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고 기대하던 토이스토리 3를 봤어요.

 

근처 가까운 극장들을 뒤져봐도 2D는 없더군요. 뭐 3D도 좋겠지 하며 보기로 했죠.

 

정중앙 명당 자리에 앉았는데, 보는 중간중간 내가 왜 이걸 3D로 보고 있어야 하지 싶더라구요.

 

일단 픽사 특유의 가 따뜻하고 밝은 화면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전반적으로 화면이 어두워지니까요.

 

그깟 앞으로 튀어나가고 뒤로 나가는 3D효과는 상영 전의 '낮과밤' 단편에서만 필수적인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중간중간 안경을 몇 번 들어보고 멀리 나가더라도 2D로 보는 건데 후회했어요. 어두움, 화면 축소, 시야의 답답함 모두 좀 불만스러워지더군요.

 

 

내용은 픽사답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창고에 넣어뒀던 제 인형들은, 제 의사와 관계없이 모두 소리소문없이 없어져 버렸지만,

 

저도 한때는 자기 전의 기도 끝에는, 제가 아는 동네 강아지들과  제 모든 인형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얘네들을 보살펴 주세요, 라고 기도하던 애였었죠.

 

 

그런데 영화 보다가 어이없는 부분에서 마음이 미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그 불구덩이 신도 아니고,

 

빅베이비, 랏소, 어릿광대 인형이 데이지에게 버림받은 뒤, 길거리를 방황하며 비오는 날 트럭 뒤에 다리를 덜렁거리며 앉아 데이지네를 찾아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그 미어지는 마음의 정체를 알았는데 빅베이비더군요.

 

약간 백치같은 아기들의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그대로 갖고 있는 빅베이비가 흡사 꼬봉 어깨 같은 역할을 하는데, 또 낡아버린 인형의 외양(낙서된 무릎, 반쯤 찌그러진 눈)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에 랏쏘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며 마마를 찾아 울고, 그리고도 여전히 끝까지 유아원에 남아 놀고 있는 빅베이비를 보니 계속 마음이 쓰이더군요.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보이는 것만 확대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인형이 없지만 베이비가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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