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98분이구요. 장르는 제목에 있네요. 결말이 어떤 식이라는 스포일러가 있지만 디테일은 안 적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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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심플한 제목 덕에 구글 검색을 하면 영화 수십개가 섞여서 뜹니다. ㅋㅋㅋ 이 분들 작명하실 때 검색 배려 좀!)



 - 한 남자가 피칠갑을 하고 경찰서에 있어요. 방금 자기 애인이 죽었고 범인은 연쇄살인범이라네요. 근데 그 살인범은 자기를 죽이지 않고 그냥 떠나면서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겼어요. 그리고 형사님의 질문에 따라 자기 애인을 만났던 그 날을 회상합니다. 그게 뭐... 대략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젊은 물리학자이자 시간 여행 덕후에요. 그래서 어느 날 밑도 끝도 없이 '시간여행자 모임 파티'라는 걸 열었는데 애인은 그 파티에서 만났죠. 그래서 9개월여를 어찌저찌 인생 최강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한 겁니다. 그리고 본인의 직업대로 자기 애인을 살릴 방법을 찾는 거죠. 그래, 내가 반드시 시간 여행을 위한 공식을 완성해내겠어!!! 네, 장르상 당연히 그게 성공은 하겠지만요, 그게 또 장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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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듣보 영화라 그런지 짤이 거의 없어요. 재밌는 건 더더욱 없구요. 그래도 일단 건진 주인공 짤.)



 - 참으로 짧고 무성의한 제목이죠. 영화 제목이 '루프'라니 장난합니까. ㅋㅋㅋ 근데 여기에서 더 기가 막힌 건 이 제목의 기능입니다. 이건 결국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스포일러로 작용을 해요. 제가 위에 적은 도입부 설명을 보세요. 이건 루프물이 아니라 그냥 시간여행물이잖아요? 근데 제목을 당당하게 '루프'라고 붙여 놓았다는 건 결국 이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이 영화가 관객들을 상대로 어떤 게임을 걸 것인지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해주마!' 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걸까요 아님 그냥 순진무구했던 걸까요. 제 느낌엔 후자였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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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해야 할 여인은 이 분이신데... 생각해보면 시간 여행으로 여자 구하는 이야기는 한국에도 꽤 많았던 것 같기도.)



 - 타임 루프가 소재라면 뭐라도 일단 보고 보는 제 생각에 이 세상의 루프물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흔한 경우는 시작 부분에서 루프에 갇힌 주인공이 반복되는 개고생을 겪으면서 결국 그 순환을 끊어내는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고요. 다른 하나는 어찌저찌 시간 여행으로 고생하던 주인공이 본인의 노력이 실패한 결과로 영원히 뱅뱅 도는 닫힌 고리를 만들어 버리는 경우죠.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은 루프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니 결말은 당연히...


 뭐 그렇습니다. 결국 운명론적 결말을 맞는 이야기구요. 그 운명론에 그럴싸한 감흥을 첨가하기 위한 게 주인공의 애절한 로맨스가 되는 거죠. 그리고 영화는 그 로맨스에 추진력을 첨가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데요. 그게 뭐냐면, 영화가 시작하고도 한 시간 동안 시간 여행 없이 빌드업만 하는 겁니다. ㅋㅋㅋ 드디어 역사적인 첫 시간 여행을 하는 순간 제가 시간을 확인해봤거든요. 대략 56분쯤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이 영화엔 시간 여행이 안 나와요. 없어요. 그저 주인공의 불쌍한 연애담과 빌드업을 위한 갖가지 자잘한 사건들만 보면서 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뭐 꼭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관람 결정에 참고하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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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내내 주인공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시길래 제 의심을 샀던 형사님. 사실은 걍 각본가 편하라고 그러셨을 뿐... ㅋㅋ)



 - 그리고 그 한 시간의 런닝타임은 그냥 정서적 빌드업 말고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게 결국 시간 여행 시전을 통해 루프를 완성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러니까 그 전반부에서 이런저런 사건들과 장면들을 늘어 놓고서, 후반부에서 '그게 결국 다 주인공의 시간 여행 때문이었다!' 라는 걸 보여줘서 관객들을 놀래키고 감탄하게 만들겠다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고. 그게 그 한 시간의 존재 이유입니다.


 솔직히 개인적 판단으론 이건 스포일러 축에도 안 듭니다. 시작부터 완전 티가 나거든요. ㅋㅋㅋ 자꾸만 안 중요해 보이는 걸 의미심장하게 보여주는 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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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정체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너무 투명하게 다 보여요.)



