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영어이름 표기가 영 익숙하지는 않는데 벡키는 진짜 괜찮은 표기인 거 같습니다. ‘베키’가 뭔가 귀욤귀욤한 어린애 같은 느낌이라면 ‘벡키’는 되게 성깔 있는 꼬마 같은 느낌이 납니다. 저만 그런 건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그렇듯 캐릭터가 다 하는 그런 영화네요. 알록달록한 옷과 귀여운 캐릭터 털모자를 쓰고 악당들을 잔인무도하게 살해하는 꼬마 여자애라니 좀 ‘모에’한 설정이죠. 그런 캐릭터 묘사나 연기 같은 것들이 이 컨셉에 맞춰 훌륭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캐릭터 보는 맛만 기대해도 목적이 달성될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이 일단은 드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어린애한테 저런 역할을 시켜도 되는가 싶기는 했어요. 굉장히 강도 높은 고어 영화입니다. 일본 만화에서는 이런 설정과 수위는 흔한 편이긴 하지만 이걸 영화로 보는 건 체감되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가 노리는 주된 수요는 고어한 전투 미소녀물을 즐기는 소비자 층입니다.


  거침없이 빠르게 직진하는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는 훨씬 영화가 정서적입니다. 베키가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혼자 남은 아빠가 그 상황을 잘 견디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그런 게 액션보다 훨씬 자세하게 나오는 편이에요. 악당들도 잔인무도하지만 생각보다는 되게 감성적입니다.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되게 진지한 게 뭔가 끈끈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어보이더라구요. 다만 그렇게 오래도록 계획을 준비했다는 악당 두목이 왜 그런 허접한 애들을 부하로 두고 있는지는 영 납득이 안되기는 했어요. 악당들도 훨씬 교활하고 잔인했으면 벡키의 폭력이 더 납득이 되었을 것 같아요.


  캐릭터를 빼고 보면 영화의 전반적인 템포나 무드는 좀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호흡이 느리고 폭력 장면은 뭐랄까 좀 치밀하지 못한편이고 고어묘사 강도에 비해서는 액션의 정서적인 흐름이 딱 들어맞지도 않는 편이었어요.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하나씩 아쉽달까 그랬습니다. 속편에서는 이런 면들이 좀 개선되지 않을까 싶구요.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좀 더 막나가거나 액션장면이 좀 더 많거나 하는 게 설정이랑 좀 더 잘어울리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하지만 할리퀸 속편처럼 너무 팬시한 것도 이 설정이랑 잘 안붙을 것 같구요. 이런 건 뭐 만드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죠. 마지막 장면에서 베키를 두고 형사들이 ‘걱정되는 건 쟤가 겪은 일이 아니라 벌인 일이다’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이 캐릭터가 제정신일 수 없다는 걸 작가도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어떻든 평범하게 살기에는 글러먹은 이 꼬마가 저도 많이 걱정이 되었어요.


  속편이 나오면 챙겨보기는 할 것 같아요. 좀 아쉬웠지만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워낙 설정이 강력하니까요. 재밌는 영화 추천해 주신 로이배티님께 이 리뷰를 바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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