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죠.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28분! 스포일러는... 뭐 개봉 당시 예전 스파이더맨들이 나오냐 안 나오냐가 핫한 떡밥이었죠. 그 얘기는 할 거구요, 결말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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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저스 이후로 마블 영화들 포스터는 영 별로인 방향으로 닮아가는 느낌!!)



 - 전편의 쿠키 장면에서 바로 이어지네요. 미스테리오가 죽으면서 남긴 '스파이더맨이 빌런이다! 그리고 그 정체는 피터 파커다!!'로 인해 피터와 친구, 가족들 + 스타크 인더스트리까지 수난을 겪게 되는데요. 대충 코믹하고 가벼운 톤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는 동안에 피터는 MJ랑 잘 풀려서 희희낙락에 본인은 사법 처리도 안 받게 돼서 즐거움. 그리고 스파이더맨을 믿어주는 팬들 여론도 강하구요. 

 하지만 그러다 MIT 입시에서 '너님들 좀 부담스러움' 이라는 이유로 삼총사가 나란히 물을 먹으면서 상황이 꼬입니다. 자기 때문에 친구들 인생까지 꼬이는 게 안타까웠던 피터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과거를 바꾸거나 뭐 그런 거 안 되나요?'라고 묻고. '인피니티 워'에서 나름 정이 쌓였는지 우리 닥터가 쓸 데 없이 자상하게 '그럼 사람들 기억에서 니 정체를 지워줄까?'라는 제안을 하고 거창한 마법을 시전하다가 우리의 초딩 피터가 시전 중간에 자꾸 옵션을 추가해대서 그만 마법이 꼬여 버리죠. 그리고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 빌런들이 스멀스멀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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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 쓰는 진상 손님과 호구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사장님.)



 - 일단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각본을 참 영리하게 잘 썼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이번 영화의 발단이 되는 저 마법 시전 삑사리 장면을 보면 사실 완전히 캐릭터 붕괴에 개연성 상실이거든요. 아무리 요 시리즈의 피터가 철 없는 10대 컨셉이라지만 벌써 우주 구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며 겪을 일 못 겪을 일 다 겪었는데 지 친구들 대학 붙여달라고 닥터를 찾아가 그런 거창한 부탁을 하는 것도 무리구요. 하물며 우리의 고고한 닥슬님께서 그걸 덥썩 받아 물고 아무 마음의 준비도, 확인 과정도 안 거치고 다짜고짜 주문부터 읊기 시작하는 건 그냥 말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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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버스도 필요 없다!!! 나는 그냥! 막 나오는 거다!!! 라는 포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최다 출연자님.)



 근데 영화의 시작부터 코믹한 분위기를 강하게 잡아 놓은 덕에 그 장면에 별로 위화감이 없습니다. 뭐 따지고 들면서 보면 당연히 괴상합니다만, 그냥 그동안 이어지던 코미디의 연장선상으로 가볍게 은근슬쩍 넘어가버려요. 그리고 잠시 후에 피터는 닥슬에게 더더욱 심한 짓, 거의 뭐 목숨을 내놓든 히어로일 폐업을 각오하든 해야할 수위의 대형 사고까지 시전을 하는데요, 그래서 영화의 코믹톤이 진지톤을 이기는 파트가 딱 거기까집니다. 그 장면 직후부터 스리슬쩍 진지하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죠. 뭔가 이야기가 이렇게 코믹&가벼움과 진지&비극적인 부분이 그라데이션 그리듯 자연스럽게 변해가며 그 변화가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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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즐겁게)



 - 장안의 화제였던 OB 스파이더맨들의 활용도 그래요. 그냥 멀티버스 핑계로 올드팬들 극장으로 끌어내보자! 라는 발상으로 시작된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만. 그냥 불러내서 적당히 얼굴 비치고 개그랑 액션 시키고... 로 끝나는 게 아니라 토비 스파이더맨, 앤드루 스파이더맨 캐릭터와 각각의 스토리를 잘 이해하고서 그들의 이야기에서 팬들에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식으로 각본을 써놨다는 게 놀라왔어요. 따지고 보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사실 늘 비극이었고, 그 비극들 중에서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분들을 가져다가 수선(...)을 해 준 거죠. 그것도 아주 섬세하게!! 아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막판 앤드루 스파이더맨의 어떤 장면에서 다들 감동을 받지 않으셨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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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이 기다렸던 바로 그 장면!!!)



