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커서 보니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예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에서요. 술은 가까워져야 하는 인간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필요하고, 운동은 젊은 시기를 연장하기 위해 필요하니까요. 


 '젊은 시기를 늘린다'라고 하니 좀 우습긴 하네요. 이카루스의 무의미한 날갯짓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늦든 이르든...이카루스는 언젠가는 땅에 처박힐 운명이니까요. 모든 인간들이 그렇듯이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적어도 오늘은 날개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 수밖에요. 언젠가는 날개가 녹아버릴 거라는 사실 때문에 우울해하며 살아 봤자 귀중한 오늘만 날리는 거거든요.

 


 2.하여간 어쨌든...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해 보니 가장 신경써야 할 건 의외로 따로 있어요. 그건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술이든 운동이든, 술자리나 피트니스에 가면 어쨌든 효과는 있어요. 술자리를 같이하면 술을 열심히는 안 마셔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고 운동을 하러 가면 꼭 미친듯이 무리해서 하지 않아도 얼마간은 몸상태가 나아질 수 있죠. 


 문제는 도전 욕구가 시동되어서 미친듯이 폭음을 하거나 미친듯이 무거운 것에 도전할 때죠. 그러면 대체로 몸이 상하게 되거든요. 술을 무리하게 많이 마시면 다음날 속이 뒤틀리고, 무리하게 무거운 걸 들다보면 몸의 어딘가가 고장나니까요.



 3.그러면 꽤나 기분이 우울해진단 말이죠. 술 때문에 다음날 고생하게 되면 다시는 술을 안먹겠다고 맹세하고 싶어질 정도로 고통스럽거든요. 게다가 나는 남들처럼 토를 잘하는 편이 아니예요. 한번 토하려면 8시간 정도는 고생해야 하는데, 토하기 위해 8시간동안 손가락을 밀어넣다 보면 나중엔 목젖이 생채기투성이가 되어버려요. 문제는 상처투성이가 된 목젖으로 위액이 올라오면, 그 위액때문에 2중으로 목이 아프다는 거죠. 


 운동도 그래요.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면 당연히 그 부위의 운동은 못하게 돼요.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까운 부위를 쓰는 운동도 무리고요. 그래서 피트니스에 가봐야 손가락만 빨다가 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걸 겪고 나면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 감사하게 되기도 해요.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몸이 아프지 않다는 건 절대로 디폴트 상태인 게 아니라...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태라는 걸요. 


 

 4.휴.



 5.아무래도 위의 두 경우...폭음을 하거나 폭주 운동을 하는 경우는 대개 누군가에 의해 부추켜졌을 때예요. 경쟁 의식이 부추켜지거나 도발을 당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죠.


 사실 운동을 무리하게 되는 경우는 잘 없어요. 왜냐면 지금 다니는 피트니스는 온통 노인들 뿐이거든요. 노인들이거나 중장년의 아저씨들, 중년의 아줌마들 정도니까요. 그들이 무얼 하던간에 경쟁 의식이 부추켜질 일은 없죠. 게다가 내가 피트니스에 가는 시간대 자체가 더욱 더 은퇴한 노인들이 오는 시간대고요. 좀 젊은 회원들은 그래도 직장이 끝나고나서 오니까요.


 문제는 외국인이예요. '외국인은 흔적을 남긴다.'라는 주식판의 명언이 있잖아요? 주식판의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피트니스의 외국인도 흔적을 남기거든요. 가끔 운동 기구의 셋팅이 말도 안 되게 무겁게 되어 있거나 사이클의 셋팅이 말도 안 되는 다리길이의 셋팅으로 되어 있는 걸로 말이죠. 그들이 다녀간 표식인거죠.


 그럴 때는 매우 화가 나요.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그런 걸 보면 '감히 내 구역에서 나보다 무거운 걸 드는 놈이 있다고? 이건 나를 모욕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법이잖아요? 남자라면요. 그래서 그 셋팅에서 한단계 더 올린 무게로 들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다가 다치고요. 



 6.그래도 뭐 어쨌든...무리한 운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긴 해요. 문제는 술자리죠. 


 사실...전에 썼듯이 나는 술자리에 술을 마시러 가는 건 아니예요. 세상에는 술자리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술자리에 가거나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술자리에 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니죠. 나는 무조건 여자를 보러 술자리에 가는 거니까요. 무조건은 아니고, 99% 정도는요.


 그래서 술자리에 가도 술을 잘 마시지 않아요. 왜냐면 오늘 술을 많이 마셔버리는 실수를 하면 내일은 여자를 보러 갈 수가 없잖아요? 술을 마시러 온 게 아니라 여자를 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술따위는 마시지 않죠.


 

 7.문제는 도발해오는 놈들이예요. '에? 은성씨는 의외로 술을 못하네.' '에에에? 오빠는 술이 약하네.'라는 말을 하는 놈들이요.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이런 모욕을 들으면 몹시 화가 나요.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저게 무슨 모욕이 되냐고요. 하지만 아니예욧! 저런 걸 생각만 하는 건 괜찮지만 말로 꺼내서 던진다는 건 이미 모욕당한 거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때부터는 절대 물을 섞지 않고 원액으로 마시기 시작하는 거죠. '43도밖에 안되는 술에 물을 타먹을 수는 없지.'라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사실 나는 술이 약하기 때문에...그렇게 하면 다음날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예요. 문제는 그런 도발을 당하는 횟수가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는 거죠.



 8.게다가 진짜 무서운 경우는 이거예요. 위에 썼듯이 '여자를 보기 위한 술자리'는 연일 이어지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가끔...연속으로 4일 마시는데 하필 4일째 되는 날에 저런 도발이 날아오면? 그건 큰 문제가 되죠. 마치 뿌요뿌요의 블럭이 쌓이고 쌓였다가 한번에 폭발하는 것처럼 연쇄작용이 일어나거든요. 아무리 술자리에 가서 술을 안마셔도 원액 기준으로 보면 3잔 이상은 마시니까요. 4일째 술을 마시러 간다면 이미 위스키가 여러 잔쯤 쌓여 있는 상태인 거죠.


 바로 지난 목요일이 그런 날이었어요. 사실 나라도 4일 연속 술자리에 가는 경우는 그리 없어요. 그날은 월, 화, 수요일 술을 마시고 목요일에 해장을 하기 위해 차이나를 만난 거였어요. 나베요리로 해장을 하려고요. 어차피 차이나는 다음날 일찍 출근해야 하니 술마실 일도 없겠다 싶었고요. 기껏해야 논알콜 피냐콜라다나 먹으러 가겠지...싶었죠.


 한데 차이나가 '큭큭큭, 내일 반차를 내니 오늘 기분이 좋군요. 내일은 점심쯤에 회사를 가면 됩니다.'라고 말해서...그만 다시 술을 마시러 갔어요. 그렇게 4일 연속으로 간 술자리에서 술을 잘 못마신다는 도발을 듣고, 좀 많이 마셨다가 다음날부터 주말동안 죽는 줄 알았더랬죠. 그 술자리의 일은 다음에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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