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같은 글, 반면교사

2020.07.02 12:53

안유미 조회 수:544


 1.이상하게도 일을 하면 더욱 자주 게시판에 글을 쓰게 돼요. 이건 이상한 일이죠. 어쨌든 일을 한다는 건 키보드로 무언가를 계속 쳐야 하는 일인데...일로 키보드를 치다가 쉬는 시간에 또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니 말이죠. 오히려 놀러 다닐 때 게시판에 글을 더 자주 쓰는 게 옳거든요. 키보드를 치는 일을 많이 한다면, 쉬는 시간만큼은 키보드를 그만 두들기고 글도 쓰고 싶지 않아야 옳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식사를 했는데도 간식을 중간중간에 먹듯이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된단 말이죠. 그냥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 거리를 계속 입으로 가져가는 것처럼요.



 2.이건 술집의 호스티스들도 그렇긴 해요. 일하러 나와서 그 독한 술을 마셨는데도, 다음날 사석에서 만나면 또다시 소주를 마시곤 하죠. 내 생각에는 간을 쉬어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고, 어제 술을 마셨으면 술 따윈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거든요. 한데 그들은 일하러 나와서 마시는 술과 사람이랑 따로 만나서 먹는 술이 다르다...라고 말하면서 또다시 술을 마신단 말이죠.


 그야 술집에서 일할 정도면 대체로 술이란 걸 좋아하는 사람이긴 해요. 하지만 술을 좋아하든 말든, 비슷한 신체 기능...내구력을 지닌 인간이라면 술에 대한 내성은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죠. 보고 있으면 신기해요.


 하긴 나도 그런 거겠죠. 일하면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글도 쓰지만 역시 일하기 위한 글과 쉬기 위한 글이 있는 거겠죠. 나는 글쓰는 걸 좋아하니까요. 글을 쓰는 게 일하는 거고 글을 안 쓰는 게 쉬는 게 아니라, 뭘 해도 글을 쓰면서 일하거나 쉬거나 하는 거 같아요.



 3.돈이 별로 없어서 우울하네요. 돈이 많았으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도울 수 있을텐데. 사실 나를 사랑해주는사람들을 만나봐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을 참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거든요. 뭘 해주긴 커녕요.


 돈이 별로 없는 대신 그들에게 웃음이나 기쁨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지만...글쎄요. 내가 입을 열면 그건 거의가 넋두리가 되는 법이예요.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섹스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라도 많아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


 사실 그렇거든요. 돈을 쓰는 건 잘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돈이 많다면 돈을 쓰는 건 매우 쉬우니까요. '돈을 잘 쓴다'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그냥 돈이 많으면 되거든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건 합리적으로 쓰는 건 아니고 쉽게 쉽게 써주는 거지만요. 돈이 많으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가게도 차려 주고...인서울 아파트도 사주고...그럴 수 있을텐데 그럴 수가 없어요.



 4.휴.



 5.물론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전에 썼듯이 그래요. 남자는 자기자신을 위해서는 열심히 살 수가 없거든요. 자신이 짊어지거나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어야 열심히 살 수 있죠. 자기자신을 위해서만 살면 그냥저냥 살고...일찍 들어가지 않고 새벽 늦게 돌아오고...뭐 그러는 거죠.


 그야 어렸을 때는 열광과 광란...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밤의 분위기가 좋은 법이예요. 매일매일 말이죠. 사실 그건 지금도 그래요. 그런 분위기 속에 있으면 어렸을 때랑 똑같이 미친듯이 놀 수 있죠.


 하지만 어렸을 때와 다른 점은, 어렸을 때는 그러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내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내일은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한다는 거죠. 



 6.뭐 그래요. 놀 때의 기분은 똑같지만 놀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의 기분이 너무 다른 거예요. 어렸을 때는 나의 시간이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나에게 남은 시간이 이런 것들을 위해 쓰여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픈 거죠.



 7.몇 년 전에 이주노의 기사를 본 적 있어요. 아마 당시 50대였던 이주노가 클럽에 가서 젊은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거 말이죠. 그야 클럽이니까...그것이 들이댄 건지 아니면 정말 성추행이라고 할 만한 거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클럽 같은 곳에서는 여성의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선이 그어지니까요.


 확실한 건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거예요. 여러 가지 부분에서요. 한때 50억의 현찰을 쥐어봤던 사람이 저렇게까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그건 참 처참한 일이죠. 아예 그런 성공을 못 해봤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성공의 맛을 본 뒤에 바닥까지 추락하다니 말이죠. 게다가 그와 함께 활동했던 양현석과 서태지는 충분한 수준의 권위를 누리고 있는 중이고요. 그런데 그는 클럽에서 vip 룸을 잡은 것도 아니고 홀에서 껄떡대다가 경찰서에 가다니...그렇게까지 비참해져선 안 되는 거예요.


 물론 여기서 가장 피해자인 사람은 바로 그의 아내겠죠. 이주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책임져야할 사람들까지도 가엾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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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열심히 사는 건 중요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열심히 살아서 얻어낸 것들을 셰어할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거죠. 하여간 열심히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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