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9 20:17
듀게에 이런 어두운 개인사를 쓰는 분은 이제 전혀 없다시피 하더군요.
온라인든 오프라인이든 내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밝힌다는 것은 다시 고통을 재생산하는 것 뿐인지도 몰라요.
“빅 리틀 라이즈”에 대해서 쓰다 날린 글에서 썼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 믿은지가 이제 10여년이 넘는다고 믿었는데,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달린 가정폭력의 생지옥에서 벗어났다고 믿었는데 과거의 지옥같은 기억들이 현실에 덮쳐오는군요.
며칠 전에 아버지가 내 팔을 비틀고 욕을 하면서 유리 그릇을 집어던져서 집안이 유리 조각들이 산산히 흩어졌어요. 내 방문을 요리하면서 열어놓지 말라고 했는데 왜 닫았냐고 했거든요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이유가 중요하지 않아요.
물건이 원하는 자리에 놓여 있지 않거나 생필품이 떨어지거나,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등 생활의 모든 사소한 이유들이 쌓인 분노를 터트릴 트집거리가 되는거죠.
아버지의 폭력의 대상은 자식들은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별나게도 이 나이에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더군요. 냉장고에 유통기한도 지난 우유를 쌓아놓고 있어서 버리겠다고 했더니 주먹을 치켜들고 때리려고 하더군요.
매일 매일 엄마를 때린 것은 아니지만 늘 폭력이 부비트랩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아버지가 들어올 때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의 공포를 기억해요. 머리카락이 방안에 떨어져 있는 것도 참지 못했죠. 때리는 것만 폭력일까요? 집에 돌아오면 온 집안의 가구와 물건들이 때려부셔져 있거나 늘 살기어린 고함소리와 욕설을 들으면서 성장한다는 게 어떤 건지
폭력이 일상이 되는거에요. 살기어린 욕설, 비난, 때리겠다는 협박. 때리기 전이나 때린 후의 엄마의 상처를 목격하는 것.
나와 내 동생을 때리지 않았어요. 욕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그 사람은 자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믿는거에요. 그 때 썼듯이 그 사람은 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감정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의 부모, 형제자매들도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없었어요. 뭔가를 놓치거나 오해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라구요. 늘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에요. 그 집안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혜택과 교육을 누릴 수있었던 편애를 받고 자란 사람.
엄마는 집안에서 나가겠다고 늘 말했지만 나가지는 않았고,,,,,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는 꽤나 많이 유해지더군요. 어느 때부인가 가끔 화를 내긴 했지만 전처럼 그런 심한 단계는 거의 벗어난 상태에서 지내게 되었죠. 아버지가 60대가 넘어설 때쯤이요.
내가 성장할 무렵에는 가정 폭력에 대한 개념이나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물론 그 때도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많았을 거에요.
난 줄곧 학교에서는 모범생에 학급 임원에, 수업을 가장 열심히 듣는 학생, 학교 규칙을 지나치도록 잘 지키는 학생이었고 이런 이야기는 친구든 누구에게든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그리고,,,, 아버지와 대화도 하지 않다가 30대가 지나면서 아버지에 대해서 어느 순간 증오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어요. 네, 아버지도 옛날같이 않았지만 나도 그 증오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최근까지 아버지의 시시때때로의 병원비, 병간호, 이런저런 생활비, 말상대도 몇 시간이나 하고 우리 관계가 퍽 좋아졌다고 믿었어요.
아버지가 어제 카톡에도 말하더군요. 늘 나를 사랑한다고. 알아요. 아버지가 절대적으로 나를 사랑한다는걸 알아요. 남자 아이들을 퍽이나 선호하던 시절에도 태어날 때부터 늘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유별날 정도로 아끼고 사랑한 것도, 그 사람 평생에 나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내 팔을 비틀 때 내가 두려웠던 건 목을 졸라서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내 손 앞에 바로 있었고 지금은 본인 말만큼이나 이제는 기운이 떨어진 노인네인걸요. 내 손 바로 앞에 그 사람의 목이 있었어요. 지금도 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군요. -절대로 죽이지 말라고 쓰지 마세요. 알아요. 죽이면 절대로 안된다는걸- 죽이면 안되는건 알지만 정말 간절히 죽이고 싶군요. 이런 살인적인 증오가 살아있을 줄 몰랐어요. 과거의 모든 악몽들이 덮쳐 오는군요.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안다면 나같으면 옆방에서 문을 열어놓고 잠들지 않을거에요.
