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친구 녀석한테 문자가 왔더군요.


"내일 1박2일 같이 가자 장소는 아직 미정"


밖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확인을 했는데 너무 늦어서 답장을 못 보냈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친구 부부랑은 결혼 전부터 셋이서 어디든 잘 놀러 갔으니까요.

저녁에 갑자기 집앞으로 들이닥쳐서

한참 바둑 두고 있던 저를 싣고 그대로 강촌으로 떠난 적도 있어요.

3박 4일로 동해안 일주를 한 적도 있구요.

지난 가을에는 아이 데리고 가평 연인산 근처 펜션에서 하룻밤 보내고 오고 그랬죠.


아침에 늦잠을 자는데 문자가 한 통 오더군요.


"여행 못가게 됐다"


문자만 확인하고 잠이 덜 깨 그대로 누워 있었죠.

그런가 보다 했어요.

저야 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니까.

20분 뒤에 또 문자가 왔어요.


"다시 취소 이따 2시경 출발"


그래, 그래, 그러면서 계속 누워 있었죠.

2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또 정확히 15분 뒤에 문자가 오더군요.


"미안하다 여행은 어렵겠다 이따 연락하마"


뭐 그런가 보다 했어요.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문자를 다시 보는데 좀 웃기더라구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친구 녀석 혼자서 몇 번이나 여행을 가자고 했다가 못 간다고 했다가 그랬으니 말이에요.


어릴 때 본 책 중에 한 남자가 나무 밑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그 남자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결국 남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나는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이거 제목이 뭔지 모르겠네요.

제목이 그 주인공 이름이었을 거예요 아마.

중세 유럽의 얘기였던 것 같은데...

아시는 분 댓글 좀 달아주세요.

아무튼 뭐 그런 얘기가 생각나더군요.


오늘 아침 35분 동안 세 통의 문자가 왔죠.

제가 원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성격이라 여행은 별 상관없는데

이 35분 동안 과연 친구 부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좀 궁금하네요. 

둘이서 싸웠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친구의 아내가 항상 이기니까요.


전화 오면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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