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탄천가를 산책하다 일원-도곡동 사이 자전거길에서 이런 얼빠진 어린이를 발견했습니다.




하도 유유하게 가까이 가도 꿈쩍하지 않아 집나온 새끼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아주 어린 오소리더군요. 덩치도 조그맣고 꼬물꼬물 움직이니 조명이 어두워서 자전거로 질주하다보면 치이기 딱 좋은 모양새였어요. 비가 온 뒤 길가에 말라붙어가고 있는 지렁이를 뜯어먹는 데 정신이 팔려서 쫓아내려고 해도 말을 안 듣고요.
요녀석 덕분에 한참 마음을 졸이다(지켜보고 있는 새에도 몇 번이나 자전거에 치일 뻔 했습니다) 별 수 없이 집에 들어왔는데, 좀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네요.

한강에서 잠실 아래 탄천 쪽으로 내려올수록 풀숲이 우거져서 오소리나 들고양이, 가끔 정체 모를 생물-_-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어요. 조명이 환하고 널찍한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마냥 경주에 임하는 자세로 자전거나 인라인을 쌩쌩 달리면 좁다란 탄천길에서는 이런 동물들이 로드킬 당하기 십상이지요.
사람이 달리라고 만들어논 길인데 치이는 놈이 잘못이라면... 설마.
사람 많은 듀게에도 혹시 한강변에서 라이딩하시는 분들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탄천 쪽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어두워서 잘 안 찍혔지만 아주 어리버리한 얼굴이었답니다 -_-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