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쳇...일기를 쓰다가 졸려서 그냥 잤는데 저장을 안하고 컴퓨터를 꺼버렸네요. 쓰기를 눌러서 쓰는 글이면 자동저장이 되는데 불러오기로 쓰는 글이면 저장버튼을 안 누르면 저장이 안 돼요. 그래서 저번에 미드소마 감상글도 엄청 길게 쓰다가 날려서, 쓸 의욕이 안 나서 도저히 못 쓰고 있죠.


 하여간 엄청 재미있는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걸 다 날려 버려서 그것도 의욕이 안 나네요. 새로 쓰는 건 몰라도 이미 한번 쓴걸 다시 쓰는 건 진짜 힘들어요. 오히려 이런 글보다는 소설이나 만화는 날려먹어도 괜찮아요. 왜냐면 이미 만들었던 걸 똑같이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무언가는 나아지거든요. 연출이 바뀌거나 대사가 바뀌거나 컷이 바뀌거나...무언가는 반드시 더 좋게 바뀌니까요. 짜증나고 귀찮지만 나아지는 부분은 있는 거죠.



 2.휴...불금이네요. 물론 앞에 '불'자를 다는 건 스스로 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그냥 금요일일 뿐이죠. 내가 인기인이라면 불금이 알아서 나를 찾아오겠지만 나는 인기인이 아니라서, 금요일 앞에 '불'자를 스스로 달아야 하죠.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금요일은 대목이라 호스티스들이 호객문자를 보내오지 않더냐고요. 하지만 그건 '나를 부르는'게 아니라 '나의 돈을 부르는'거니까요. '오늘 시간 되면 파티에 와서 자리를 좀 빛내줘! 그냥 몸만 오면 되니까. 귀찮으면 차로 픽업 갈께.'정도는 되어야 불금이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인거죠.



 3.하지만 글쎄요. 예전에는 그렇게 '몸만 와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사람이 엄청 부러웠지만 요즘은 꼭 그렇진 않아요. 왜냐면 그건 '인기인'일 뿐이지 '갑'이 아니니까요. 물론 매력자본이나 연애권력이 높으면 얼마쯤은 갑 행세를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어떤 자리에 몸만 가면 기대되는 것과 요구받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걸 못 해내면 뒤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고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돈만 많은 남자가 여자들에게 '너희들은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너희들은 내 돈만 좋아하지!'라고 울분을 토하는 상황도 나오지만 글쎄요.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받는건 매우 귀찮은 일도 되니까요.



 4.휴.



 5.그래서 요즘은 내가 아니라 나의 돈을 불러내고 싶어하는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니 결국 가장 좋은 건 인기나 사랑을 얻는 게 아니라 갑이 되는 거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인기나 사랑같은 걸 얻는 건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그 인기나 사랑을 상대 쪽에서 회수해버리니까요. 


 그러니까 인기나 사랑은 불안정한 거죠. 왜냐면 상대 측에서 회수말지 말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거든요. 줬다가 뺐는 경우도 많고요. 단순변심으로요. 하지만 갑은 그렇지가 않아요.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도 여전히 나는 갑인 거죠. 


 그리고 갑이 좋은 건,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해도 칭찬받는다는 점이예요. 별로 아무것도 아닌 행동을 했는데도 개념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거죠. 딱히 '좋은 일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지랄은 하지 않는'것만 해도 착하다고 칭찬받는다는 점이 좋은 거예요.



 6.하하, 이렇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인기나 사랑은 좋아요.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볼 때의 따뜻한 시선이나...말 한마디를 해도 그들이 본 나의 좋은 단면을 칭송하는 말을 하는 건 좋죠.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져서 좋아요. 그러나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는 나의 총체를 보여줘선 안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내게서 본...나의 아주 작은 단면만을 계속 유지해 줘야만 한다는 게 매우 나쁜 점이죠. 사랑이나 인기는 그 점이 단점이예요.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볼 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눈치를 보며 바라보는 시선이 더 편한 거예요. 그게 더 좋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편하긴 하죠.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감시하려는 시선이 아니라 상대 자신이 뭐 잘못한 거 없는지 초조해하는 게 나아요.



 7.하여간 그래요. 어떤 파티에 몸만 불려가는 것까지는 좋은 일이지만, 막상 그곳에 가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요. 나를 좋아해서 초대했다는 건 나의 어떤 단면을 좋아해서 그런 거고, 그들이 싫어할 만한 다른 모습은 보여주면 안되니까요. 


 하지만 '오늘 돈 좀 쓰러 와' '오늘 매상좀 올려주러 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편하거든요. 그들에게 돈을 쓰면, 돈을 쓴 만큼은 폭군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야 무엇을 요구받는지에 따라 즐거움이 다르긴 하지만, 불금의 정의에 부합하려면 폭군이 될 수 있는 곳에 가는 게 좋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96
114131 유리-오승환 건을 덮기 위해 이완구 총리가 사퇴 하는군요 [10] 닥터슬럼프 2015.04.21 4201
114130 아이고 여러분 [13] 방은따숩고 2013.03.24 4201
114129 080-089-0001 스팸문자에 낚였어요. [1] 닥터리드 2012.09.08 4201
114128 신간 <국가의 거짓말>을 쓴 저자 임승수입니다. [18] 참세상 2012.03.06 4201
114127 도니도니 돈까스 [7] 달빛처럼 2011.08.27 4201
114126 눈물겨운(?) 구직기를 통해 보는 무능력과 궁상의 인증글 [19] Koudelka 2011.04.07 4201
114125 새끼 고양이를 주웠어요. [13] 에스테반 2013.09.30 4201
114124 베이비시터 교체 후(아기 사진 있어요) [18] 라면포퐈 2010.10.20 4201
114123 린지 로한 감옥생활 시작하는군요 [8] 가끔영화 2010.07.21 4201
114122 [게임잡담] 툼레이더 리부트 엔딩 소감 [14] 로이배티 2013.03.18 4200
114121 2013년, 당신이 얻게 될 3가지는? [67] 형도. 2013.02.04 4200
114120 박근혜 캠프에서 문자가 왔어요. -_- [18] sargent 2012.12.12 4200
114119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한 번 봤어요. [3] 스코다 2012.10.16 4200
114118 프리랜서들은 굳이 서울 살 필요가 없어요. [8] 완수 2013.11.16 4200
114117 [속보] 의정부역 승강장 흉기난동 8명중상... 범인체포 [2] 01410 2012.08.18 4200
114116 사회에서 학벌이란 것과 직면하게 되는 경우 [18] soboo 2011.04.09 4200
114115 직장인의 장래희망 1순위 [7] 베를린 2011.02.11 4200
114114 고백했는데 차였어요. [9] 나림 2011.12.01 4200
114113 밥먹듯 여성 깎아내려 시상식 휩쓰는 래퍼들, "여자는 가정부 아니면 요부" [18] catgotmy 2015.04.23 4199
114112 해경 간부가 막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 [17] 잠수광 2014.04.22 41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