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셉션 영화 속 탈것에 대한 잡담. 따로 떼냅니다. 떡밥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묻히는 감이 있어서(....)

1. 혹여 눈치채셨나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참 많이 나오더군요. 비가 내리는 그 장면에서, 디카프리오 일행이 타고 있는 승합차는 토요타지만, 앨런 페이지와 다른 인물이 처음에 타고 있던 차는 제네시스였고, 상대 단역들이 타고 있던 차는 검은색 테라칸이었습니다. 현대차는 남아공 때에도 전 선수단의 이동버스를 제공하더니 꽤나 공격적 마케팅을 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토요타처럼 생긴 밴이 다리에서 추락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째 북미시장에서 토요타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 같아 재밌더군요(....)

(정작 토요타는 현대차나 혼다기관공업에게 밀리니까 스타 경기에서 본진 털듯 지금 한국 털러 온 상황... 쿨럭)



2. 신칸센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철도 팬 입장에서 그냥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반부에 사이토와 코브 일행이 잠들어 있는 걸 보니까 신칸센 주제에 무려 컴파트먼트 (객실)더군요. (아니... 신칸센이라면 그 비행기마냥 잔뜩 콩나물시루처럼 엮어 놓은 두 줄 세 줄 좌석이 인상적이었는데. 4인 1실 좌석이라. 허허허.) JR 도카이도 참 필사적이다 싶었습니다. 최근 미국 동/서부 고속철 수주경쟁을 놓고 사실상 신칸센은 1차 퇴출 위기인데, 여기에 JR 도카이 철도회사가 위기감을 느꼈는지, 영화 안에다가 엄청나게 로비라고 쓰고 돈발라때리기라고 읽는다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마는, 일본이 헐리우드 영화 안에다가 PPL 집어넣는 거야 뭐 007에 토요타 등장한 이래 아주 유서깊은 작태니까, 무리한 상상은 아니겠죠.


2-1.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고속철 수주 경쟁에서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대한민국, 일본 등이 경쟁 중인데 솔직히 일본은 미국 고속철 수주가 좀 힘든 상황입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차량 규격이나 내구성 등에서 미국 기준을 전혀 충족 못 하기 때문이죠.

일본 웹에 돌아다니는 찌질이들이야 일본 철도의 기술이 자랑이네 어쩌네 저쩌네 합니다만 - 애초에 신칸센 차량이 그렇게 큼지막한 것 자체가, 50~60년대 기술의 한계가 낳은 산물일 뿐이죠. 즉 줄일 수가 없다 보니 아예 크게 만든 겁니다. 이게 21세기에 와서는 그저 공기 저항만 많이 먹을 뿐이죠. 반면 TGV나 ICE는 단면적이 적어서 그만큼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덩치 때문에 신칸센은 철저히 전용 규격 인프라를 써야 하는데, 이게 미국 철도시장에는 진입장벽으로 존재합니다. 물론 미국도 뭐 땅이 널럴해서 그런지 탈 것 만들 때 마치 코스트코 피자마냥 크게 무식하게 만드는 경향이 짙은 동네이긴 합니다. 문제는 차량의 좌우/상하/길이 폭이 전부 미국 표준 객차 규격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거죠.

한국에서는 객차 길이가 22.5M 정도만 해도 '장대열차' 라고 칭합니다. 그 전에는 18M 가량이었죠. 세계적으로 큰 편이라는 2호선 전동차 1량 길이가 20M입니다. 그런데 신칸센의 경우는 위에 써 놓은 것처럼 50년대 당시의 한계로 고속철을 만들다 보니 너무 한계를 넉넉하게 잡아 버립니다. (물론 일본이 그 이전에는 협궤를 썼다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객차 1량당 길이는 25M 정도이고, 앞부분 길이는 이것보다 더 깁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앞부분을 뾰족하게 끌어 내야 하니...

