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똔 체홉.  
 
갓 태어난 아기는 모두 잘 씻어서 탄생의 충격을 삭이도록 쉬게 한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머릿속에 강하게 새겨주어야 한다. "글 쓰지 마라! 글 쓰지 마! 작가가 되어선 안 된다!" 만약 이러한 처치에도 불구하고 상기한 아기가 작가적 성향을 나타낸다면 잘 달래주도록 해 본다. 만약 달래줘도 소용이 없으면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망했다" 라고 쓴다. 작가가 되려는 열망은 불치병이다.  
 
글 쓰는 사람의 길은 시작부터 끝까지 가시와 못과 쐐기풀로 덮여 있으며, 이 때문에 사고방식이 건강한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든 문필업을 피해야만 한다. 만약에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이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작가의 길로 내몬다면, 자신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견디기 쉽게 만들도록, 그 불행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규범으로 지침을 삼아야 한다.  
 
1) 우연히 글을 쓰는 경우나 운때가 맞아서 글을 쓰게 된 것은 고정적으로 전업 작가가 되는 것보다 낫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를 쓰기도 하는 기차 차장은 기차의 차장으로 근무하지 않는 시인보다 더 잘 산다.  
 
2)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은 문학 분야에서의 실패는 성공보다 천 배 더 낫다는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실망과 함께 우편함을 열었을 때의 모욕감만으로 끝나지만, 두 번째 경우는 그 이후 인세를 받기 위해 지치도록 돌아다니고, 1899년도 회수 증서로 인세를 받고 [체홉이 이 글을 쓴 해는 1885년이다 - 역주] <후속작>을 쓰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한다.  
 
3)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 글을 쓰는 것이 고작 금전 따위를 위해 저작을 하는 것보다 편하다. 글 쓰는 사람은 집을 사지도 못하고, 1등칸을 타고 다니지도 못하고, 룰렛 도박도 하지 않고 철갑상어 수프도 먹지 못한다. 그들은 간신히 배를 채울 수 있을까 말까한 음식을 먹고, 가구가 딸린 방을 빌려서 살고, 교통 수단은 자기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다.  
 
4) 명예는 가수의 낡은 누더기옷에 덧댄 화려한 바대이며, 문필로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문학가>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외래어 단어 3만개 사전>을 뒤적이지 않는 나라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5)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은 계급, 종교, 나이, 성별, 교육 정도와 가족 관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가능하다. 정신병자와 무대예술 애호가, 금치산자에게조차 글쓰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라건대 문단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은 가능하다면 성숙하고 "차를 타고 가다" 혹은 "빵"이라는 단어의 철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원문은 혁명 전 철자법에 대한 언급임 - 역주]  
 
6) 바라건대 글 쓰고자 하는 사람은 가능하면 사관생도나 남자 고등학교 학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7) 말하자면, 글 쓰는 사람은 일반적인 지성 외에도 경험이 있어야 한다. 가장 높은 인세를 받는 사람은 산전 수전을 모두 겪어본 사람이며, 가장 낮은 인세를 받는 것은 상처입지 않고 망가지지 않은 본성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전자에 속하는 것은 세 번째로 결혼한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노름해서 재산을 모두 날린 사람, 결투에 참여한 사람, 빚 지고 도망친 사람 등이다. 후자에 속하는 것은 빚을 지지 않은 사람, 약혼한 사람, 술 마시지 않는 사람, 기숙여학교 학생 등이다.  
 
8) 작가가 되는 것은 매우 쉽다. 짚신도 짝이 있는 법이듯, 그 어떤 헛소리에도 적절한 독자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수줍어하지 말라... 앞에 종이를 놓고, 손에 펜을 들고, 머릿속에 갇힌 생각을 자극하여, 집필하라. 뭐든 원하는 대로 집필하라 - 말린 자두에 대해, 날씨에 대해, 보리 음료에 대해, 대양에 대해, 시계 바늘에 대해, 작년에 내린 눈에 대해....   
 
