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나온지 10년된 영화네요.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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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는 참 좋습니다. 영화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면서 나름 개성도 있구요)



 - 처음엔 주인공 집안 사정이 아주 짧게 지나갑니다. 그냥 결혼했고 아내는 임신했대요.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다고 하니 아내가 좀 걱정하지만 그래도 영화 전개를 위해선 가야죠. 암튼... 별 의미 없구요. 포스터에 나오는 저 빌딩이 무대입니다. 30층짜리 아파트라는데 조폭 거물의 소유이고 거주자들도 대부분 범죄자들이라고. 보스는 15층에 있는데 주인공이 소속된 경찰 특공대 요원 20명이 투입되어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저 보스를 체포해야 한다... 라는 임무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고 반전을 맞고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베이고 두들겨 맞고 뼈가 부러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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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맡은 리코 우에이스. 이 영화의 성공 덕에 스타워즈에도 출연했다능요!!)



 -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저 런닝 타임 내내 '실랏'이라는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로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게 목적인 영화이고 그 목적에 대단히 충실하니까요. 그래도 언제나 강력한 매니아층을 끌고 있는 '맨손 격투 액션 영화' 장르에서 21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으니만큼 액션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보면서 옛날 풍경 하나가 생각났네요. 비디오 대여점의 리즈 시절, 매니아들에게 인기 많은 소수 장르들 중 하나가 무술 액션 영화였고 그래서 홍콩 무술 영화는 어지간히 허접해도 늘 대여점의 괜찮은 자리에 엄청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옹기종기 모여있었죠. 그리고 제가 빌릴 영화를 고르고 또 고르고 있으면 맨날 보는 아저씨(?)가 등장해서 들어오자마자 고민도 안 하고 무술 영화 모인 곳으로 직행해서 '새로 나온 거' 서너개를 한 번에 훅 빌려가던... ㅋㅋㅋ 그 아저씨도 이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그런 뻘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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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웅장하게 진입하는 경찰들이지만 장르의 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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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엔 이렇게 되죠. ㅋㅋㅋㅋㅋㅋ)



 - 사실 이 영화 액션 쩐다는 거야 그동안 지겹도록 들어서 '응! 정말 쩌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보면서 더 흥미로웠던 건 이 영화의 '스토리'였어요. 정확히는 그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이요.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만 다다다다 이어지는 액션씬 컴필레이션이자 액션 포르노(...) 영화인 건 맞는데요. 보다보면 나름 분명한 스토리가 있거든요. 반전(!) 같은 것도 서너번은 등장하고 그래요. 그리고... 심지어 영화를 보는 동안엔 그게 나름 준수한 스토리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그 스토리만 떼어 놓고 생각해보면 뭐. 그냥 B급 액션 영화에 예의상 걸쳐 놓는 클리셰 덩어리이고 그나마도 뼈대만 앙상한 수준이에요. 근데 그게 액션만 와다다다다 이어지는 가운데 슬쩍슬쩍 얹혀지니 실체보다 멀쩡해 보이고 심지어 좀 있어 보이는 겁니다. 

 게다가 그 슬쩍 얹혀지는 스토리 요소들 중 대부분이 그 직후의 액션 장면과 연결이 되거든요. 그리고 그 액션들이 고품질이니 왠지 모르게 그 스토리에 호감을 갖게 되구요. 은근히 전개가 꽤 영리한 영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걍 한 줄 내지는 몇 단어로 설명이 끝나는 얄팍한 인물들이에요. 강직한 경찰, 찌질한 경찰, 잔인한 보스, 단순무식 절대 고수 악당, 두뇌파 악당... 뭐 이런 식이죠. 근데 이걸 또 길게 설명 안 하는 대신 다 액션씬에 녹여 넣어요. 그래서 각자 나름 개성 있는 액션씬을 한 두 개씩 부여 받으니 그걸 보는 동안에 캐릭터에 대해 대략 납득을 하게 됩니다.


 뭐 제가 '액션만 있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갖고 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족해서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기대보다 훨씬 알차게 만들어진 영화였던 건 맞다... 고 우겨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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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도만 보면 올드보이부터 떠오르는 건 국뽕인가요 빠심인가요 아님 그럴만 한 건가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액션 빼면 시체인 영화 맞습니다. 하지만 그걸 왜 뺍니까. ㅋㅋ 퍼퍼퍼퍽 우지끈 뚝딱 하는 근접 격투술로 눈을 즐겁게 하고픈 분들이라면 당연히 봐야할 영화이고 사실 저 빼고 이미 다 보셨겠죠.

 그리고 만듦새가 의외로 영리해서 '내가 이런 장면 몇 번 보자고 이딴 영화를...' 같은 자괴감도 들지 않아요. 솔직히 '아저씨'의 스토리보단 이 쪽이 훨씬 낫던걸요. ㅋㅋㅋ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만 우글거리고 비디오 게임 같은 스토리에 액션만 이어지는데도 듀나님이 별 셋을 주신 건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암튼 재밌게 봤습니다. 혹시라도 아직도 안 보신 분 있으시면 한 번 보세요. 물론 우지끈! 하고 사람의 이곳저곳이 신나게 부러지는 구경을 런닝타임 내내 해야 하니 그 쪽으로 내성이 약하신 분들은 좀 고민을 해보시구요.




 + 사실상 이 영화의 최종 보스이자 가장 임팩트가 강하셨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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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택에 스타워즈에도 동반 출연하셨다는군요. ㅋㅋㅋ



 ++ 보다보면 주인공의 격투술이 넘나 '실전적 & 효율적 = 무자비' 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전통 무술'이 이 모양이람...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만. 검색을 해보니 뭐 당연히 현실의 실랏과 영화 속 격투씬은 아주 큰 차이가 있더군요. 근데 그렇다는 걸 감안해도 역시 '전통 무술' 치곤 지나치게 실용적이긴 해요. 



 +++ 다 보고 나서야 들었던 생각인데, 영화 초반에 옆 건물에서 저격하던 스나이퍼들은 다 어디 간 거죠. 뭐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ㅋㅋ



 ++++ 이걸 다 보고 나니 속편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밤이 온다'에도 좀 관심이 가는데. 속편은 평가가 그래도 괜찮은데 '밤이 온다'는 영 별로더군요. 뭐 급할 건 없으니 일단 기억만 해두는 걸로.



 +++++ 아. 감독 필모그래피를 검색해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의 '복수의 사도'를 만든 그 분이시군요. 평가가 엄청 갈리는 영화이긴 하지만 전 그래도 괜찮게 봐서 갑자기 이 '레이드'의 완성도가 납득이 갑니다. 맨손 격투 영화에 호러도 만드시고. 취향이 확실한 분이신가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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