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1, 2는 에피소드 12, 시즌 3은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된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당 시간은 45분 정도구요. 시즌 4캔슬되었다고는 하지만 시즌 3의 엔딩이 분명한 완결이어서 중간에 끊긴 시리즈는 아니네요. 기본 설정 외엔 스포일러 없이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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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시궁창이자 생지옥입니다. 특히 환경 문제가 크리티컬이죠. 그나마 착실하게 발전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인류는 시간 여행을 통해 현실을 바꿔보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이동이 가능한 건 영혼(...)만이에요. 참으로 편리하게도 원래 본인의 기억도 함께 전송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살아 있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고로 미래 인류는 그때까지 남아 있는 디지털 기록들을 바탕으로 몇 날, 며칠, 몇 시에 어디에서 죽었는지 파악 가능한 사람들, 그리고 몸을 차지한 후에 오랫동안 써먹을 수 있을만한 상태의 사람들을 골라내서 그 양반들이 죽기 직전의 상황에 미래의 영혼을 덮어 씌우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전송을 받아 버리면 원래의 인격은 소멸해 버리지만, 이렇게 죽기 직전으로 보내서 운명을 바꿔주는 식으로 하면 사람을 죽인다는 도덕적 책임은 조금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시간 여행자들은 여행자들이라 불립니다. 드라마의 원제죠. 트래블러스.

이야기의 시작 시점에서 이미 수천명의 여행자들21세기에 도착해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이구요. 이들은 반드시 리더, 전술가, 의사, 역사가, 기술자의 51조로 전송이 되어 팀을 이뤄 활동하며 이 이야기는 그 중 한 팀이 그렇게 21세기에 와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지지고 볶고 개고생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 전에도 이미 한 번 적었던 얘깁니다만.

 

이 시리즈는 두 개의 이야기축을 갖고 흘러갑니다. 하나는 삭막, 살벌하고 암담한 임무 수행 이야기. 또 하나는 대체로 따뜻하면서도 애절한 주인공들의 일상사 이야기요. 이 두 가지가 늘 병행 전개되는 시리즈인데...

 

사실 임무 수행 이야기는 그렇게 칭찬을 해주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SF&스릴러로서 이 드라마가 좀 꽝이에요. 따지고 들어보자... 라고 맘 먹는 순간 바로 말도 안 되는 게 와장창 튀어나오는 수준의 과학 설정들도 문제고. 매번 흥미롭게 상황을 꼬아 놓고서는 마지막에 주어지는 해결책들이 너무 우악스러워서 읭? 소리를 내게 되는 일도 많구요. 뭣보다 빌런들이 참 지독하게 매력이 없는데 그 짜증남과 진상스러움 & 끈질김이 거의 거대 바퀴벌레 수준들이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다행히도 독특한 설정들을 여럿 갖추고 있어서 나름 흥미는 잘 끌어줍니다만 따지지 말고 대충 즐겨주세요라는 시청 태도는 필수입니다.

 

반면에 주인공들의 개인사, 그리고 자기들끼리 보여주는 유대 관계 같은 건 아주 충실하게 묘사가 돼요. 나름 납득할만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하나씩 주어져서 자연스럽게 전개 되고, 뭣보다 주인공들 각각의 캐릭터가 나름 재밌고 매력적입니다. 선량하고 매력적인 미래인들이 문제 투성이 숙주들의 삶에 녹아들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숙주의 삶에 애착을 갖고 그걸 지켜내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보다보면 응원해주고 싶어지거든요.

 

왜 보면 엑스파일을 보면서도 외계인이 어찌됐든 상관 없으니 난 멀더랑 스컬리 투닥투닥 꽁냥거리는 것만 계속 보고 싶었다!! 이런 사람들 있잖습니까. ‘시간여행자는 그런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잘 맞는 드라맙니다.

 

 

-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캐나다산 드라마입니다. 제작비도 넉넉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히 기억할만한 액션씬은 잘 나오지 않고 cg도 최대한 자제하는 편입니다.

대신에 액션은 신속함 & 프로페셔널함을 컨셉으로 풀어나가는데 그게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됩니다. 근접 격투에서나 총격전에서나 진지한 폼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제압해버리는 식이죠.

그리고 cg... 정말 3시즌 후반에서나 좀 스케일 큰 것들이 나오고 그 전엔 거의 없는 수준인데, 미술적인 측면에서 살짝 쌈마이한 매력은 있어요. 미래의 기기들 디자인이 아주 좋게 말해서 고풍스럽달까. ㅋㅋㅋ 거의가 투박하고 단순무식한 모양새인데 80~90년대 추억의 미드 같은데서 나오는 미래 물건들 같더라구요.

 

 

- 팀의 리더 역할을 레전드 시트콤 &그레이스의 윌이 맡고 있다는 걸 제외하면 딱히 스타 캐스트는 아니죠. 그 분 말고 제가 얼굴을 알아본 배우라곤 블렛츨리 서클: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양인 TO로 출연했던 배우 한 분 뿐이었구요. 대체로 비주얼들이 평범한 느낌인데 덕택에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느낌도 들고 좋았습니다(?)

