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한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행간(?)을 읽으려 노력하며 추리를 하신다면 시즌 1의 마무리가 어떤 것일지 대략의 짐작은 가능하실 겁니다. 시즌 2에 대한 얘긴 최대한 애매하게 적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사실은 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왠지 다른 걸 먼저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던 그 물건을 드디어 이제 다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즌 1은 아주 즐겁게, 재밌게 봤고 시즌 2는 좀 아쉬웠어요. 

사실 시즌 1의 마무리가 워낙 괜찮아서 딱히 시즌 2가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놓고 미완으로 남겨둔 중요한 문제가 두어 개 있었으니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선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될 필요가 있긴 했죠. 그래도... 흠. 그냥 시즌 1을 현재의 1.5배 정도 분량으로 늘려서 한 번에 끝냈다면 훨씬 감동적이고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도, 넷플릭스도 돈 벌어야죠. 네 이해는 합니다. 그냥 제가 아쉬울 뿐이지.


다들 아시다시피 배경이 83년, 84년이라 강려크한 추억팔이 드라이브가 펼쳐지는 드라마이지만, 제가 아무리 중년을 넘어 장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몸이어도 83년 미국 거주자들의 추억팔이에 동참하는 데는 좀 무리가 있더군요.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모험영화들을 보던 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 좀 떠오르고 그래서 조금은 즐겁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를 100% 즐기기 위해선 당시를 기억하는 미국인이었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어요. 뭐 꼭 그렇게 100%를 즐기지 않아도 재밌는 이야기지만요.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건 위노나 라이더의 존재였습니다.

배우로서의 평가 자체가 대단했던 적은 없었던 분이지만 90년대 헐리웃 영화, 특히 당시 젊은이들을 다룬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으면 섭섭할 존재감을 가진 분 아니겠습니까.

...는 됐고 그냥 제가 팬이었어서 그랬죠. =ㅅ=

나이를 먹었고 역할도 생활고에 찌든 싱글맘 캐릭터라 곱고 예쁘게 나오진 않았지만 맡은 역할이 젊은 시절 이 분의 주특기였던 예민 보스, 반쯤 정신줄 놓고 무너지는 멘탈에 몸부림치는 캐릭터였던지라 역할을 참 잘 소화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반갑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의 아이러니한 느낌이 좋았거든요. 가루처럼 흩날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끝까지 희망을, 자기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상식적인 멀쩡한 사람들이 볼 땐 그냥 불쌍한 일을 겪은 정신 나간 진상 아줌마라는 거. 정말 위노나 라이더에게 딱 맞는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티의 오마주격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그것도 나오면 나올 때마다 반가웠어요.

역시 80년대 어린이 모험 영화면 스필버그, 그리고 이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그리고... '힐하우스의 유령'을 볼 때도 비슷한 이유로 좋았는데, 이 시리즈도 역시 등장 인물들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지극해서 좋았네요.

대략 어린이 넷에다가 청소년 셋, 성인 둘 정도가 비중 큰 역할들로 나오는데 캐릭터 하나하나를 정말 정성껏 빚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모두 다 각자 사정이 있고 입장이 있고 또 각자의 개성이 있구요. 모두가 그 상황 속에서 (설사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때에도) 그렇게 할만한 행동을 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게 만들기 쉬운 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그게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중간중간 스토리 전개상 비약이 등장하는 부분까지도 보는 사람들이 피식거리지 않도록 잘 버텨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가만 보면 이 아홉명 중에 답답하고 수동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재수 없는 고교 킹카' 캐릭터 스티브까지도 그렇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잘 알고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거침 없이 나서서 온힘을 다 하는데, 그 모습들이 하도 갸륵해서 나중엔 무모한 일들을 막 저지르고 다니는데도 그냥 응원해주고 싶은 느낌. 물론 뭐 현실의 제 친구가 그러고 다닌다면 뜯어 말리겠습니다만 뭐... ㅋㅋㅋ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는... 딱히 참신한 구석은 없지만 위에서 길게 얘기했듯이 인물 하나하나와 그 관계들의 디테일이 워낙 좋고 전체적인 구조와 전개가 깔끔해서 괜찮았네요.

특히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의 그, 누구 하나도 잉여가 되지 않는 클라이막스가 정말 좋았어요.

보통은 이렇게 캐릭터 여럿을 굴리는 이야기라 해도 결정적인 장면에선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캐릭터 한 두 명이 다 해먹기 마련인데 이건 안 그러더라구요.

모두가 함께 그렇게 활약을 하니 흐뭇하기도 하고. 또 그런 식으로 액션을 짜니 별 거 아닌 장면들까지도 긴장감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대체로 실망하며 봤던 시즌 2도 클라이막스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고 결말을 깔끔하게 맺어주니 다 보고 나선 나름 만족감이 있었구요.



흠...

하지만 아쉬웠던 점을 말하자면 역시, 글 첫 머리에서 얘기했듯이 시즌 2였습니다.

그냥 시즌 1의 엔딩에서 떡밥 날리는 부분을 잘라내 버리고 시즌 2의 에필로그 씬을 갖다 붙였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ㅋㅋ

이유를 말해보자면 이래요.