“너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너를 잊지 않았어”
오늘 동생 부부가 와서 화기애애하게 웃고 이야기하고 식사도 같이 했어요. 동생을 너무 보고 싶었는데, 동생 부부와 함께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와 단한순간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더군요.
내 용서는 수십 년이 걸렸는데 다시 증오가 마음을 사로잡았네요. 지옥같은 증오.
2020.05.09 21:04
2020.05.09 23:23
엄마도 여러가지 성격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알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어요.
아빠는 "니네 엄마가 ~~~한 여자이기 때문에 때린거다. 난 사람을 때리는 사람이 아닌데"라는 X같은 소리를 한 번 했었죠.
지금도 내가 보낸 카톡으로 넌 임신한 여자도 개패듯이 팬 놈이라고 말해줬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더군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거 같아요.
맞는 여자와 자식들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들을 수치스럽게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거죠.
빅 리틀 라이즈에서 멍자국을 화장으로 교묘하게 늘 가리고 다니듯 마음 속의 깊은 상처는 계속 출혈을 하고 있지만
멀쩡한 얼굴로 살아야 하잖아요.
2020.05.10 23:39
힘내세요. 그래도 우린 살아야하니까요. 그래도 삶은 계속 되니까요 제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지만요. ㅜ ㅜ
2020.05.13 21:31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나무 아래 앉아 신선놀음을 하며 세상에는 사랑하는 것이 참 많은데
하지만 난 죽여버리고 싶은 인간이 있구나. 죽여도 분이 안풀리는 인간이 있구나 그랬어요. 삶은 참 질기게도 계속되기 마련입니다.
한치앞을 모르죠.
2020.05.10 01:06
2020.05.10 12:34
그게 운명의 굴레죠.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모든걸 잊고 앞을 향해서, 아니, 오늘을 즐기면서 잘 산다고 믿다가
과거의 그런 트라우마들 속에서 바꿀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는 운명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말하듯 애증과 연민이 뒤섞인 여러가지
감정들때문에 과거가 다시 살아오는거에요. 그런데 그 따위 연민이든 애정이든 개나 줘버려, 저 인간은 늘 신경질이 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사소한 잘못으로만 생각하는 XXX였는데 내가 왜 쓸데없이 잘해줬는지 후회만 되네요.
물론 과거의 트라우마는 다시 또 잊고 앞으로 나가게 되겠죠. 늘 매일매일 그 날들의 트라우마를 기억하며 하루를 시작하겠어요?
오늘은 사는 날들이 다시 반복되는거죠.
2020.05.10 09:04
2020.05.10 12:36
지금 재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좀더 가열차게 돈을 모아야 할 필요도 있고,,,,, 가능하면 세대주 자체를
나로 변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 주거지는 내 소유나 마찮가지에요. 여러모로
여긴 내 소유의 공간이라구요. 그 사람한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한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거나
마찮가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거에요.
침착하게 경제적인 소유권을 내 쪽으로 최대한 돌릴 수 있게 처리할거에요. 올해가 가기 전에.
2020.05.10 14:53
2020.05.10 15:58
음,,,, 한동안, 아니면 오랫동안 내 아버지는 잠잠할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언젠가 다시 되풀이되는거에요.
계속 나에게 나를 얼마나 사랑하구 어쩌구 하고 메세지를 보내고 있네요.
그 선배와 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이제 경제적인 선처를 더이상 베풀 생각이 없어요. 물론 어떤 종류의 필요이상의
대화도 할 생각이 전혀 없구요. 그저 별 일 없는 듯이 평범하게 보일거에요. 화를 낼 필요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내 마음은 10여년 간의 용서에서 처벌로 결심했어요. 어떤 것도 마음을 돌리지 못할거라는걸 전혀 모르더군요.
