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스코샤 극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영화 할인을 해주고, 팝콘과 콜라도 줍니다.


2. 1층에서 표를 보여주면, 상영관이 있는 2층과 3층에선 따로 표 확인을 하지 않습니다. 한 번 입장하면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는 거고, 심지어 다른 상영관에 가도 됩니다. 간혹 그 주에 개봉한 초절정 인기 영화는 상영관 바로 앞에서 다시 표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만, 보통 주말에만 그러한 재검사를 합니다.


3. 즉, 화요일에 영화를 보러가면, 가격은 저렴하고, 공짜 팝콘과 콜라도 받을 수 있으며, 재검사 따윈 하지 않기에 영화 여러 편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부끄럽습니다만, 가난한 유학생이 취약한 시스템을 조금 이용했다고 생각해주세요.


4. 그래서 이 주의 무비데이는 슈렉 포에버와 페르시아의 왕자로 채워졌습니다.


5. 표는 슈렉 포에버를 구매했습니다. 이게 3D 영화이기 때문에, 이걸로 영화를 시작해야지만 매표소에서 3D 안경을 받을 수 있거든요.


6. 슈렉 포에버는 따로 다른 시리즈와의 구별점을 찾자니...별다른 게 없군요. 슈렉의 또 다른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슈렉 3보다 100배 재미납니다. 슈렉 3는 정말, 정말 다시 생각해도 한숨이 나오네요.

 어쨌든 슈렉 포에버는 나름 재미나고, 감동도 줍니다만, 슈렉에서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대로를 줍니다. 하지만 소소하게 행복한 결말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요. 동화의 전복으로 시작한 슈렉이지만, 결국은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저는 좋은 걸요.


7. 페르시아의 왕자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재미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니 조금 미묘합니다. 

 저는 페르시아의 왕자(이후 페왕이라고 표시하겠습니다) 원작 게임 팬입니다. 말 그대로 MS DOS 시절의 페왕부터, PS2로 리메이크 되었던 페왕 시리즈 1,2,3 뿐만 아니라 2008년 PS3/엑박360으로 새롭게 리뉴얼된 페왕까지 모두 사서 플레이해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가 저 같은 원작팬에게도 어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어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이야기 얼개가 허술합니다. 이야기가 허술하다고 해도, 게임에서 구현되었던 화려한 액션이나 시간의 모래라는 아이템의 활용이 제대로 살려졌다면 저 같은 원작팬들에게 상당한 어필이 되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영화에서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녹여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애써 '아, 저 장면은 마치 게임에서 벽을 타고 달리는 장면의 오마쥬 같군', '아, 적 캐릭터는 마친 2탄의 중간 보스 같은걸?'하면서 필사적으로 끼어맞추는 느낌으로 찾아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젬마 아터튼은 기대보다 괜찮았습니다. 얼마 전에 나름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는 역할을 타이탄에서 맡았지 않습니까? 여행의 비밀을 쥐고 주인공을 돕다가(아, 이건 페왕에선 아닌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말입니다. 그런데 타이탄에서는 영 답답해 보이고 이쁘게 보이지 않았는데, 페왕에서는 꽤나 매력적이더라고요. 아마 그 비밀은 태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8. 페왕 개봉 기념으로 페왕 새로운 게임들이 나왔습니다. PS3/엑박360으로 신작이 북미에선 이미 출시가 되었고, Wii용으로도 역시 출시가 되었지요. 

 페왕은 원래 MS DOS 시절에 무척 유명했던 게임이었지요. 그 게임을 21세기 들어서 PS2로 리메이크하고, 이것이 아크로바틱 액션과 시간의 모래라는 아이템을 사용함으로 시간을 되돌리며 게임을 진행한다는 나름 참신한 게임 스타일 때문에 성공하여 2탄 3탄으로 연이어 만들어지고, 3부작으로 스토리가 종료되고 2008년도엔 다시 리뉴얼 하여 새로운 페왕 시리즈가 시작했지요. 