 - 어차피 세 편 더 추가 계약 상태라지만 '3부작의 마무리'로서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어리버리 미성숙 청소년 스파이더맨이 어른 되는 이야기의 마침표로서 참 적절한 사건들을 갖고 잘 엮어냈다는 느낌이었죠. MJ와의 스토리도 액션 하느라 바쁜 와중에 영화 세 편에 걸쳐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감정선을 깔아가며 잘 마무리했고요. 또 그냥 대충 '아아 나의 사명이란 이런 것!!'하고 대오 각성해서 막 자라는 게 아니라 토니, 닥터 스트레인지,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잘 묘사한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 여전히 좀 '내 취향은 아님'이라는 포지션입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더 이상 화는 못 내겠군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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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엔 청소년 드라마! 라는 걸 끝까지 확실히 하는 느낌.)



 - 암튼 역대급 우쭈쭈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산 토니, 2편에서는 죽은 토니, 3편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선배들이 계속해서 돌봐주고, 길 잡아 주고, 위태로운 순간엔 직접 몸 바쳐가며 도와주고. 예전에 했던 얘기지만 이렇게 도움 받는 자체보단 그 도움을 주는 대상이 살짝 거슬렸어요. MCU 최고의 인기 캐릭터 토니의 수제자로 물심양면 도움 받고, 또 이번 영화에선 사람들 많이 그리워하던 예전 스파이더맨들이 도와주고. 그러다 보니 정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다른 캐릭터들 인기에 묻어가며 크는 느낌이었달까. 그게 개인적으로 거슬렸는데요.

 3부작의 마무리까지 보고 나니 대략 납득이 가긴 합니다. 그냥 애초에 '주위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청소년'을 보여주는 게 요 삼부작의 테마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럴 게 아니었다면 마지막 그린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마무리를 그런 식으로 짓지 않았겠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홀로 시작하는 피터 파커를 보여주는 것이었던 이유도 딱 '이제 어른'이란 느낌을 주기 위한 걸로 보였구요. 아마 앞으로 펼쳐질 두 번째 삼부작(...)에서는 그런 쪽으로 테마를 잡아 나가겠죠. 그래서 마지막엔 캡틴 마블이든 닥터 스트레인지든 어벤저스의 어른 멤버 하나랑 대립각 세우며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 보여주지 않을까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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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나도 피터 파커니까 위 아 투게더 같지만 사실은 선배님들... 인데 따지고 보면 활동 내역은 톰이 제일 기네요. ㅋㅋ 근데 뭐 다 늙었으니 그만큼 더 활동한 걸로!)



 - 액션으로 말하자면 초반의 닥터 스트레인지 스타일 액션과 중반 이후의 전형적인 스파이더맨식 액션이 나뉘는데요. 장면 자체로 놓고 보면 전반의 장면이 오히려 더 괜찮았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의 그 인셉션스런 액션 장면은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거기에 스파이더맨을 얹어서 만들어낸 이번 액션 장면은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군요.

 후반의 액션은 뭐 스파이더맨만 셋이 나와서 스파이더맨 빌런 여럿과 벌이는 개싸움이었는데. 특별할 거 없는 그냥 '스파이더맨 액션'이었죠. 웹 스윙 붕붕 받아라 거미줄 얍얍!! 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났는데. 특별히 인상 깊거나 참신한 장면은 없었지만 이 부분엔 이미 잔뜩 깔아 놓은 드라마(그것도 x3!!!)가 있으니 액션의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볼만했어요.

