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시리즈가 제가 얼추 세어본것만 최소 열일곱편은 되더라구요.
제가 세어본 목록은 이렇습니다.
아이언맨 세 편, 캡틴 아메리카 세 편, 토르 세 편, 어벤져스 두 편, 가디언즈오즈갤럭시 두 편,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홈커밍, 블랙팬서
인크레더블 헐크를 빼긴 했는데 하여튼 많습니다. 모르긴 모르지만 줄거리, 세계, 배우를 공유하는 시리즈로는 영화사 최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부 연속된 시리즈다보니 어디 하나 빼먹기가 애매해집니다. 슬램덩크 풍전 전이 별로라고 빼먹고 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 시리즈가 좋은 사람은 결국 다 봐야 합니다. 아이언맨2든 윈터솔져든. 티켓값은 똑같구요.
장점도 있습니다. 좀 모자란 취급 받는 몇몇 작품도 어쩧게든 본연의 목적, 나쁘게 말하면 예고편, 좋게 말해 세계관 구축의 역할은 잘 해냅니다. 토르1이 없었으면 어벤져스1에서 헐크가 로키 붙잡고 두더지잡기 할때의 쾌감이 덜했을겁니다. 그리고 전 그런 장면의 쾌감이 어벤져스1을 좋은 영화로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결국 본 작품에 주어진 두시간 밖에서 즐거움을 끌어다 쓴것 아니냐는 생각은 하지만, 시리즈가 다 그런거겠지요. 마블 시리즈는 그 규모가 커진 만큼 시리즈 내에서 서로 재미를 나누는 면을 크게 키워놓은 것이겠구요.
그리고 이건 요즘 디시 영화 시리즈가 가장 못하고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맨 오브 스틸 나왔을때 누가 지금의 이 지경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여기 나온 슈퍼맨은 멋있습니다. 고뇌도 좀 하고, 힘도 빡 세고, 심지어 효자예요.
근데 시리즈 뒤로 가면서 이 멋있는 슈퍼맨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 전력을 다한 슈퍼맨은 이어지는 돈 오브 저스티스에서 거짓말처럼 참패합니다.
아무 재료, 제약 없이 시작했을땐 제법 근사하게 출발하더니, 뭘 좀 엮어볼라치면 족족 고꾸라집니다. 돈 퍼붓고 감독 퍼붓고 캐릭터까지 들이부어서 만든게 저스티스 리그입니다. 여러분 저스티스 리그보다 염력이 더 재밌습니다. (진짜로)
하여튼 지금의 디시 시리즈에서 여러 캐릭터 나온 영화는 다 후집니다. 제대로 엮지를 못하니까요. 토르1 별로라고 하지만 그거 상관 없습니다. 어벤져스에 토르가 나올때 아무도 어색하게 안보잖아요. 토르1은 제 몫을 다 했습니다. 반면 저스티스리그는 슈퍼맨, 원더우먼, 심지어 아직 단독작품도 못나온 배트맨까지 주요 캐릭터를 하나하나 열심히 살해하는 중입니다. 이건 살해예요. 제작진에 의한 주도면밀한 살해입니다. 이 캐릭터들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죽었습니다. 시리즈 내에서 이 뒤에 어떤 작품이 나온들, 놀란 형제를 다시 모셔서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뛰어넘는 작품을 다시 뽑아내도, 저그티스 리그에 나온 그 어설프고 어색하고 유치한 모습들을 지우진 못하게 됐습니다. 아니 다크나이트가 아니라 시티즌 케인 할애비가 와도 이건 못살립니다. 캐릭터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죽였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쭉 갈라버렸습니다. 지들도 속쓰리겠지만 내 속이 더 쓰려요. 돈 만원 싸지 않습니다. 황금알을 보려고 기꺼이 꺼냈는데 눈앞에는 오체분시된 거위뿐이었습니다.
원래는 블랙팬서 얘기에 앞서서 제가 갖고있던 히어로 영화에 대한 짧은 생각을 풀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너무 딴 얘기로 벗어나버렸습니다ㅜ 전 왜 얘기를 정리해서 쓰지를 못할까요.
원래는 글 제목 뒤에 (스포일러 함유) 라고 적었었는데 제목 고치고 올려야겠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나중에 블랙팬서 얘기 다시 해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디씨에 대한 이야기 정말 공감합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완전 죽여버렸어요. 재미있게 읽었고,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