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듯이 친구가 인간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있죠. '이봐, 사람들은 대체 왜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때 있는 힘껏 치는 걸까?'라고 내게 묻곤 해요.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죠.


 '왜냐면 그놈들에겐 남의 뒤통수를 칠 기회가 어쩌다 한번 있거든. 그러니까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기회가 생기면 자신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동원해 뒤통수를 갈기는 거야. 너처럼, 아무 때나 남의 뒤통수를 갈겨댈 수 있는데도 굳이 그러지 않는 사람은 그걸 이해 못해. 그런 놈들의...비열함과 악의를 말이지.' 




 1.'성벽 뒤에서는 누구나 용감해진다'라는 웨일스 속담이 있죠. 공성전의 유리함에 관한 속담이긴 하지만 나는 이 속담을 이렇게도 생각해요. 나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건 내가 지닌 성벽이지 나 자신이 아니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성벽 뒤에 앉아서 성벽이 없는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닌거예요. 그건 지나치게...남자답지 못한 짓인 거죠. 


 하지만 나는 세상경험을 하면 할수록, 나같이 착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무것도 없는 놈들이 어쩌다 유리한 입장이나 명분을 가지게 되면, 그걸 가지고 상대를 끝까지 이겨먹어 보려는 걸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제 인간들에게 아예 실망하지를 않아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짐승이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말을 놀라게 하면 뒷발질을 하고 개에게 등을 보이면 달려드는 것처럼, 좆도 없는 놈들에게 괜히 등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걸 잘 알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그들이 등뒤로 달려들면 그건 내 탓인 거예요. 왜냐면 그놈들은 짐승이고, 짐승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거니까요. 반사적으로 그러는 거죠.

 

 

 2.어쨌든 그래요. 내가 아직 순진하던 시절에는 사람을 보고 '저 녀석, 별거 아니니까 내게 감히 덤비지 않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그런 놈들일수록 내게 덤빌 기회가 생기면 득달같이 덤벼 오거든요. 뭐 어쨌든, 오늘은 다른 사람의 얘기예요.


 뭐 사람들 사이에는 늘 갈등이 있는 법이예요. 그리고 갈등의 결말은 대개 본인의 스펙이 정하는 게 아니라 전장에 따라 갈리는 법이고요. 그래서 나는 내가 우위에 있어도 상대를 그렇게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반대의 경우 아마도 상대는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총알 한발까지도 다 쏟아부을지언정 말이죠. 


 때때로는 이런 생각도 들긴 해요. 역시 인간들을 봐줄 가치가 없다고요. 한번 잘못한 게 걸리면 사람들 앞에서 절벽 끝까지 몰아가서 떨어뜨려 버리는 게 옳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죠. 하지만 역시 무리예요. 나는 마음이 모질게 태어나지를 못했기 떄문에 그냥 흘려보내곤 해요. 이런, 서론이 너무 길군요.



 3.듀게서 만난 포마드라는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의 문제는 이거예요. 평야에서 만나서 싸우면 포마드는 대부분의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포마드는 꼭 공성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놈...또는 다른 놈들의 홈그라운드에 어정어정 들어가거나 괜히 약점이나 꼬투리를 보여 줘서 조리돌림당하는 일이 잦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공성전을 할 때는 공격하는 쪽이 수비하는 쪽의 3배 병력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죠. 이건 실제 전쟁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스펙이 좋은 놈이어도 남의 홈그라운드에 들어가거나 명분-그게 아무리 같잖은 거라도-을 선점당하면? 이미 하이그라운드를 점거한 놈들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는거예요. 남들보다 스펙이 높아도 3배씩 높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나는 위에 썼듯이 유리한 고지를 잡으면 그걸 '싸움을 끝내는'데에 쓰는 편이예요. 굳이 그걸 가지고 상대에게 총공격을 개시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세상엔 그렇지 않은 놈들이 많죠.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상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공격이나 모욕을 가하는 놈들이 많아요. 유리한 고지를 잡으면 그냥 갈등을 끝내는 선택을 하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일이예요.



 4.휴.



 5.사실 포마드 같은 녀석들이 주로 불리한 공성전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거겠죠. 포마드가 멍청해서 싸움만 했다 하면 공성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포마드는 남에게 먼저 싸움을 거는 타입이 아니니까요. 내가 관찰해 본 결과, 그는 걸어오는 싸움을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포마드에게 정면싸움을 거는 놈들은 거의 없게 돼요. 위에 썼듯이 포마드는 아무 조건 없는 황야나 평야에서 싸우면 대부분의 상대를 이길 수 있으니까요. 완전히 실력싸움이 되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싸우면요. 그러니까 포마드에게 싸움을 걸고 싶은 놈들도 평소에는 싸움을 걸지 않는 거겠죠. 자신이 이길 만한 무언가의 꼬투리를 잡기 전까지는요.



 6.어쨌든 포마드는 그런 비열한 놈들에게 한소리 듣고 나서 매우 기분이 상한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기분이 상한 척 컨셉잡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한번은 소송을 해줄 만한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같이 변호사를 만나러 간 적도 있어요. 듀게 일기에서 때때로 언급되는 그 변호사 말이죠. 그걸 보고 정말 기분이 많이 상했나보다...싶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기회가 생기면 남의 뒤통수를 때리는 걸 좋아하는 놈들은 철저히 가드하고 살 수밖에요. 그런 놈들에게 뒤통수를 굳이 보여주지 말고요. 남의 뒤통수를 정 때리고 싶으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서 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능력도 없으면 나대지 말아야 하는데...원래 비열한 놈들은 죽어지내는 법을 몰라요. 기회가 생기면 나대고 싶어하고 큰소리치고 싶어하죠. 


 어쨌든 그래요. 뒤통수를 보이면 조건반사적으로 달려드는, 파블로프의 개와도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거든요.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리면 자신의 우월감과 자존감이 충전된다고 생각하는 놈들 말이죠. 그런 놈들에게는 그럴 기회를 주지 말고 살아야죠. 어제는 sns를 하다가 오랜만에 포마드 생각이 나서 한번 써 봤어요. 평소에 생각하던 걸요. 


 뒤통수를 보이면 덤벼드는 습성을 지닌 놈들에겐, 잘나가는 모습만을 보여주면 돼요. 그들이 약이 오를 정도로 잘나가는 모습이요. 하긴...그런 놈들은 그걸 보여줘도 '어차피 저건 신 포도일 거야.'라고 정신승리하긴 하지만요.



 7.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괜히 남에게 뒤통수를 한번씩 보여주곤 해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죠. 나를 어려워할까봐 만만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던가...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다던가 뭐 그런 이유로요. 하지만 배려를 하려면 적당히 해주는 게 좋다는 걸 느끼곤 해요. 굳이 뒤통수까지 보여주면서 배려를 해줄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워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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