당분간 커다란 현실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알게 될거에요.
2020.05.10 15:29
2020.05.10 16:00
당분간 쉽지 않겠지만 네, 가능한 물리적인 생활의 분리란게 중요하죠. 계획을 이루는게 결코 쉽지 않더라도
해낼 수 있도록 내 모든 의지와 힘을 다할거에요. 내 뜻대로 인생이 되어지는게 아니라는걸 알고 수없이 넘어져왔지만
또 수없이 다시 일어난 것도 내 힘으로 일어났어요. 마음에 정한 뜻을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요. 이루어질 때까지.
2020.05.10 18:22
2020.05.13 21:24
그 무엇보다 마음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보다 힘든 일은 없을거에요. 전 지독한 학대피해자라고 볼 수 없을거에요. 남들 눈에는요.
아버지는 내가 너희를 그렇게 키운적이 없다, 때린적도 없고 욕한 적도 없다,라고 했는데 자라면서 그 말은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나를 과잉보호하다시피했고
어머니한테는 심리적, 언어적 학대에 시달렸죠. 물을 못마시게 하다니요? 없는 집일망정 전 잘먹고 잘 입혀서 학교로 갔습니다만,,, 아버지는 내가 공부 잘하는 것이
늘 자랑인 사람이었습니다. 네, 저를 육체적으로 학대한 적이 없어요. 그러나 늘 폭력 속에서, 지옥에서 보낸 길고 긴 한 철이었죠.
욕설, 살기어린 고함소리, 때리겠다는 협박(마누라를 때리겠다는 게 퍽이나 잘난 유세였는지), 그리고 주먹질, 날라다니는 물건들, 학교에서 돌아와
부서진 집안을 보던 심정, 밤새도록 이어지는 부모님의 싸움,,,, 하루하루 거기서 탈출하려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현실에서 도망을 쳤죠.
네, 그래요, 아버지한테 직접 얻어맞은 적이 없고 욕도 들은 적이 없네요. 그대신 엄마에게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밤새도록 퍼부으면서 때리는
꼴을 지켜봐야했는데, 처자식을 다 개패듯이 패는 인간이 아니라서 본인은 면죄부가 있다고 믿는게 역겨워요.
2020.05.12 10:37
전 제가 맞고 자랐는데요. 맞아서 이도 부러지고 뭐 그랬는데...
지금 뭐 신경쓸 거 있나요. 이제 그 사람 밑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요.
2020.05.13 21:26
맞고 자랐어도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다니 다행이시네요.
저도 이 과거사에 매여 살 필요있나 지금 살기도 바쁜데
그랬어요. 10여년 이상을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어린 시절의 상처따위 보지도 못했어요.
직접 맞고 자라지 않은 사람은 직접 심하게 이가 부러지게 맞은 사람의 고통을 모르지만
Linear님도 저같은 사람 고통은 절대 모르실거에요.
저도 어릴땐 아빠가 엄마 두들겨패는 것 보고 자랐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이해도 안되는 이유들.
오빠도 두들겨팼고.. 저는 다행히(?) 덜 맞았죠. 아빠는 암으로 20년전 돌아가셨고 엄마는 그게 아빠가 엄마에게 준 선물이셨다고 해요.
아빠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때린건 암말기 선고 받기전, 엄마를 때려서 고막이 터졌다고 엄마가 타지의 대학에 있는 저한테 전화했을때.
아빠가 거기에서 멈췄기에 망정이지 저도 살인충동을 느꼈을지도 모르죠.
아빠하고 살 때 얘기는 엄마는 지금도 하기 싫어하시지요.
저는 여자로써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엄마의 약간 독선적인 성격을 알기에 아빠도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아빠랑 얘기는 안해봤지만. 이래서 자식 낳아봤자 소용없다고.
제 동거인은 가난해도 부모님 사이가 좋게 자란 줄 알았는데 동거인 어머님이 동거인 아버님의 젊었을적 외도 얘기를 털어놓으시더군요. 이혼요구하는 자기를 때리려 했다고.
그래서 다들 집집마다 사는게 비슷했구나..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