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꽤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비 오는 와중의 래프팅은 때론 번잡하고 다소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분주한 사람들의 시간들 틈새에서 부대끼는 것도 나름 유쾌한 토요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보트를 같이 탄 인천 처녀 4인방의 대책없는 유쾌함은 실 없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같이 간 일행들은 익숙하기에 편한 분도 간만이라 반가웠던 낯설기에 신선했던 분들로 구성되었기에 충분히 기꺼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댓가를 치루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급류에 휩쓸려 같이 간 일행분이 물에 빠진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고 저도 안경을 잃어 버리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일요일은 때 아닌 안경을 사러 나갔어야 했는데 안경상가 아저씨들의 현란한 말빨에 짐짓 무심한 듯 한 두 마디 던지면서 물건값을 깍아내다가 손해 본다는 아저씨의 호들값에 키득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안경을 구입하고 난 뒤 비슷한 제품들의 인터넷 시세를 보면서 역시나 조금은 장사속에 당한 듯 했지만 급하게 구매하는 와중이라 이 정도의 바가지는 괜찮다고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한적한 카페에 홀로 앉아서 게으른 나른함을 만끽하는 것에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생각을 멈춘 여백의 시간은 솔로에게 주어진 가장 귀중한 사치의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기실 혼자의 시간에 익숙하다 보니 솔로라는 사실에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폐를 끼치는 것도 받는 것도 꺼리는 저로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간에 적절한 거리감을 판별하는 것이 어쩔 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할 때가 있어서 가끔은 사람들과 유리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편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둘이라서 조율해야 할 유희가 있다면 혼자이기 때문에 제 멋대로 만끽할 수 있는 유희가 있기도 하고요. 다만 솔로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조차 다른 누군가의 배려가 있어야 함을 망각하지 않도록 조금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혼자라는 삶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생활의 의무를 덜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야만 혼자의 삶이 가지는 가벼운 짐을 들 수 있을 테지요. 인디에어에서 조지 클루니는 모든 것을 비우는 베낭론을 설파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아무도 모르는 곳에 홀로 자신의 짐을 버려 둘 수 없습니다. 함께하는 삶의 공간에서 자신의 짐을 비워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용인하는 타인의 관용이 있어야 할 테지요.

 

 저의 경우라면 역시나 가족의 존재가 크게 여겨집니다. 평생 사랑한다는 말도 해 본 적 없는 다소 정이 없는 관계들일 지 모르지만 허술하고 미욱한 제 자신에게 있어서 가족이 없었다면  얼마나 귀찮은 일들로 제 자신을 소모하고 있었을 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의무에 어머니의 이름에 얽매어야 했던 부모의 모습에 때론 냉소를 보내기도 했고 때론 안스러워 여기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들의 삶을 가볍게 하고자 한 노력을 한 적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효도를 한 적이 별로 없어서 정말 가벼운 성의만으로도 고마움을 표하는 부모들이지만 다 큰 자식들에 대한 염려만은 주름살을 더해가는 와중에서도 줄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기도 합니다. 자식의 배우자를 바라는 모습은 때론 오지랖으로 느껴져 귀찮기도 하지만 사실 제가 특별히 혼자 설 수 있는 강인함에 대한 믿음을 준 적도 없으니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겠지요.  막내라는 핑계로 가족 공동체의 의무에서 발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다른 가족들의 노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저라는 짐을 가장 많이 위탁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고 저를 가장 구속하면서도 저를 가장 자유롭게 하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친구라고 불리우는 혹은 수평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살아가면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밀착된 공유감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져 가지만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가벼운 시간의 공유는 더더욱 소중해져 갑니다. 듀게의 모 회원분이 알려준 자소엽의 차 맛처럼 밋밋한 삶에 조금씩 번져오는 사람의 빛깔은 향기롭지는 않지만 슴슴한 일상의 혀끝으로 넘어갈 때 가벼운 풍미로 남겨지곤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기에 화려하지 않을 테지만 사람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어떤 여유처럼 타인의 온전한 모습의 고유함과 다양함에  조금 놀라곤 합니다.  자신이 섬세한 것을 알기에 타인이 가까워질 수록 타인의 섬세함이 깨어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한 두 차례의 술기운 만으로 유대감을 가지는 섣부른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려 노력하고 합니다. 자칫하면 이런 사람들의 사이에서 깨지기 쉬운 사람에 대한 존중과 유대의 균형감으로 인해 쉽사리 관계를 타인으로 다시 멀어지게 할 테니까요. 예기치 않은 관계의 단절은 외로움으로 다시 다가와 혼자의 시간을 낯설게 할 테지요.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듀게라는 놀이터에서 알게 된 분들의 경우 낯설고도 편안한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기에 고맙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눈이 높아 보인다라는 사람들의 농처럼 쉽사리 자신의 인연을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으면서도 혼자의 시간에서 때론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하지 않게 하는 타인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위험의 순간에 간절한 도움이 되는 손길일 수도 있지만 무심한 생활의 어깨에 툭하며 가벼운 격려가 되는 알아채기 힘든 손길일 수 도 있습니다. 그런 무던한 손길의 감촉을 많이 감지해 낼수록 혼자인 삶이 혹은 홀로 함께하는 삶이 조금은 더 즐거워 질 수 있음을 알게 되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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