집필을 마치면 손에 원고를 들고, 핏줄 속에 성스러운 전율을 느끼며 출판사로 가라. 현관에서 덧신을 벗고 "여기 편집장님 계신가요?"라고 물은 뒤 성전으로 들어가서 희망에 들떠 작품을 내밀어라.... 그 뒤로 일주일간 집에서 소파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면서 달콤한 꿈을 꾸다가 일주일 후에 출판사에 가서 원고를 도로 받아온다. [*원고 사본 만들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다 - 역주] 그 뒤로 여러 다른 출판사의 문지방을 넘나들어야 한다.... 모든 출판사에 이미 다녀왔고 그 어디에서도 원고를 받아주지 않으면 자신의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독자는 나타날 것이다.  
 
9) 출간이 되고 남들이 읽어주는 작가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며 렌즈콩 한 알만큼이라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 커다란 재능이 없을 경우 작은 재능도 소중히 여겨라.  
 
10) 정직해야 한다. 훔친 작품을 자기 것이라고 내놓지 말고, 같은 작품을 동시에 두 군데에서 출간하지 말고, 자기를 다른 유명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고 다른 유명 작가를 자기라고 하지 말 것이며 외국 작품을 가져다가 창작품이라고 속이지 말 것이며 기타등등. 대체로 십계명을 기억하라.  
 
11) 출판계에도 예의범절이 존재한다. 인생이 모두 그렇듯이 여기서도 남의 아픈 곳을 찌르지 말아야 하고, 남의 손수건으로 코를 풀지 말아야 하며, 남의 밥그릇에 손을 집어넣지 말고, 기타등등.  
 
12)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 처음에는 주제를 잡는다. 이 부분에서는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 전제 정치도, 심지어 전횡을 해도 좋다. 그러나 미국 대륙을 두 번째로 발견하거나 화약을 또 다시 발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이 오래 전에 이미 써먹은 주제는 피해라.  
 
13) 주제를 정했으면 손에 녹슬지 않은 펜을 쥐고, 갈겨쓰지 말고 조심스럽게, 종이의 한쪽 면에 원하는 글을 쓰고 뒷면은 건드리지 말고 남겨둔다. 이것은 종이 공장의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판단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14)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두고 손은 붙잡아둔다. 손이 글줄의 양을 좇게 내버려두지 말라. 더 짧고 날카롭게 글을 쓸수록 더 많이 자주 출간된다. 분량이 짧은 것은 저작을 대체로 망치지 않는다. 늘어진 고무는 늘어지지 않은 고무보다 연필을 더 잘 지우지 못한다.  
 
15) 다 썼으면 서명을 해라. 만약 명성을 원하지 않고, 자기가 쓴 글 때문에 얻어맞지 않을까 겁이 난다면 가명을 써라. 그러나 기억할 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 대중에게서 숨든 간에, 이름과 주소가 출판사에는 반드시 알려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편집장이 새해를 맞이하여 축하 인사를 하려는 만약의 경우에 필요해진다.  
 
16) 인세는 출간 직후에 받는다. 선금은 피한다. 선금은 미래를 갉아먹는 짓이다.  
 
17) 인세를 받았으면 그걸로 뭐든 마음대로 해라. 기차를 사든, 늪을 메우든, 본인 사진을 멋지게 박든, 핀란드에다 종을 주문하든, 아내의 옷 장식을 세 배로 늘려주든... 한 마디로, 뭐든 원하는 대로 해라. 출판사는 인세를 주면서 완전한 행동의 자유도 함께 준다. 덧붙이자면, 작가가 자기 인세를 어디다 어떻게 낭비했는지 보여주는 내역서를 출판사에 제공하기를 원한다면, 출판사는 전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18) 결론적으로 이 <규범>의 첫 문단을 한 번 더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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