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오래 사귈 없는 알고 만난 거라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니 섭섭하네요.

헤어질 운명 전에 그의 마음도 아무래도 처음 같지 않은 것 같아 더 섭섭하고요.


그런데 이번 연애는 여러가지로 저에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친구는 외모가 그렇게 근사하지 않아요. 네이단 레인이 살이 빠진 모습 같은데 머리가 반은 벗겨지고 배는 불룩하고 어깨는 매우 좁고 팔근육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사실 여태껏 사귄 사람들 절반은 게이월드에서 나름 유명한 외모의 소유자들이었거든요. 이전엔 외모를 많이 봤었나봐요.


저는 처음에 별로 만날 생각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 그래서 술이나 얻어먹자 하는 맘으로 나갔습니다

첨에 만났을 때부터 외모는 정말 취향이 아니었는데..이야기 하다보니 너무 웃긴 거에요. 그리고 특유의 웃음 소리가 있는데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뭔가를 나에게 설명해주는 정말 좋아했어요. 난민문제, 영어의 어원, 도시의 역사 등등미술관에서 작품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아했고요.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정말 친구의 외모가 아닌 내면을 사랑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만약 남자친구야라고 소개하면 저를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친구의 형편없는 외모와 어처구니없는 패션센스까지  좋았습니다. 계속 함께 있다면 커밍아웃할 용기도 같았으니까.


그리고 산전수전 겪은 중년의 만남이다 보니 인생 살아온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10대의 가슴 설레는 그런 감정이라기 보단 이사람 저사람 이런일 저런일 겪으면서 알게 인생의 경험을 서로 공감한다는 멋진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흰머리카락과 벗겨진 머리, 주름살이 더더욱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떤 역사를 견뎌온 아름다움이랄까요..그런 걸 느꼈습니다.


섹스에 관해 이전 ex들과는 달랐던 좋고 싫고를 명확하게 말해주는 거였어요. 너가 이렇게 해주는 좋아’ ‘이번엔 이게 좋았어’ ‘지금 아프게 하고 있어. 이렇게 해줘.’ 등등 구체적으로 말해주니까 훨씬 편하고 즐거운 관계를 있었습니다


이제 조만간 헤어지면 내가 어떻게 지낼까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텅빈 침대에서 아침에 혼자 깨어나면 공허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겠죠. 어쨌든 이번 연애를 통해 진실한 관계가 어떤 건지 깨달았고 제가 생각보다 sweet하게 행동할 있다는 알아서 다음 연애에는 제가 잘할 있을 같단 자신감이 들어요. 너무 늦게 깨달아 이상 소용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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