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기원은 여러가지 풍문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1895년에 오픈한 미국의 뉴헤이븐에 있는 Louis Lunch라는 식당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기를 갈아서 구워주는 샌드위치를 함브르크 스타일이라 하여 햄버거라고 통칭한 것은 20세기 초인데 현대적 의미의 번과 토핑 그리고 소고기 패티를 햄버거의 주재료로 선정한 것은 1946년에서 미 농림부에서 햄버거의 정의를 '쇠고기와 쇠기름으로 만들어진 패티를 빵에 끼운 것' 이라고 정의 내린 뒤의 일입니다. 이런 햄버거의 정의를 내리는 것에 미 쇠고기업체들의 치열한 로비가 있었다 하니 빅맥지수를 새삼스럽게 떠올리지 않더라도 햄버거는 태생부터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가장 미국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리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전성기는 90년대 중후반기로 기억됩니다. 롯데리아가 굳건히 선두자리를 지킨 가운데 맥도널드가 2인자의 자리에서 시시탐탐 1인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이외에 버거킹과 하디스, 웬디스에 이르기까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번화가 주변에 몇 개씩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버거는 프레스코 버거였는데 바싹 구운 납작한 번 안에 두툼한 패티와 베이컨의 바삭함에 토마토의 시큼한 부드러움이 꽤 잘 어우러졌던 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롯데리아의 마요네즈 소스 과잉에 다소 질려 있는 상황인지라 종로에서 버거를 식사하게 되면 꼭 하디스에 들러서 이 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IMF의 시기를 지나서 웰빙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2000년대 초반부터 정크푸드의 대표주자로 햄버거가 지목되면서 아이들이나 친구들과 부담없이 먹는 식사메뉴로서의 햄버거가 그 위상이 조금씩 기울게 되었고 프랜차이즈는 하나 둘씩 규모를 줄이거나 하디스와 웬디스 처럼 철수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새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하면 싸구려 입맛이라고 놀림받을 정도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를 위한 틈새시장으로 웰빙버거를 표방한 수제버거집이 하나 둘 씩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거는 조리과정에서도 패스트 푸드라고 하지만 먹는 과정에서도 패스트 푸드로 먹어야 진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빵의 부드러움과 샐러드 토핑의 신선한 아삭함, 고기의 듬직한 맛을 한 입에 맛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빵에 샐러드의 습기와 고기의 육즙이 스며들어 눅눅해 지기 전에, 샐러드가 고기의 육즙과 열로 인해 눅눅해 지기 전에 고기가 식어서 바슬거리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식은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달리 버거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므로 슬로우 푸드를 표방한 수제버거는 애초부터 그 의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실 고기의 육즙이 다소 부족하고  야채의 맛이 더 강한 크라제 버거의 경우 버거라기 보다는 샌드위치에 더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버거를 버거답게 만드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패티이므로 패티의 맛이 인상적인 버거집을 몇군데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 두 번 간 곳이 대부분이고 메뉴 또한 다 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제버거집에 대한 정확한 소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버거집이 있다는 정도로만 소개해주려고 합니다. 정확한 위치나 메뉴에 대해서는 인터넷 상에서도 지극히 많이 알려진 맛집들이므로 제목만으로도 검색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수제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이태원 일대입니다. 이태원의 명물 식당으로 프랜차이즈로 확장을 꾀하는 스모키 살룬과 썬더버거를 필두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버거집이라고 알려져 있는 내쉬빌 버거, JC버거, 자코비 버거, 그리고 제일기획의 카페사이에 위치한 투브로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보다 외국인의 입맛을 먼저 고려했다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일대의 수제버거집들은 크라제에 비해서 두터운 패티와 기름의 양이 풍부하고 보다 강한 소스를 채택함으로서 신선함보다는 강렬한 맛을 선보이는 곳이 대다수 입니다.

 

스모키살룬 - 이 수제버거 전문점은 별다르게 설명할 필요없이 유명합니다.  이태원의 대표적인 맛집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 식당은 그릴에 구워진 고기의 불맛과 강한 소스, 그리고 푸짐함을 의도하는 치즈와 야채는 라이트한 취향의 크라제 버거와 대척점에 위치해서 해비한 맛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술집이란 의미의 살룬에서 알 수 있 듯 음료보다는 맥주를 생각나게 하는 짭쫌롬하면서도 강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소간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그 넘치는 기름과 소스로 인해 든든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느끼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이 몇개 없어서 평일에도 자칫하면 웨이팅을 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오랜시간 앉아 있거나 혼자서 오기엔 다소 눈치가 보이는 면도 있고요. 강남 등지에서 분점이 있지만 분위기가 틀려서 그런지 몰라도 본점의 번잡한 맛이 주는 흥이 나지 않는 듯 합니다.  진리는 역시 볼케이노 버거인 듯.