 개인적으로 1편 벌쳐와의 전투는 데뷔전이라 그런지 좀 심심한 느낌이었고. 2편의 드론 배틀은 그냥 '재미가 없다!!' 수준이었어서 이 정도면 만족했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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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맨 역 배우는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하긴 한 건가? 라는 게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ㅋㅋ 결과는 나온 거 맞네요.)



 - 빌런들의 묘사나 대접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이 인기가 쩔기는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웃겼네요. 결국 최종 빌런은 그린 고블린, 그리고 유난히 인상적인 장면을 배분 받은 건 옥박사님. 이랬잖아요. 

 제 취향과 팬심상 전 레이미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의 그린 고블린은 전투 장면 측면에선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생긴 것도 너무 웃기고(온몸에 초록칠을 하고 우습게 생긴 보드 위에서 잇힝~) 특별한 능력은 안 보이면서 사용하는 무기들도 좀 구리고. 걍 각본과 연출 + 윌렘 데포의 연기가 살린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번 작에서는 뭔가 나름 최종 빌런 대우라 그런지 전투력이 한참 상승한 느낌이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전투 측면에선 전 별로... ㅋㅋㅋ 그리고 여전히 윌렘 데포의 연기가 살렸습니다. 

 덧붙여 우리들의 다정한 벗 옥박사님 괜찮았구요. 솔직히 나머지 셋은 뭐... 앤드루 스파이더맨과의 드라마 비중이 좀 있었던 일렉트로를 제외하곤 걍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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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하신 배우님들. ㅋㅋㅋㅋㅋ)



 -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삼부작의 훌륭한 마무리이고. 스파이더맨 삼대 총출동이라는 컨셉도 기대 이상으로 깊이 있고 세심하게 잘 살려서 '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은 싫고 뭐뭐 스파이더맨이 좋아서 멱살 잡혀 본다!'는 관객들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었을 것 같은 참으로 사려 깊은 팬 서비스 영화였구요.

 유머도 좋고 드라마도 튼튼하고. 근 몇 년간 본 마블 영화들 중에 완성도 측면에서 최고가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 분명한 MCU 전체 떡밥(멀티버스멀티버스멀티버스!!!!)을 깔고 가면서도 독립된 '이거슨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다!!!'라는 걸 확실하게 잡고 간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맨날 틈만 나면 MCU 질렸어 식상해 이젠 그만 볼거야... 라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다음 스파이더맨도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 웹상에서 이 영화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피터 파커 중에 누가 더 진상이냐(...)라는 논쟁을 본 기억이 나는데요. 제 결론은 공동 책임!!! (그걸 부탁하러 가는 애나 들어주는 어른이나...) 그리고 좀 집요하게 끝까지 따져보자면 사실 피터 파커의 황당한 행동은 그냥 부탁하러 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죠. 멀티버스 빌런들 처리 문제로 취하는 행동도 참 어마어마했구요. 이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이 당하는 가장 나쁜 일은 따지고 보면 그냥 순도 100% 자업자득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또 선배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참 여러 방면으로 확실한 '선배'님들이라... 하하;



 ++  친구들과 대입 얘기 나누는 장면에서 눈에 꽂혔던 대사. '뭐 안 되면 아쉬운대로 하버드라도 가면 되니까!'

 아니 이 자식들이...



 +++ 자꾸 이런 데 집착해서 죄송합니다만. 옥박사님 도대체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신 겁니까. ㅠㅜ 거기 잡혀갔던 빌런들이 모두 문제였긴 했겠습니다만. 옥박사님은 손도 못 쓰는 상황이었던지라... ㅠㅜ



 ++++ MIT 입학 관련자로 나왔던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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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많이 뵈었다 했더니 '배리' 시즌 1에 형사로 나오셨던 분이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요즘 영화에서 '배리'에 나온 분들을 자꾸 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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