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랄건 없지만 조금도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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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배우들 데리고 찍은 따끈따끈한 신작인데 이 나라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별로 회자되지 않는 것 같군요.

외국 쪽에서는 좋았다, 실망이다, 반반 정도인거 같아요. 실망이다가 조금 우세해 보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평이 재밌더군요.

'연기는 다들 좋은데 좋아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ㅎㅎㅎㅎ 맞아요. 왤케 다들 드라마틱한지...


유튜브에 마침 1970년 윌리엄 프리드킨 작이 쪼개져서 올라와 있더군요. 전부다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감상할 수 있어서 슬쩍 봤습니다.

재밌네요. 그리고 무려 50년이 지난 2020년 버전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대사는 같은데 분위기나 배우들의 느낌이 매우 달랐어요.


비유해서 말씀드리자면 '퀴어 애즈 포크'를 영국판으로 미국판으로 본 느낌과 비슷했달까요?

70년작이 수수하지만 더 진실되어 보였다면 20년작은 화려하고 세련되긴 한데 어딘지 모르게 좀 공허하달까....

70년작이 진지한 수목 드라마 느낌이라면 20년 버전은 아침 막장드라마 느낌?


아무래도 배경이 1968년이다보니 70년작이 조금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2020작은 '응답하라' 시리즈는 보는 느낌? 뭔가 그당시 흉내는 잘 내는데 근본적으로 fake인 연극처럼 느껴지는....

놀라운 건 70년작이 그다지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 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물론 연극을 기본으로 한 영화의 특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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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과 도널드의 케미는 70년작이 더 좋았습니다.

거기는 진짜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고 마이클을 다독거리는 도널드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2020년작에서는 둘이 조금 겉도는 느낌이랄까....'쟤네 둘이 친하다고?' 별로 그렇게...생각이....

이건 제가 케네스 넬슨의 마이클 연기에 더 점수를 주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요. 

마이클과 도널드가 처음 등장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월등히 더 좋았거든요. 신세한탄하는 마이클의 모습도 더 리얼했고.

도널드를 연기한 맷 보머의 조금은 돌덩이같은 연기도 사실 조금....잘생기긴 했는데 생각보다 존재감이나 연기랄게 별로 없네요 이 친구. 

반면 70년작 도널드인 프레데릭 콤즈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마이클과 해롤드의 불꽃튀는 말싸움도 70년 버전이 더 그럴싸해보입니다.

아....재커리 퀸토의 해롤드는.....음......꼬부랑머리에 피부상태가 좋지 않은 유태인으로 보기엔 좀... 너무 잘생긴거 아니에요?

레오나드 프레이의 해롤드가 빼박 대본대로의 유태인의 외모에 뭔가 사실적인 느낌이었는데 재커리는 '나 연기 잘하지?' 보여주는 프로 배우의 냄새가...

뭐 흥미로운 연기는 재밌게 감상했습니다만 '정말 해롤드처럼 보였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반면 마이클과 앨런의 케미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버전이 더 좋아보입니다.

짐 파슨스의 연기는 신경증이 폭발하는 영화 후반부가 훨씬 좋아 보이는데 특히 전화걸기 게임할 때 마이클과 앨런의 치열한 장면은 압도적인 감정의 폭풍이었어요.

내년 아카데미에 남우주연상 후보지명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앨런은 넷플 버전이 훨씬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지만 연기는 더 좋았어요.

아, 그러고보니 넷플 버전 배우들이 모두 전반적으로 나이가 더 많아 보입니다.


행크와 래리 커플의 모습이 두 버전이 상당히 다른 게 흥미롭네요. 

넷플 버전에서 이 커플은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예민하고 서로를 할퀴고 좀 과한 느낌이었는데

70년 버전은 의외로 멀쩡한 평범한 커플처럼 보입니다. 다툼은 있지만 덜 극적이고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커플같달까....

'바람피고 한 남자로 만족 못하는 잘생긴 게이인 래리' 이미지라면 저는 70년작 키스 프렌티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50년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보니 20년 넷플 버전은 열심히 잘 만들어낸 연극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 물론 여기 등장하는 게이들의 슬프고 가슴아픈 사연들은 50년 전이나 21세기 게이나 다 똑같이 겪고 있는 사연들이겠죠.

그렇기에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리메이크 되고 사랑받는 작품이고요.


이런! 써놓고 보니 70년 버전이 더 좋았다는 것처럼 보이는데...넷플 버전도 충분히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리얼한 것도 좋지만 연극적인 분위기가 압도하는 영화도 괜찮으니까요. 똑같이 만들거면 뭐하러 다시 만드나요? ㅎㅎㅎ 

이 작품이 좀 더 사랑받고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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