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가 궁금하고 보고 싶지만 공포영화에 쥐약이거나 심약하신 편인 (진짜 심약한 분들 말구요) 분들의 관람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써요.

 

참고로 저의 폭력을 견디는 수준을 말씀드리면 총을 사용한 폭력은 견디지만 칼이나 기타 뾰족하고 둔탁한 것을 사용한 근거리 폭력은 쥐약인 편입니다. 신체절단씬도 일반적으로 바비인형이나 피규어에서 분리가능한 파츠들이 깔끔하게 절단되는 거라면 견디는 편이고, 말도 안 되게 지그재그로 절단했다든가 일부가 덜렁거린다든가 하는건 못 견딥니다. 서프라이즈에 대한 방어도(?)의 경우, 어린 시절이긴 했지만 '이블데드3'를 보다가 초반 우물전투씬에서 깜짝 놀라는게 너무 싫어서 꺼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깜짝깜짝 놀라는 씬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잔인해서' 놀랍지는 않습니다. (있더라도 '헛, 쓰' 하고 고개 살짝 돌리면 됩니다)


장면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 피하면서 관람했는지 써볼게요.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없지만 난 충무공이 총 맞는 것도 스포일러라고 생각한다는 분은 안 읽으셔도 좋습니다) 덧붙여 이 글은 절대 '추천글'이 아닙니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런저런 소문이나 단평에 비해 시각적으로 그렇게 요란스럽게 잔인한 영화는 아니에요.

 

살아있는 육신을 상대로 하는 폭력씬이 있기는 합니다만, 슬쩍 눈을 돌리는 정도로 피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표현이 이상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시신들은 모두 깨끗한 상태로 등장하는 편입니다. 물론 극중 실행되는 최초의 살인의 경우 처리 과정이 몇 초 정도 노출되며 상태가 확인가능해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BODY 뿐이라 ‘인성’이 느껴지지는 않는 편입니다. 때문에 “저건 특수효과구나”라는 느낌으로 피할 수가 있습니다. 이병헌의 아내의 시신이 발견될 때도 ‘차우’에 비하면 상당히 깨끗하게 발견되는 편입니다.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지뢰를 피하는 지점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수현(이병헌)이 경철(최민식)의 발목부분을 처리할 때에는 직접적으로 “잠시 눈을 감고 귀를 막으라”는 경고를 해주는데, 다른 지뢰들도 직접적인 대사 경고는 없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지점이 있어서 미리 눈을 감거나 귀를 막는게 가능한 편입니다. 다만 사전에 어느 정도 정보를 찾으시면서 어떤 종류의 신체 폭력이 있는지 알고가시면 ‘아, 서서히 시작되려나?’하는 기분으로 살짝살짝 피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떤 종류의 것이 있다는걸 알고 간다면 알고도 당할 정도의 ‘서프라이즈’는 없습니다. 알려진 호들갑에 비해 사망자도 적은 편입니다.


다만 알려진 대로 ‘복수를 감행하는 수현도 악마가 된 거다’라는 식이기 때문에 살인 이외의 범죄들은 무감각하게 등장합니다. 성폭행씬들인데, 신체훼손 보다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여자분들은 참기 힘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영화는 몇 번 눈을 감는 정도로 시각적인 폭력을 피하고 나머지는 관람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리얼한 영화라서 기분이 나쁠가?

보기 전에 새벽 내내 검색하면서 반응들 보고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만큼 ‘시각적으로 잔인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아저씨’나 기존의 다른 비슷한 류의 영화들처럼 ‘처해진 상황‘ 자체가 잔인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돼서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기존작들을 그저 영화로 볼 수 있는 분이셨다면 이 작품도 ’알려진 것보다는‘ 관람이 가능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추천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인지 말씀드리는 거에요.

 

장르영화 냄새가 안 나고 리얼해 미칠 정도라서 기분 나쁘다는 평도 봤는데, 김지운 영화답게 그렇게 시각적으로 리얼함이 팍팍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약간 리얼한 냄새가 날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둘의 대결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특정 시퀀스에서는 세트나 캐릭터 설정 자체가 김지운의 전작인 '조용한 가족'이나 '쓰리 몬스터'의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도 합니다.

 

 

-여자도 봐도 될까? 뒷감당이 될까?

제 일행 뒤에는 여자분들이 앉으셨는데 농담하면서 보신 분들도 계셨구요(실제로 블랙코미디적인 장면도 몇군데 있기 때문에 웃기긴 했지만..). 그분들 와그작와그작 팝콘도 시끄럽게 잘 드셨습니다. 그분들이 이런 장면들에 상대적으로 강한 분이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완전 고어나 스플래터 무비 매니아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외에 아들이 어머니를 데리고 온 모자커플도 있었습니다(뭔가 이상하다.. 싶기는 한데 옆에 앉았던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어머님께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잘 보셨답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살인의 추억’ 같은 결말을 제일 경계하는 편인데 적당히 심리적인 완결은 납니다. 아무런 카타르시스도 없이 벙-해져서 극장을 빠져나와 먹구름 낀 하늘을 보고 한없이 우울해질 정도의 결말은 아니니 결말부분에 대해 경계하시는 분들도 참고하세요.

 

 

-덧

보고나서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할까봐 집에 ‘짱구는 못 말려’랑 ‘케로로’도 세팅해놓고 이런저런 웃긴 영상들도 세팅해놨는데, 보고나서 그냥 친구들이랑 삼겹살 먹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좀 깁니다. 주제를 확고히하기 위해 그정도의 길이는 필요했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그냥 2/3나 1/2 정도로 줄였으면 싶었어요. 손님을 배고파 죽을 때까지 굶겼다가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한데, 그 이전에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데에 더 노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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