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잡담...

2021.06.16 12:39

여은성 조회 수:272


 1.제목엔 외출이라고 썼지만 나갈까...말까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예요. 어째야하나...



 2.삶이란 게 참...그래요. 사실 시간이라는 건 내가 태어나기 전에 100억년 정도 있었어요. 인류가 관측한 것만 따져도요. 지구는 거의 50억년가량 존재했다고 하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인간의 삶이란 건 매우 허망하죠.



 3.그래도 이 시기에 태어나서 과거를 대리체험해볼 수는 있다는 게 나름 행운이려나요. 내가 원시시대에 태어났었다면 가끔 하늘을 보면서 상상했겠죠. 저기 위에 저 빛나는 것들을 대체 뭘까...옛날에도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을까? 내가 생각한 걸 어디 석판에라도 새겨넣으면 몇백 몇천년후의 사람들이 그걸 볼까? 같은 상상들을 했겠죠.


 그러다가 '혹시 옛날에 나같은 생각을 하고 석판에다가 뭘 새겨넣은 녀석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들판을 다니면서 돌이나 바위가 눈에 띌 때마다 그 돌을 가만히 살펴보곤 했을 거예요. 아주 오래전의 누군가가 누군지 모를 누군가에게 전하는 글귀 같은 게 써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면서요.



 4.휴.



 5.그러한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라는 욕구...그런 욕구는 현대에는 거의 완전히 해결되었죠. 과거를 열람할 수도 있고 공간의 제약을 넘어 지구 반대쪽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요. 오히려 연결되지 못한 외로움보다 지나친 연결에 의한 부작용이 더 크게 다가오는 세상이죠.


 뭐 지구 반대쪽까지는 좀 과장이지만 어쨌든 서울 반대쪽이나 한국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 정도는 실제로 만나기도 하고요.



 6.하지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외롭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아는 사람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 있고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모르는 사람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아는사람을 만나든 모르는 사람을 만나든...시간과 체력, 집중력을 지불해야만 해요. 외로움과는 별개로 '편한' 상대는 역시 돈을 주고 고용된 사람이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편한 사람일 뿐이지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사람들은 아닌 거죠.



 7.예전에는 프로포폴을 맞는 연예인들이 잘 이해가 안 갔는데...요즘은 또 이해가 가요. 역시 인간은 잠에 드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법이거든요. 


 소풍 가기 전날 아이들은 다음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잠에 들죠. 걔네들은 내일 신나게 놀러갈 걸 기대하면서 사니까요. 하지만 어른들은 아니예요. 어른들은 그저...잠에 들기 위해 잠에 들기도 하죠. 왜냐면 신나는 일은 거의 다 해봤거든요. 더이상 신나는 일 따윈 없기 때문에 그냥 자는 게 좋은 거죠.



 8.물론 도박에 손을 대면 신나게 살 수도 있겠죠. 왜냐면 도박이라는 건 자신의 과거를 배팅하는 것이니까요. 그때까지 쌓아온 노력과 모든 흔적들, 명성들을 말이예요. 아무리 더이상 재밌는 게 없는 인간이라도 자신의 과거가 배팅되어 있으면 정신이 번쩍할걸요.


 어쨌든...나갈까말까...아니면 이따 2시쯤 외출할까 망설이는 중이예요. 딱히 가고 싶은 맛집도 없고 뭐 그래서요.



 9.결혼! 결혼을 해야 할까요? 그야 지금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어요. 왜냐면 지금은 결혼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그래요.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하고 싶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혼은...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 하려고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거죠.


 그게 결혼의 문제예요.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에서야 결혼을 하고 싶어질 거란 점 말이죠.



 10.사는 게 심심하네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열심히 돈벌면서 그냥 살 수밖에요. 


 사실 '돈이 최고야'라는 말을 별생각 없이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예요. 돈이 많아서 기분 좋으려면 그만한 젊음, 체력, 정력...그런 것들이 받쳐주는 상태여야만 하니까요. 자기 자신이 건강한 상태일 때 돈다발이 주어지면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죠. 그 돈을 소비할 수 있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돈도 별거 없어요. 자신을 먼 곳으로 데려가주는 돈...자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는 돈이 있어봤자 거기에 따라갈 의욕과 체력이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외출에 돈을 많이 쓰는 대신 집안에 들일 가구나 장식 같은 것들에 돈을 많이 쓰게 되는 거죠.



 11.사람은...열심히 살아야죠. 원래 사람이 그렇거든요. 위에 쓴 석판 이야기처럼...남들에게 기억되거나 존경받기 위해 살아요. 석판...석판인거죠.


 어째서 석판이냐면...돌에다가 무언가를 새기는 게, 현대 기술력과 비교해봐도 데이터가 아주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지구도 거대한 돌이니까요.


 휴...고기나 먹어야겠네요. 어째서 고기냐면...혼자서 고깃집에 가는 게 가장 외로운 일이거든요. 사실 다른 맛집이나 보통 식당들은 혼자 가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아요. 하지만 고깃집은 좀 다르죠. 혼자서 고깃집에 가면 그건 정말로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거니까요. 그런 사실을 강하게 상기시켜주는 곳이 고기집이기 때문에 혼자서 한번씩 가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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