 - 여기까지만 읽어 보시면 그냥 평범 무난한 시간 여행물 아니냐. 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는데요. 제가 글 제목을 저렇게 적은 건 이유가 있습니다.

 각본이... 그러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참 많이 허접합니다. 뭘 의도하고 있는지 그냥 싹 다 아주 시원하게 들여다 보여요. 덧붙여서 전개의 편의를 위해 좀 바보 같은 상황을 자꾸만 만들어내죠. 


 주인공의 시간 여행이 대표적입니다. 그냥 여자 친구 살리겠다고 결심하니 몇 달만에 완전 혼자 힘으로 시간 여행 이론을 완성하구요. 그 이론은 칠판 한 바닥 판서로 다 설명 가능할 정도로 심플하구요. 시간 여행을 위한 장비 같은 건 걍 '뚝딱!' 하고 완성됩니다. 심지어 크기도 작고 전력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구동 전원으로 충분하네요. 이건 뭐 토니 스타크도 울고 갈 역대 영화 주인공 중 원탑 천재... ㅋㅋㅋㅋ


 이런 것 외에도 계속해서 '아니 저게 뭐람???' 하고 놀라게 만드는 장면들 투성이에요. 도입부에서 두들겨 맞은 주인공이 피칠갑을 한 채로 아무 치료도 안 받고 경찰서에서 질문에만 답하다가 그냥 나간다거나. 경찰서장이 주인공 위로한다고 불러서 덕담하다가 '저거 자료 좀 주세요'라는 한 마디에 연쇄 살인범 관련 자료를 통으로 싹 다 정리해서 줘 버린다거나. 뭐... 끝이 없습니다. ㅋㅋ 보면서 '차라리 좀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었음 좋았겠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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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타임 머신 개발 쯤이야 뭐 대수겠습니꽈!!!)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또 이걸 즐겁게 봐 버리고 말았는데요. ㅋㅋㅋ 그게 뭐 이 영화에 무슨 장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굳이 꼽자면 장점이 없진 않아요. 한 시간이나 빌드업에 투자하는 만큼 주인공의 간절함은 충분히 와 닿구요. 또 배우들도 각자 자기 역할 잘 해주구요. 주인공과 애인, 그리고 누나와의 관계 같은 건 그냥 평범하게 보기 좋아서 평범하게 이입할만 합니다. 그렇긴 한데, 제가 즐긴 포인트는 다른 거였구요.


 그게 뭐냐면 천진난만한 타임 루프 영화를 보면서 속이 투명하게 다 들여다 보이는 각본의 의도를 맞추는 놀이를 하면서 봐서 그랬습니다. ㅋㅋ 아 지금 나타난 저 낯선 사람의 정체는 뭐겠구나. 아, 이 교통 사고는 나중에 뭐뭐 때문이었다고 밝혀지겠군. 아, 아까 나왔던 그 대사가 사실은 대충 이런 의미였겠네? 이런 식으로 대충 막 찍어보면 나중에 거의 다 맞아요!! 천재가 된 기분!!!! 뭐 이런 즐거움을 주는 상냥한 각본인 것입니다....... 하하.


 덧붙여서 그러다 보니 초반을 보면서 제가 놓쳤던 떡밥들을 발견하면 뭔가 각본이 생각보다 세심한 것 같다는 호의적인 기분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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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베이스로 깔리는 드라마나 캐릭터는 무난하게 괜찮아요. 계속 짓궂게 놀리고 있지만 전 '그럭저럭'으로 봤습니다.)



 - 대충 할 말은 다 했네요.

 '난 타임 루프물이면 어지간하면 다 재밌게 본다'는 분들 아니면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고일대로 고인 이 장르에 뭔가 신작이 추가가 된다면 당연히 기존에 없던 참신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게 정말 1도 없는 이야기에요. 전 워낙 취향이 괴상해서 '아니, 각본이 이렇게 순진할수가!!' 라며 그걸 즐겼습니다만. 이게 정상적인 재미는 아니니까요. ㅋㅋ

 그래서 비추천입니다만. 어쨌든 전 심심하진 않았다는 거.




 + 브라질 영화입니다. 그래서 축구 드립이 자꾸 나와요. 어쩌다 주운 강아지 이름 붙이는 장면이 웃겼네요. 축구국의 영화다운. 하하...



 ++ 극중에서 주인공이 '내가 옥상에 미니 핵발전기를 설치했지' 라는 대사를 치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설마 그게 진짜였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워어어어어어낙 격하게 천재셔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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