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로켓)

2016.11.29 16:38

여은성 조회 수:500


 1.오늘 분의 일이 끝났네요. 늘 말하는 것 같지만 오늘 하루도 힘들었어요. '모두가 힘든데 왜 혼자만 힘든 것처럼 유난을 떨지?'라고 한다면...그냥 원래 그래요. 내가 힘들다는 걸 계속 주워섬기는 걸 좋아하거든요.


 한데 정말 힘들어요. 나야 사실 다른 사람이 힘든지 어떤지 알 수가 없고 알아봐야 소용도 없거든요. 내가 아는 거라곤, 알아야 할 거라곤 내가 힘들다는 거 하나뿐이니까요.



 2.그리고 또 하나 아는 건 이 힘든 것, 이 긴장감은 최종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끝나지가 않을 거라는 거죠. 모르겠어요...다른 사람들에게서 한가지는 부러워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힘들게 노력하는 인생을 인생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것 같거든요. 사람도 만나고 맥주도 마시고 즐겁게 수다도 떨고 뭐 그래요. 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걸 가만히 바라보곤 해요. 왜 바라보냐면...바라보면서 따라해 보려고요.


 '그건 너도잖아? 너도 술을 마시러 가거나 뭐 그런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예요. 위에 썼잖아요. '즐겁게'라고요. 어디서 술마시며 놀고 있어도 도저히 긴장감이라는 게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일과가 끝난 후의 쉬는 것...노는 것, 즐거운 자리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3.그래서 나를 만난 사람들에게 미안했다는 말을 여기에라도 쓰고 싶네요. 사람들과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땅이 꺼진 것처럼 '후.................................'하고 한숨을 내쉬곤 하는 거요. 처음엔 뭔가 나쁜 소식이라도 받은 줄 알고 사람들이 물어보죠. 왜냐면 가만히 있다가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건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다음과 같이 물어보는 거예요.


 '아니 여은성님, 뭐 안좋은 일이예요?'


 그러면...그래도 나를 만나 주는 사람들인데 거짓말은 하기 싫거든요. 적당히 둘러대는 건 미안해서요. 그래서 왜 한숨을 쉬었는지 사실대로 말해 줘요. 


 '돈이 많이 없어서요.'


 라고요. 정말로...미안한 얘기지만 한숨을 쉬려고 해서 쉬는 게 아니라 그냥 자동으로 나와버리는 거예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요. 그래서 이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면 이렇게 되는 거죠. 모임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갑자기 내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는 걸 보고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예요?'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원래 저럽니다.'라고 설명해 줘요.



 4.휴.



 5.하지만 사실이잖아요. 돈이 충분히 있기 전에는 돈이 충분히 없는 거잖아요. 돈이 충분히 없다라는 것...이건 인생 최대의 걱정거리고요.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거라고요. 나는 도저히... '돈이 충분히 없다'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걸 잊어버릴 수가 없어요. 그 걱정이 있는 한 진짜로 인생이 시작된 기분이 아닌 거예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갑자기 한숨을 쉬면 새로 온 직원이 '뭐...안좋은 일이라도?'라고 물으면 역시 '없어요...내가 돈이 충분히 없어.'라고 대답해요. 왜냐면 사실이니까요. 그러면 새로 온 직원의 표정이 심각해지며 다음과 같이 말하죠. 


 '저...사장님 불러올께요. 사장님한테 말씀 잘 하시면 많이 깎아 주실거예요.'


 그러면 옆에 앉아 있던, 나를 잘 아는 다른 직원들이 깔깔 웃으며 저 오빠는 원래 저런다고 설명해 주곤 해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다들 한바탕 웃죠.



 6.그렇게 웃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나는 생각하곤 해요. 이건 사실 웃을 일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일인데...라고요. 그리고 부럽기도 해요. 웃을 수 있다는 건 나쁜 것을 마음 한켠에서 치워버릴 수 있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나쁜 것을 겪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치워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게가 느껴지는데 무게를 잊어버리는 게 가능한가요? 아니면 그 무게에 익숙해지면 잊어버리는 게 가능해지는 걸까요.



 7.우주선이 대기권을 지나 우주에 도달하면 하는 게 있죠. 로켓을 떼어버리는 거요. 비록 무겁지만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에 나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힘들게 가지고 있던 로켓을 우주에 가까워지며 하나하나 떼어버리는 거예요. 


 내가 늘 무게를 느끼며 가지고 있는 이 걱정이 우주선의 로켓 기관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곤 해요. 이 걱정 덕분에 목표까지 갈 수 있고, 목표에 가면 떼어버릴 수 있는 로켓 말이죠. 


 이것이 쓸데없이 내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정말 로켓 기관인지 알려면 역시 열심히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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