'람보'같은 캐릭터야 2, 3, 4편에다가 추가로 나온 마지막 편까지 줄기차게 나오면서 편당 수십 수백의 살생을 하며 막 살아 남아도 그냥 그러려니 하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은 초능력 소녀 하나 빼면 다 걍 평범한 동네 아줌마, 청소년, 어린이들이잖아요. 어쩌다 한 번은 기적적으로 그런 일 겪고도 대부분 멀쩡하게 살아남았다고 받아들여줄 수 있어도 그 짓을 한 번 더, 그것도 더 강도를 높여서 한 번 더 반복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좀 피곤하기도 하면서 맥이 빠집니다.

게다가 시즌 2의 모 캐릭터는 정말 너무 고생을 해서 그 분의 분량을 보고 있노라면 제작진과 시청자들에 의한 아동 학대가 벌어지는 현장에 동참하는 느낌이... orz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즌 2의 첫 장면으로 던져지는 그 떡밥. (사실 시즌 1에서 이미 슬쩍 지나가는 떡밥이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론 그게 가장 별로였네요.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마무리도 허술해서 그 대목은 그냥 그대로 잘라내 버리고 싶었습니다. 


...라고 적고 보니 왠지 시즌 2에게 미안(?)해서 시즌 2의 좋았던 점도 몇 가지 찾아보자면,

1. 좀 큰 역할로 등장한 새 캐릭터들 중 둘이 아주 매력적이고 좋았습니다. 연기한 배우들도 매력적이었구요.

2. 전개가 그렇게 뻔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이렇겠거니... 라는 짐작대로 흘러가다가도 슬쩍슬쩍 비틀며 빠져 나가는 게 재밌더군요.

3. 어쨌든 이야기를 완전히 깨끗하게 마무리해줬습니다.

뭐랄까. 그러니까 시즌 2도 못 만든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시즌 1보다 여러모로 아쉬웠다... 라는 정도.


그런데 보니 이미 시즌 3 방영일이 예고되어 있더군요. ㅋㅋㅋ

애초에 떡밥도 떡밥이거니와 시즌 1에서 미완으로 끝낸 부분들 때문에 시즌 2는 당연했다고 보지만 시즌 3은 당최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뭐 작가들이 알아서 머리 굴려 내놓기야 하겠지만 사실 지금 시점에선 그 동네 사람들에게 더 궁금한 것도 없고 말이죠. 그냥 그대로 행복하게 살면 될 것 같은데...

이 망할 놈들아 애들 좀 그만 고생시켜............................................ ㅠㅜ




사족 1. 

그러니까 이건 본격 에고 와플 PPL 무비 아니겠습니까. 이미 검색해서 가격도 확인해봤으니 이제 질러서 먹어볼 일만 남았군요.


사족 2.

경찰서장님과 윌 엄마가 고등학교 동창이자 가까운 사이였다는 게 시즌 1에선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시즌 1 자막에선 내내 둘이 정중하게 존대를 하는데 시즌 2로 가면 갑자기 맞먹는 친구 모드가. ㅋㅋ 한국말 번역이란 게 참 힘들죠.


사족 3.

일레븐이고 마이크고 다 필요 없고 그냥 스티브가 짱입니다. 우리 스티브찡... ㅠ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21
124934 레알 마드리드 음바페에게 최후통첩 daviddain 2023.12.07 209
124933 엑스포 떨어진 부산 민심 달래는 윤석열과 재벌들...(국제시장 방문) [5] 왜냐하면 2023.12.07 498
124932 2023 National Board of Review Winners [1] 조성용 2023.12.07 176
124931 Norman Lear 1922-2023 R.I.P. 조성용 2023.12.07 98
124930 요즘 좋았던 영상 - 스위트홈 시즌 2, 워너 100주년 기념 DDP 전시, 고양이의 도미노, 전정부의 엑스포 홍보영상, 마음돌보기 상수 2023.12.07 222
124929 [넷플릭스바낭] 뜻밖의 인도네시안 스릴러, '복사기'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2.06 268
124928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2023 한국영화 베스트 10 [1] 상수 2023.12.06 473
124927 프레임드 #635 [4] Lunagazer 2023.12.06 63
124926 페르시아의 부마 음악 [5] 돌도끼 2023.12.06 215
12492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12.06 548
124924 무도관 음악 [2] 돌도끼 2023.12.06 120
124923 오늘자 뉴스 몇개,,,(블랙핑크, 이재명, 방통위원장....) 왜냐하면 2023.12.06 267
124922 십년전으로 되돌아갈래 하면 좋죠 하는 사람 없다고 합니다 [3] 가끔영화 2023.12.06 274
124921 가지를 치는 책, 피로사회, 웨스 앤더슨 단편, 잡담 [6] thoma 2023.12.06 283
124920 프레임드 #634 [5] Lunagazer 2023.12.05 108
12491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n stage 가끔영화 2023.12.05 155
124918 윙코맨더 음악 [1] 돌도끼 2023.12.05 102
124917 황금박쥐 주제가 [1] 돌도끼 2023.12.05 141
124916 축구 ㅡ 펠릭스 [5] daviddain 2023.12.05 108
124915 티니핑을 뭘 사주면 좋아할까요? [3] 스위트블랙 2023.12.05 2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