 

호기심에 이 분 저 분 찾아봤는데... 고딩이자 전직 쿼터백 역할로 출연한 배우님은 실제 나이가 30대더라구요. ㅋㅋㅋ 솔직히 고딩으로는 안 보였습니다. 되게 어색한 것까진 아닌데 그래도 음 이건 좀... 이라는 정도? ㅋㅋ 속에 들어가 있는 미래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영혼이라는 설정이라 계속 말을 애늙은이처럼 하는데 평소 말투가 궁금하더군요.

 

윌의 나이가 어느덧 50대인데, 팀원들 중 가장 젊으신 분은 이 분 나이의 절반이더군요. 전 외국인들 생김새를 봐선 나이를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지라 둘의 나이 차이가 그렇게까지 클 거라곤 생각을 못 했네요. , 왜 갑자기 배우들의 나이 차이를 지적하냐면, 이 둘이 전생(?)에 연인이었던 관계로 나오거든요. 현생에서는 별 일 없습니다만.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나름 독특한 설정으로 무장한 소박한 스케일의 시간 여행물...을 빙자한 스파이물입니다. 전에도 적었듯이 얘들도, 얘들 적들도 시간여행자들이야!’라는 설정을 빼고 보면 냉전 시대 말미에 유행했던 비밀 첩보원들 이야기에 가까워요.

SF로서의 충실도나 시간여행물 특유의 꼬이고 꼬이는 전개 같은 걸 기대하면 실망하십니다. 그냥 진퇴양난 엎친 데 덮친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며, 동시에 착하고 선량하게 살아보려 노력하는 애잔한 양반들 드라마가 매력인 드라마라는 거, 잊지 마시구요.

그래도 캐릭터들은 나름 잘 빚어놔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 생기면 어지간한 건 다 용서하고 몰입할 수 있다!! 라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전 제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이걸 열심히 달리면서 몰랐던 성향을 발견했네요. 허허.

 

다시 강조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글 아닙니다. ㅋㅋㅋ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나름 준수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해요.

 

 

+ 이 드라마의 SF에서 한 가지 괴상하면서도 중요한 설정이 하나 있어요. 뭐냐면 미래에서 과거로 사람을 보낼 때 일단 특정 시점에 한 명을 보내놓고 나면 그 다음 번엔 무조건 그 후의 시간으로만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드라마 시작 부분에서 짧게 한 번 언급되고 넘어가는데, 제가 그걸 금방 까먹어서 보는 내내 미래 놈들은 왜 이렇게 바보 같이 일을 하는데?’라고 투덜거리고 있었네요. ㅋㅋㅋ

근데 참말로 작가 편하라고 만들어 놓은 설정이죠. 이 설정 덕에 이 드라마 작가님들은 시간 여행물 작가들이 겪어야할 고통을 거의 대부분 피해가거든요. 말하자면 우리는 시간여행물의 주인공들이 임무를 수행하다 상황이 꼬이면 당연히 그럼 시작점으로 돌아가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걸 그냥 원천봉쇄해버리는 설정인 겁니다.

또한 이 설정 때문에 주인공들 중 누가 죽게 되면 당연히 되살리는 게 불가능해요. 그래서 나름 마음 졸이며 보게 되는 상황이 종종 있었습니다.

 

 

++ ‘큰 그림과 별개로 흘러가는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는 게 제일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시즌 1엔 몇 개가 있는데 시즌 2부터는 그냥 계속 쭉쭉 달리는 식이라... 나름 재밌게 써먹을만한 설정을 갖고서 낭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뭐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 그래서 장수하지 못한 탓이겠죠.

중반을 넘어가면 에피소드의 여유가 없는 게 티가 나요. 그래서 주인공들 중에서도 비교적 비인기 캐릭터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게 확 눈에 띄죠. 막판에 가면 리더와 마시 둘의 이야기가 분량의 과반을 잡아 먹고 나머지 인물들의 개인사는 걍 대충 수습되는 식이라서 안타깝더라구요.

 

 

+++ 전에도 적었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마시 & 데이빗입니다. ㅋㅋㅋ 그나마 리더 역할을 정도의 네임드 배우가 맡아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음 막판 전개를 이 커플이 거의 다 잡아 먹어버렸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드라마 관련해서 구글링을 해봐도 다들 이 커플 얘기들 뿐이라.......... ㅋㅋㅋㅋㅋㅋㅋ

 

 

++++ 결말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다음 시즌의 여지 같은 건 쿠키 식으로 전혀 안 중요하게만 보여지구요. 분명히 완결된 이야기로 끝이 났어요. 다행이죠 어차피 다음 시즌은 캔슬될 운명이었으니.

다만 결말 후의 주인공 팀 멤버들 팔자를 생각해보니 음... 그 중 다수가 에필로그에 등장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더라구요. 스포일러가 될 테니 설명은 않겠습니다만. 이건 뭐 굉장히 멤버 차별적인 엔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걸 그런 식으로 감추다니 이 사악한 작가 양반들. ㅋㅋㅋㅋㅋㅋㅋ 



+++++ 시간여행 이야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매 순간마다 계속 나오는데 왜 나는 시간여행물을 보는 기분이 안 드는 걸까... 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 같더라구요. 일단 주인공들은 첫 회에 과거로 전송된 후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대비되어야할 미래의 모습이 아예 나오지 않아요.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회상씬으로 몇 초 정도? 그리고 그렇다 보니 주인공들이 뭘 하든 거기에 맞춰 미래가 변화하는 내용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정말로 시간여행을 핑계 삼은 스파이물 맞지 않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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