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듀게에는 바낭이란게 있더군요..저는 그걸 '뻘소리' 혹은 '흰소리'라고 해석합니다..오랜 친구가 옆에서 술먹다 아주..가끔 가슴 시린 말을  하면 "야 임마, 뻘소리 고마하고 술이나 처묵어" 하는 용법으로요..  오늘은 저도 술의 힘을 빌어 뻘소리 좀 할까 합니다..지인은 머 그딴걸 게시판에 올리냐, 메일로 해 그러더군요..私信과 사적인 이야기도 가능한 게시판, 그 애매한 경계에 대한 생각이 있습니다..

 

2. 후배가 결혼을 했습니다..결혼 3일 전인가 전화가 와서 "형 쫌 와라" 할때 저는 동생부부,조카랑 제주도 일주 라이딩 중이었습니다..적어도 저에겐 몹시 중요한 일이었습니다..10년 이상 이나 묵혀둔 몇 가지 이야기를 같이 땀흘리는 중에 건넬까 하는 나름의 얄팍한 계산 때문이었겠죠..돌아 오던 날 조카에게 "은호야 큰아부지 10년동안 못한 잔소리 이번에 다했다. 듣는다고 니도 고생했다. 고맙다" 했더니 중딩인 그놈 "큰아빠, 그게 잔소리였어요? 그런 줄 하나도 모르겠던데요" 하더군요..꼭 안아 주고 헤어졌습니다..

 

3. 그래서 후배 결혼식에는 절대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제주도에서 밤늦게 술마시는 도중에 후배결혼 이야기를 좀 했더니 동생 부부는 너무 맘이 그렇다고 저보고 그냥 수원 가라 하더군요..나머지 일정은 저그들이 알아서 한다고..예..후배는 중딩인 딸, 이제 나이가 44나 된 여식,두번째 결혼이구요..상대 남자는 이제 초혼인 32이랍디다..저를 그 결혼에 반대하는 부모님들 대신 '혼주'로 좀 와 줬으면 하는 거였습니다..이야기를 들었을때 하두 열이 채여서 "'그딴 부모 다 버리라..혼주는 고사하고 자식을 물주로 밖에 볼 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무슨 부모냐"고 고래 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제 맘은 화들짝 불에 데인 냥 몹시 쓰라렸습니다..

 

4. 여기까지가 대강의 스토리입니다..이제부터 진짜 바낭..혹은 일기..혹은 私信..

 

5. 주야..형은 이번이 제주도 자전거 라이딩 2번째란다..일정 중에 꼭 넣었던 두 곳이 이중섭 미술관이랑 김영갑 갤러리였어..처음엔 조카랑 동생 부부때문이었지만..니 결혼 소식을 듣고 라이딩 중 내내 생각했었단다..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남자'를 보고 싶었던 거야..니가 만나는 그 사람이 니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아비'와 '남자'였으면 한다..그리고 그렇게 안됀다 하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거라..니 스스로 '아비'와 '남자'가 되면 되잖어..거기까지 간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6. 무능력한 이 선배는 해 줄 게 별로 없다..멀리 떨어져 있어서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데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노..이제 나이가 드니,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것들은 부처에게 빌어 보는 게으름이 생겼다..그래..그냥 부처께 절해줄꾸마..5년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견뎌 보거라..내가 1년에 천배씩 너를 위해 5년은 절해 줄꾸마..그거라도 니빽으로 삼거라..이게 내 진짜 부주다..늘 아이 잘 챙기고 응..

 

7. 글고 늘하던 잔소리 되풀이.. 제발 삶을 너무 드라마로 만들지 말거라..이 썩을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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