는 사람들의 애처로운 사연... 이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가 되겠네요.


굉장히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신파로 가는 경향이 짙다는 것.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완급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설픈 감동코드를 넣느니 아예 철저하게 냉혹하게 나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일..만화같은 발상...이라지만 불과 반세기 전 유럽의 어느 나라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한 인종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했었죠. 비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네요.


2.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하니티비에서 하고 있는 방송. 최근 1주년이 되었죠. 시사평론가 김용민과 진행하는 시사장악퀴즈와 '17대 국회의원'(이 분은 '전'국회의원보다 17대로 불러주길 원하신다고...ㅎ) 정봉주와 함께 하는 '정봉주의 psi'가 두 코너인데, 전자는 매주 하는 것 같은데 후자는 좀 불규칙적입니다. 굉장히 재밌어요. 진행자들의 면면을 보시면 방송 컨셉이야 저절로 짐작이 가실테죠. 애초에 '수위'를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 방송인데도 요즘은 더 과격해져서 좀 걱정될 정도. 블로그에 동영상 스크랩만 해도 국무총리실에서 밥줄을 끊는 세상이라면서요. 뭐 딴지일보야 정권이 밥줄을 끊기 이전에 서버도 감당하기 힘들어 허덕대는 형편이라... '우리는 거래하는 은행 자체가 없어서 괜찮다'는 편집장의 블랙유머에 웃을 수가 없더군요. 이 방송 계속 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김어준씨의 첫 방송 첫 멘트 소개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


"저는 편파적입니다. 하지만 그 편파성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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