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겸손

2021.01.10 07:39

여은성 조회 수:678


 1.주식이 마구 오르네요. 게시판에서도 가끔 말하는 주제이긴 한데...훌륭한 어부는 어떤 어부일까요? 거친 파도와 풍랑 속에서도 기막힌 조종 실력으로 배를 무사히 빠져나오게 만들고 그 와중에 물고기까지 잡아오는 어부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진 어부겠죠. 


 하지만 현명한 어부는 애초에 그럴 상황을 안 만들어요. 바다가 사나울 것 같은 날은 처음부터 아예 바다에 나가지도 않거든요. 날씨가 좋은 날에만 골라 나가서 물고기를 쉽게, 잔뜩 잡아오는 게 현명한 어부겠죠.


 그러나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말은 아니예요. 여유있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 되기가 쉽거든요. 여유없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 되기 어렵고요.



 2. 예를 들어서 당신이 물고기 100마리만 담을 수 있는 배를 가지고 있다고 쳐요. 아무리 좋은 날씨이고 물고기가 넘쳐나는 어장에 가봤자 당신이 가진 배로는 물고기 100마리만 낚아올 수 있다면? 당신은 좋은 날씨나 나쁜 날씨를 가릴 여유가 없게 돼요. 좋든 싫든, 날씨가 나쁘든 괜찮든, 당신은 배를 몰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야만 하는 거죠. 모아둔 물고기가 없기 때문에, 모아둔 걸 까먹으면서 좋은 날씨를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물고기 몇만 마리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배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현명한 어부가 되기 쉬워요. 좋은 날씨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좋은 날씨가 오면 그날 배를 몰고 나가서 물고기 몇만 마리를 잡아오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걸 까먹으면서 다음 번 좋은 날씨를 기다리고요.


 뭐 그래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어부인가 아닌가는, 어쩌면 그가 충분히 좋은 배를 가졌는가 아닌가가 결정하는 건지도 모르죠. 판돈이 많을수록 유리한 포커게임처럼요. 



 3.어쨌든 지금은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기간이예요. 좋은 날씨에는 모두가 솜씨 좋은 어부인 것처럼 보이죠. 코스피는 3천을 넘었고 주식을 하는 (거의)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고 있어요. 그러나...언제나 먹구름을 조심해야겠죠.


 바다에 배를 띄워놓은 사이에 나쁜 날씨가 와버리면, 모두가 나쁜 날씨에서 바다를 상대해야 하거든요. 그때는 여유로움과는 관계없이 모두가 조타 실력을 발휘해야만 하니까요. 바다에 나가있는 동안에 갑자기 나쁜 날씨가 와버리면 판돈이 많은 게 약점이 되기도 하고요.



 4.휴.



 5.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투자나 도박은 사람을 좀 미치게 만들거든요.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돈이 불어나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품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정말 정말 대박인 날, 하루에 1억을 벌었다고 쳐요. 그러면 그 사람은 그 날의 자신을 진짜 자신으로 생각하고 싶어해요. 한데 하루에 1억을 버는 날은 어쩌면 평생에 하루일 수도 있어요. 언제나의 자신이 아니라 어쩌다 딱 한번 있었던 나자신일 뿐인 거죠. 축구로 치면 평범한 선수가 인생에 딱한번 해트트릭을 달성한 거랑 비슷한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안되거든요. 겸손이 중요해요. 어쩌다가 물고기를 많이 잡아도 이건 날씨가 좋아서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겸손하게 마음을 먹어야 다음 번에 또다시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평범한 선수가 어쩌다 해트트릭을 해낸 날만 바라보면서 한번 더 의식적으로 해내려고 하면 잘 안 돼요.



 6.하지만 그것조차도 결국 여유로움의 문제이긴 해요. 왜냐면 돈이 많으면 겸손해지는 것도 냉정해지는 것도 쉽거든요. 돈이 없다가 어중간하게 어느날 갑자기 불어나면 한번쯤은 교만을 떨어보고 싶겠죠.


 한데 돈이 아주 많으면 겸손해지기가 쉬워요. 왜냐면 진짜 부자들은 알거든요. 아무리 '이건 내 실력이 아니에요 실력은 10% 정도고 90%의 운으로 이렇게 된 거죠.'라고 겸손을 떨어봤자 결국 그 많은 돈은 남의 것이 아니라 자기 거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아무리 운이 90%라고 겸손을 떨어봤자 따낸 돈의 10%만 자기 것이 되는 게 아니예요. 운이 90%라고 해도 결국 따낸 돈의 100%는 자기 거거든요. 그러니까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겸손해지는 것도 비교적 쉬운 거죠.



 7.물론 위에서 말한 겸손은 남 앞에서만 공치사하는 그런 겸손은 아니예요. 자기 자신에게 겸손해져야 한다는 거죠. 타인 앞에서 겸손한 건 가식이지만 자기자신에게 겸손한 건 냉정함이니까요. 남 앞에서는 얼마든지 교만해도 되지만 스스로는 돈을 따내도 '내가 뭐나 되는 사람이라서 돈을 번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어야 해요. 


 음. 오늘은 진짜 일기네요. 위에 쓴 것들은 남에게 강요하고 싶은 건 아니고 나에게 적용되는 것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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