게다가 신칸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내부 구조가 거의 직사각형에 가깝습니다. 미국, 한국, 유럽 차량들보다 윗부분을 10~20cm 더 잡아먹죠. "겨우 10cm? 그 정도는 터널 같은 데에서도 충분히 이격거리(여유)가 있지 않나?" -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이격이라면 모르겠는데 일단 열차는 흔들리는 존재고 커브도 돌아야 하죠. 이렇게 되면 유격거리는 거의 1~2cm 밖에 남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그냥 골로 가는 거죠.

-> 이게 무슨 의미냐면, 신칸센으로서는 표준궤도를 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존 인프라를 전-혀 써먹지 못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우리나라 KTX마냥 기존선에도 같이 굴리려면, 당장 승강장부터 몽땅 다 뜯어고쳐야 하는 거죠. 정차역은 몇 개 안 될지 몰라도 지나치는 승강장 전부 다 벽면 긁고 지나갈 순 없는 거니(....) -> 이럴거면 차라리 일본처럼 새 선로를 몽땅 깔아버리는 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 철도역사가 15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자기네들 기준이 확고하고 연장 길이도 어마어마합니다. (애초에 미국 산업혁명은 태평양 철도와 함께 시작된 거고.) 이미 표준궤 인프라스트럭쳐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미국에서, 잘도 중복투자를 할 리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의 회사들에는 투자회사와 회계사 은행 로펌들이 깐깐하게 따라붙는 실정인지라, 과연 저 과잉투자에 태클이 들어올까요 안 들어올까요.[....] 이래저래 미국에서 신칸센은 안습인 셈.

(* 사실 이건 이미 신칸센을 들여 간 대만에서도 발생했던 문제입니다. 신칸센 깔아 놓고도 차량규격이 너무 비대해서, 초기에는 열차가 타이페이 역까지 진입할 수 없었죠.-_-; KTX 깔자마자 서울역까지 신나게 굴려 먹던 한국에 비하면...)


2-2. 인셉션 영화 본편에서도 디젤기관차 - 보기(Bogey)라고 합니다. 아마 제너럴 계열로 보이는데 - 가 도로 위의 차들을 몽땅 박고 지나가는 장면 나오죠. 미국의 철도 현황에서 요구하는 성능은 그 장면 하나로 설명이 됩니다. 즉, 차 같은 거랑 부딪치면 우습게 날려버릴 정도로 힘 좋고 튼튼한 놈 위주인 겁니다. 특히 얘들이 굴리는 화물 수준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평소에 디젤 4~10량 매달고 화차는 100량 이상 달고 다니는 무지막지한 환경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조차장도 미국에 있죠. 한 마디로 힘세고 강하면 장땡이라, 차량 자체도 참 튼튼한 게 필요한 거죠. 그리고 그러한 규격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고. 게다가 승객의 안전 문제도 있으니 객차 또한 화물차만큼은 아니지만 튼튼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이건 사실 한국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젤전기기관차가 미국 EMD사 제조입니다. 이게 참 무지막지한 스펙이죠. 150톤짜리가 150Km/h로 내빼는 그 에너지를 계산해 보면.... 차량은커녕 탱크가 서 있어도 그냥 밀어버리고 지나갈 정도입니다. 차량 축중 무게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다니죠.

그런데 일본의 경우, 신칸센의 경우 전기(=에너지)는 더럽게 많이 먹으면서도(요즘 나오는 것들은 좀 해소됨...), 정작 충돌 대비 강도 기준은 미국 기준에 전혀 못 맞춥니다. 왜놈들은 이걸 뭐 차량 경량화 기술이네 뭐네 하며 자위 내지 금칠하는데 실상은 정반대죠. 속도를 위해 차량 내구성을 희생한 겁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이지만 미국 현지 사정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거죠.


외려 브라질처럼 아예 표준규격이 들쭉날쭉이라 새로 인프라를 몽땅 깔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신칸센이 생각보다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지금 브라질 고속철 수주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보도가 나오고는 있는데..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면, 좀 회의적이군요.


- 여튼 인셉션 보다가 탈것들이 좀 나와서 한 번 따로 읊어 봤습니다. 써 놓고 보니 영화 자체와 큰 상관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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