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씨네21에 새로운 꼭지로 들어선 씨네 산책을 즐겨 보고 있어요.


정성일,허문영 평론가(이하 존칭 생략)가 손님을 초대해놓고 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데요.


이번엔 임권택 감독님의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나린다]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이었어요.


허문영이 서문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고백할만큼, 대화는 정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정성일과 허문영이라는 무림 최고수가 온갖 영화적 사유와 고민을 담아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나린다]에 대한 무지막지하게 긴~~~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정성일이 프랑수아 트뤼포와 장페에르 멜빌, 스파게티 웨스턴, 줄리앙 뒤비비에, 장철 등을 끌어들여 영화를 설명하면


허문영은 이를 넘겨 받아 머빈 르로이의 '애수'를 이야기 합니다. 물론 거의 1페이지에 걸쳐서 엄청난 수사들이 동원됩니다 :)


그러면 우리의 임권택 감독님께서는 "애수 같은 건 멜로드라마로서 굉장히 재밌게 봤던 거죠. 나머지는 보기도 했고 안보기도 했지만, 잘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송장배라는 작가가 썼어요. 송작가가 그런 영화로부터 받은 인상을 시나리오에 옮겨 놓았는지도 모르죠."


이런 식인 겁니다.


이게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 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냥 빵! 터지더군요.


정성일 허문영 콤비의 비평 활극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임감독님께서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는거죠(좌중 웃음). 나는 두분이 그 영화를 괜찮은 걸로 봤다고 해서 어리둥절했어요."로 마무리 지어 버리죠.ㅎ


이게 정말 웃긴 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죠.


다들 너무너무 진지하고 솔직한데도 불구하고 뭔가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가 굉장히 희극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임감독님은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특정시기 작품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두 평론가는 정말 진지하게 그 시기의 작품을 재발견하려는 것이겠죠.


어쨌든, 여기서 좀 더 우습게 느껴지는 건 정성일-허문영 콤비 쪽이에요.


물론 저는 두 분의 영화에 대한 태도를 존경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글을 읽지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죠.


우리 임감독님께서 "내가 할 이야기도 없는데 자꾸 묻고 있네"라고 하실때 웬지 모를 통쾌함(?)이 느껴졌다는..ㅎ


어쨌든 결론은 세 분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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