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가장 큰 스포일러라면 시즌 3이 존재한다... 는 것 정도겠죠. ㅋㅋ

이전 시즌들도 안 본 분들을 위해 제 멋대로 woxn3님의 소개글을 링크해 봅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70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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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시즌의 마무리를 이야기하지 않고 시즌 3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좀 어려운 일입니다만. 스포일러는 피해서 대충 적어 보자면 이번 시즌은 우리의 진상 형사 마르첼라의 잠입 수사 이야기입니다. '잠입 수사'라는 점을 빼고 보면 시즌 2와 좀 비슷하기도 해요. 어둠의 우주 갑부 패밀리가 빌런으로 등장하고 마르첼라의 목표는 증거를 수집해서 이 패밀리를 붕괴시키는 것. 하지만 마르첼라 고유의 흩날리는 멘탈이 계속 발목을 잡고 또 이 가족들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마르첼라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한 누군가가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아. 그리고 배경이 런던에서 벨파스트로 바뀌었어요. 그 이유는 시즌 2 피날레 스포일러라서 생략.



 - 사실 이 시리즈는 시즌 2에서 끝내는 게 깔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드라마의 동력은 마르첼라의 개인사인데, 그게 시즌 2 말미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끝장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일단락도 되었구요. 하지만 그냥 끝내기엔 나름 드라마 반응이 괜찮았던지 마지막 장면에서 뭔가 추가 떡밥이 투하되며 끝났었고, 시즌 3은 그 떡밥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번 시즌은 그냥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의 퀄리티와 상관 없이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번뇌, 이 고통 이미 다 지나간 것 아니었나. 거기에서 이야기를 이렇게 연장해 버리면 도대체 마무리는 어쩔 셈인가. 뭐 그렇게 투덜투덜거리며 그래도 마르첼라 캐릭터에 대한 정으로 보는데...


 음? 이야기 자체는 의외로 괜찮습니다? 미스테리도 적당히 깔고 가면서 긴장감은 시리즈 중 가장 강하고, 후반에 툭툭 던져지는 국면 전환도 잘 먹히고. 예상치 못하게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그래도 역시 '사족이다!'는 느낌이 사라지진 않네요. ㅋㅋ 사족은 사족인데 재밌는 사족 정도로 평을 해야겠군요.



 - 이번 시즌의 핵심은 마르첼라 본인보다도 마르첼라가 얹혀 사는 이번 시즌의 빌런, 진상 패밀리입니다. 위압적인 리더, 음험한 브레인, 거친 행동 대장과 이 '패밀리 비지니스'와 거리를 두고 있는 딸. 그런데 이 가족에서 인정 받으려고 과하게 몸부림치는 멍청한 골칫덩이 사위... 와 같은 식의 전형적인 구성입니다만. 그 와중에 은근히 캐릭터들이 살아 있고 관계 설정이 잘 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 안에서 마르첼라가 굴러다니며 느끼는 복잡 다단한 감정들도 식상하지 않은 느낌이구요.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언제나 그렇듯 그 와중에 나름 매력이 있는 건 여성 캐릭터들이었네요.


 그리고 거의 유일한 마르첼라 외의 전시즌 출연 캐릭터 한 명도 잘 쓰였구요. 스토리 전개 도구(...)로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나름 묘사가 좋습니다. 하지만 할 일만 끝내면 가차 없이 사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1, 2, 3 시즌 중 이번 시즌이 가장 잘 쓰인 각본 같기도 해요. 사족 느낌이 영 떨어지질 않아서 그렇지. ㅋㅋㅋ



 - ...까지 적고 보니 뭐 상당히 잘 만든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의 고질병인데, 이야기와 캐릭터의 '어떤 디테일'에는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도 또 다른 디테일들은 심할 정도로 대충 무시해버리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시즌 3의 빌런들은 벨파스트라는 도시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권력자이자 갑부들인데, 사는 모습이 그렇지가 않아요. 나름 저택에서 살고 있는데 그 저택에 집안 일 하는 고용인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뭐 하찮은(?) 인부 하나 손 봐주는데도 본인들이 직접, 혼자 가서 막 두들겨 패구요. 별 큰 동기도 없이 주인공을 가족으로 들이는 것도 웃기고 그런 후에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을 다 일일이 직접 해결하거나 주인공에게만 부탁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제작비가 모자랐던 것인가 작가의 역량 한계였던 것인가... 를 보면서 계속 고민했는데 아마 둘 다가 아니었나 싶었네요.