 

JC버거 - JC버거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동그란 모양의 두터운 패티입니다. 스모키살룬 보다 조금 더 고기의 향이 강하지만  패티를 두텁게 올리기 위해서인지 육즙 혹은 기름이 살룬보다  덜한 편이고 조금 잘 바스러지는 편입니다.  그 외에는 스모키와 비슷한 편입니다. 좁은 가게와 강한 소스의 풍미. 여기에 프렌치 프라이가 아니라 웨지형의 감자튀김을 주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나쵸까지 주니 좀 더 맥주가 생각나는 가게이기도 합니다. 고기가 잘 바스러지므로 베이컨의 질긴 맛이 더해지는 베이컨 버거가 가장 괜찮을 듯 싶습니다.

 

내쉬빌  - 여기는 최초의 수제버거라고 알려진 대략적으로 25년 이상된 스테이크 하우스입니다. 원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국인에게도 개방된 곳입니다. 제가 찾아 갔을 때도 절반정도는 외국인 손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맥주집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버거집보다 올려놓는 재료의 종류와 양은 간결한 편인데 소스를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패티의 향과 맛은 훌륭하나 번이 다소 질기고  푸석한 편입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다른 이태원의 칠리버거에 비해 이곳의 칠리버거는 매콤하면서도 버거의 균형적인 맛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투브로즈 - 다른 이태원 버거들이 짭쪼롬하면서 강한 소스 그리고 다소 느끼할 수도 있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면 투브로즈는 이태원에 위치한 햄버거집 답지 않게 소박하면서도 깔밋한 맛을 추구하는 수제버거집입니다.  양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고 부가세 포함인지라 가격적인 부담도 다른 곳에 비해서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음료 또한 무한 리필이 가능하므로 한잔만 시켜놓고 번갈아서 마실 수 있고요. 다만 이태원에서 기대되는 독특함은 결여되어 있으므로 주변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히 식사하고자 하는 여성분들이나 연인들에게 보다 적합한 곳입니다. 머쉬룸 버거는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깔끔한 뒷맛을 가지고 있고 칠리포테이토가 다소 매콤함이 강조되어 있으므로 가장 추천할 만한 메뉴입니다.

 

썬더버거 - 초기의 맛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맛집들이 있는데 이 집도 그 중에 하나로 넣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별다른 특징이 없으므로 그냥 옆 가게의 케팝이나 피자집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자코비버거 - 이태원 해방촌에 위치한 가장 이태원스러운 맛의 정수라고 할 만 합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다소 넓은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빽빽히 가득한 손님들은 내외국인 상관없이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토핑 및 소스, 그리고 고기의 굽기까지 선택가능한 이 곳은 처음 방문 시 메뉴의 다양함에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게 하기도 합니다. 정말 슬로우 푸드라고 할만한 곳으로 주문시 기본적인 대기시간이 20-50분은 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격대 비 양적인 측면에서도 꽤나 만족스럽고 재료의 푸짐함과 치즈의 쫄깃함이 꽤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태원에 있는 수제버거집 중 가장 추천할 만 합니다. 다만 바 형태의 가게이고 맥주에 어울리는 풍미를 지니고 있지만 맥주맛이 이상하게 좋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오픈된 형태에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손님이 많다보니 다소 산만하다는 단점도 있고요.   가격대비로 브루쉐터 버거가 가장 마음에 들지만 한 번 마음먹고 가장 비싼 갓 바스터 버거(18000원)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 가 본 수제버거집을 다 쓰려고 했는데 이태원에 있는 곳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리네요. 월급도둑질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지라 이만 줄이고 다음에 이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아이리쉬 펍에서도 맥주와 곁들일 수 있는 수제버거가 메뉴에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이태원의 위치한 수제버거들이 대체적으로 지극히 'The Big!'을 외치는 미국스러운 푸짐함과 자극적인 풍미를 의도하고 있다면 다음글에서는 보다 오밀조밀한 풍미를 내는 버거전문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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