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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저지에 노력 많이 하는 (현장 답사외에 칼럼, 반대 운동 종교인들과의 꾸준한 면담 등등) 이상돈 교수의 새 기고 입니다.

거창하지 않고  합리적인 어조로 이명박 정권, 희망없는 한국 주류 언론, 침묵하는 대다수 전문가,교수 집단에 대해 조용히 분노하는 칼럼들을 꾸준히 쓰고 있네요.

4대강 사업의 오류에 대해서도 물론 계속 지적하고 기록하고 있구요.

이상돈 교수를 비롯해 4대강 사업 저지에 직접 뛰어다니며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이상돈 교수의 다른 칼럼에서도 마지막엔 지식인 사회의 침묵과 거대 언론들을 한탄하는 내용이 들어있더군요.

 

훗날 이 사업의 절차적 불법성 이라도 낱낱이 처벌받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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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3596

 

 

문수스님의 소신공양과 수경스님의 잠적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6·2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방에서 정진하던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글을 남기고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했다. 스님의 스스로 자신의 육신에 불을 붙여 이승의 삶을 끝내는 소신공양은 우리나라 현대 불교사에 없던 사건이지만 조계종은 이 일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로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불교계의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수경 스님은 문수 스님 추모식에서 조계종의 집행부의 이러한 행태를 질타했다. 그리고 열흘이 안 돼서 수경 스님은 화계사 주지직과 불교환경연대 대표직, 그리고 조계종 승적을 내려놓고 잠적했다.

현 정권이 목을 매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불교계에서 일어난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한 스님의 소신공양과 다른 스님의 잠적이 이명박 정권의 알파요, 오메가인 ‘4대강’을 두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신문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을 신속하고 상세하게 보도했다. 반면 KBS는 사실 위주 단신으로 다루었고 SBS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MBC는 비교적 소상히 보도했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이 소식을 사실상 묵살했다. 보수신문들은 6월 5일 조계사에서 열린 ‘문수 스님 추모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수경 스님이 잠적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간에 나름대로 환경운동에 정진해 온 수경 스님에게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일은 바위에 달걀을 던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지방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여주 신륵사에 자리 잡은 여강선원에서 수경 스님을 뵙고 이런저런 말을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스님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여론조사는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다고 하니, 4대강 사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누군가 포크레인에 깔려 죽는 일이 일어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인가” 하고 탄식하면서, 여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무관심한 데 대해 실망하고 좌절했다. 내가 “이명박 정부는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공사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리자, “족히 그럴거야” 하면서 다시 한탄을 했다. 필자는 “여론조사가 신빙성이 없으니 너무 낙담하지 마시라”고 위안의 말씀을 드렸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이 전해지자 수경 스님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 정도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경 스님은 진솔하게 쓴 서신 한 장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수경 스님은 왜 사라졌을까 ?

수도생활을 오래 한 스님의 속마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결례다. 다만 나는 최근에 4대강 사업 저지 운동과 관련해서 수경 스님을 몇 번 뵙고 이런저런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어 절박했던 스님의 심정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 생각으론 수경 스님은 4대강 사업에 대해 굉장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나 한다. 평소부터 자신이 불교 환경운동의 대표로 인정받고 또 대우받는 것을 거북하게 생각해 온 수경 스님이 ‘4대강’이란 괴물에 대해 한없이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이 들려오자 그것은 ‘벼락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하고 살아있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남긴 서신의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나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다”라는 구절에 답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수경 스님의 잠적을 다룬 몇몇 신문의 관점은 달랐다. ‘권력이 된 환경운동’에 환멸을 느껴서 잠적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신문도 있다. 어느 신문은 불교환경운동에 문제가 많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어느 신문은 이제는 진정한 수도자의 길을 가라고 건방지게 충고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신문은 외부 칼럼을 통해 수경 스님이 “4대강 사업이 ‘4대강 제대로 살리기’로 되도록 이명박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마치 강경일변도의 4대강 저지 운동에 회의를 느껴서 떠난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환경운동과 환경단체에도 문제는 많다. 수경 스님도 평소에 그런 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수경 스님이 모든 것을 버리고 잠적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4대강 사업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정부 홍보를 그대로 싣는 수준의 보도를 하고,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선 전혀 보도를 하지 않은 주제에 수경 스님의 잠적에 대해 환경운동이 어떻다는 기사를 쓰는 신문은 정말 역겹다.

(c) 기자협회 http://www.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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