 근데, 전 사실 08년에 새로 리뉴얼된 페왕을 참 좋아했습니다. 카툰 렌더링으로 그려진 주인공과 세계가 참 맘에 들었거든요. 너무 고난만 겪고 거지꼴이 다 된 ps2시절 주인공보다는, 껄렁껄렁함을 기본 장착하고, 벽을 타는 주인공이 더 좋았달까요. 물론 너무 쉬워진 난이도로 인해 08 페왕이 욕을 먹긴 했습니다만, 그건 제겐 별 상관 없었어요.

 어쨌든 이번 페왕 게임 신작은 최신작에도 불구하고, 2년전에 만들어진 08년 리뉴얼 버젼하고는 상관이 없더군요. 오히려 더 전에 만들어진 ps2 버젼 페왕 3부작의 후속작입니다. 이미 스토리상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ps2버젼 페왕을 베이스로 만들어졌기에 꾸역 꾸역 2탄과 3탄 사이의 이야기라고 하며 최신작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그 덕분인지 개발 기간도 꽤 짧았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ps3를 두고 왔고, 캐나다에 와서 wii를 새로 구매했기에 신작 페왕을 하려면 wii 버젼으로 구매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사실 wii 버젼 페왕을 살 때 까진 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ps3/엑박360과 같은 내용의 마이너 버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ps3/엑박 360에 비해 wii는 하드웨어 사양 자체가 낮거든요)


 근데, 막상 플레이 해보니..오오, 이거 제대로 된 물건이더군요. 우선 ps3/엑박 360 버젼과 위 버젼은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내용도 다르고, 게임 진행과 시스템마저 다릅니다. 위에 특화된 페르시아 왕자인거죠. 심지어 적 캐릭터와 전투를 할 때, 칼을 휘두르려면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위모컨을 흔들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위모컨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흔든다고 하는 것에 주목해주세요. 사실 싸움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적이랑 싸우려고 눈챠크과 위모컨을 흔들다 보면...집친구 눈엔 티비를 보면 양손을 짤랑 짤랑 흔드는 제 모습이 들어와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 집친구는 박장대소를 하곤 했죠.)

 예를 쉽게 들기 위해 전투 모드를 먼저 설명드렸지만, 사실 위 버젼 페왕의 매력 포인트는 전투가 절대 아닙니다. 전투는 그저 짤랑 짤랑일뿐;

 하지만 눈챠크와 위모컨을 적절히 이용한 퍼즐 진행은, 게임 자체에 엄청난 자유도를 줍니다. 사실 도스 시절 부터 페왕은 주어진 코스와 퍼즐을 적절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다 였습니다. 물론, 거기에 얼마만큼 숙련되었는가로 속도와 정확성의 차이가 나긴 하겠습니다만, 주어진 내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 버젼은 다릅니다. 한계가 있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새로 만들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벽을 따라 달려도 되고, 그 벽을 타고 넘어도 되며, 아예 벽에 안 닿고 공중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아, 제 표현이 짧아서 이 걸 제대로 묘사할 수 없는 게 슬프네요.

 심지어, 한국에는 위 버젼 페왕이 출시될 계획이 없기에 이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슬픕니다.


 위 게임은 언제나 닌텐도 게임이 진리가 되었습니다만...위버젼 페왕은 닌텐도가 아닌 게임사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릅니다. 위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페르시아의 왕자인 겁니다!

 처음 시작해서 왕자에게 주어진 기술이 얼마 없을 때는 위로 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가, 점점 기술이 늘어나며 자유도가 늘어갈 때 마다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게임성에도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게임 클리어 후에 특전이 없습니다! 젠장! 기술 승계가 당연히 될 줄 알았더니, 그럼 게임 초반 밸런스 붕괴 위험 때문인지 기술이 다 초기화가 되더군요. 아니, 죄다 초기화가 되어서 게임 클리어 후 그냥 봉인 중에 있습니다.


 흠, 이 글의 요점은 무엇일까요. 그냥 제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사진 하나 영상 하나 없이 영화 보고난 핑계로 늘어놔 보았습니다. 

 북미 버젼 위를 가지신 분께 강력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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