 또 클라이막스가... "아니 정말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군!"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ㅋㅋㅋ

 개판으로 허접하다... 가 아니라 그냥 개판이에요. 허접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개판' 쪽이 좀 더 적절해요. ㅋㅋㅋㅋㅋ 그게 그냥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감정선을 생각하면 나름 이해할 수 있는 클라이막스이기도 합니다만. 위에서 언급한 그 비현실적 디테일과 주인공 마르첼라의 안드로메다를 헤매는 멘탈과 결합돼서 거의 부조리한 코미디를 보는 기분까지 들게 합니다. 


 아... 그나마 잘 키운 주인공 캐릭터 하나가 나름 힘을 발휘하긴 했어요. 얘가 하도 멘탈이 비정상이다 보니 막판 주인공의 괴상한 행동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멍청하기 그지 없는 행동들이 다 그냥저냥 받아들여지더라구요. 물론 제가 그랬단 얘기고, 아마 저만 그럴 겁니다. 제가 좀 주인공 캐릭터를 맘에 들어하는 사람인 데다가 드라마를 좀 쉬다가 봐서 그런지 평소보다도 3배 더 관대한 모드였거든요.



 - 결말을 보고 나니 아마도 시즌 4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 나왔음 좋겠습니다. 제 만족도와는 상관 없이 '이걸로 끝이다!'라는 태도로 뭔가 마무리를 하는 엔딩이기는 하고, 위에서 수차례 말 했듯이 이 시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사족'이어서 이 사족에다가 사족 하나를 또 덧붙이는 건 여러모로 별로일 것 같아요. 


 

 - 정리하자면.

 시즌 1, 2가 맘에 드셨다면 그냥 보세요. 사족스럽긴 해도 나름 정성들인 사족이라 시리즈 팬은 봐야합니다. ㅋㅋ

 전혀 안 보신 분들에게는... 추천할 맘은 없습니다만. 시즌 1을 한 두 편 보시고 주인공 캐릭터에게 재미를 느끼신다면 쭉 보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계속 강조한 것처럼, 잘 만들어서 재밌는 드라마... 라기 보단 그냥 주인공 캐릭터가 맘에 들면 그 정으로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세 시즌 다 더해봐야 에피소드 24개에 편당 43분 정도라 작정하고 달리면 금방 끝낼 수 있어요.

 암튼 저는 그럭저럭 관대한 맘으로 봤습니다. '마르첼라'의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요.




 + 벨파스트 주민들은 자기 동네가 이렇게 막장으로 그려지니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시즌 1, 2에선 런던이 거의 무정부지대 상황의 생지옥으로 묘사됐으니 거기 주민들도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 주인공 '마르첼라' 역을 맡은 안나 프리엘(?)이 맘에 들었습니다. 연기도 잘 하고 분위기가 괜찮아요. 뭔가 엘리자베스 올슨의 현실적으로 나이 먹은 버전 같달까요.


 +++ 이 시리즈의 핵심 아이디어였던 마르첼라의 '필름 끊김' 장치는 이번에도 여지 없이 등장합니다만.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나름 시즌 3의 상황을 잘 반영한 성실한 아이디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놀랍거나 전 시즌들처럼 강렬한 미스테리를 유발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노력한 걸로.


 ++++ 암튼 이 시리즈의 핵심은 주인공 캐릭터이고, 그 양반의 내면입니다.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시즌 3까지도 만족스럽게 보실 것이고, 그게 맘에 안 든다면 안 보시는 게 최선이구요.


 +++++ 아 근데 방금 본 클라이막스는 정말 생각할 수록 웃기네요. 마르첼라 이 자기 밖에 모르는 못 돼 먹은 아줌마...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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