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농담에 대처하는 방법?

2022.03.30 16:05

노리 조회 수:986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친한 지인들이 어울리는 자리였고, 그 중 한 명이 제 몸에 관해 불쾌한 농담을 했어요.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제 얼굴은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족도 동행한 자리였는데, 자리를 파하고 뒤늦게서야 '너는 왜 침묵하고 있었지?'란 의문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이에 관해 꽤 오래 이야기하였습니다. 가족은 제 지적에 다소 부끄러워 했어요. 그리고 내 불편한 기색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하더군요. 하지만 아니에요. 그건 아니었어요. 그 농담이후로도 그이는 주절주절 불쾌한 소리를 이어나갔고, 나뿐 아니라 일행은 잠시 어색한 침묵 속에 있었으니까요. 적어도 맞장구치기는 힘든 불편한 말이고 분위기라는 것을 다들 인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침묵하고 있었던 건데? 무슨 남성연대같은 것이냐고 규정한다면 이건 또 과도하지 않은가도 싶은데, 그럼 과연 우리는 왜 조용했던 것일까요?


불쾌한 농담을 하던 이와의 관계는 끊어졌습니다. 애초 망가져가던 사람이어서 우리는 그와의 대화 가능성에 회의적이기도 했구요. 몇 해간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혀 들어버릇하던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서서히 그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고립되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불쾌한 농담의 당사자가 자신이건 곁에 있는 사람이건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말을 건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당사자가 자신일 경우, 예전보다는 대처에 요령이 꽤 생겼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 한 무리 안에서의 일이라면 이 나이먹고도 아직은 대처가 서툰 것 같습니다. 


역으로, 상대에게서 제 발화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저역시 그 말에 불편했지만, 그에 앞서 제 말의 무엇이 상대에게 불편했는지 또 오래도록 생각하였습니다. 우리가 좀더 길게 대화나눌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제 발화의 의도치않은 의미에서 불러일으켜진 그 불편의 내용을 좀더 상세히 알았으면 했거든요. 순발력있게 상대의 허를 때리는 농담은 기실 제 적성과 능력이 아닙니다. 무대 비슷한 것에 서면 벌벌 떠는 사람인 걸요. 하지만 침묵한 채로 귀가해서야 뒤늦게 가슴을 치는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명하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면 좋겠지만 그걸 못한다고 해서 흉은 아니죠. 대신 정확한 순간에 정확하게 표현해보려고 노력하기로 합니다. 당신에게 살을 날리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고자 한다는 제스쳐를 유지하면서요. 


윌 스미스의 주먹을 옹호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수호되려면 역시 다른 목소리들도 있어야 겠지요. 침묵은 옵션이 아닙니다. 

록산 게이의 칼럼 공유합니다. 요즘 무대 코미디 보는 것에 맛을 들여서 희극인들의 대단함에 대한 글을 써보려 했는데요, 크리스 락때문에 좀 짜게 식었..ㅜ 


https://www.nytimes.com/2022/03/29/opinion/culture/will-smith-oscars-roxane-gay.html?fbclid=IwAR30Jdv4LbuMaBirePQyh0zOLz1nYMPU2MFNAxtYpnAq1LpQ4RWeBJ1P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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