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나오는 답안은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조국을 날려서 검찰 조직의 권력을 보존한다, 일 겁니다. 저도 일단 여기에 동의해요. 그럼에도 궁금한 점이 있어요. 정말로 조국을 날리면 검찰개혁이 멈추긴 멈추냐는 것이죠. 


검찰개혁을 제1의 목표로 삼아온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반이 넘게 남아있어요. 게다가 이번 사태로 여권 지지자+@에게 검찰개혁이야말로 세상 두쪽나도 당장 시행해야할 미션이고, 검찰이야말로 자한당보다도 더 심각한 사회의 적폐 중의 적폐로 부각되었죠. 그래서 조국이 날아가더라도, 아니 조국이 날아가면 오히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는 더욱더 강렬해 질 겁니다. 청와대에서도 다음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보다 더 강경한 사람을 고르고 고르겠죠. 임기 내 한 번 더 남은 검찰총장 인사권을 활용해서 차후에 합법적 검찰 물갈이를 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조국이 날아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연말에 있을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투표 자체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요. 민주당(+손혜원, 문희상), 정의당, 민중당 합치면 138명이고, 평민당+대안정치연대+바미당+무소속 의원 중 호남에서 재선하고 싶은사람 합치면 과반인 149명 넘어가거든요. 이거 기명투표라서 반란표 나오기도 어렵고요.  


그럼 이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면 총선에서 여당을 무너트리는 수 밖에 없어요(사실 이것도 애매한게 어쨌든 법안 자체는 총선 전에 통과되니까요) 의지는 강렬하지만 개혁을 지속할 능력은 없게 만드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그럼 윤석열과 검찰에게 좋냐, 그리고 구현이 가능하기는 하냐는 거에요. 


우선 윤석열 본인에게는 되게 애매합니다. 아시다싶이 윤석열은 친박세력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에요. 물론 그 죄가 이번 사태로 어느 정도 덜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한당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검찰 내 세력을 밀어내고 따로 윤석열을 계속 돌봐줄 사이는 아니죠.토사구팽하면 모를까.


게다가 그 총선승리의 주역이 될 자한당 대표는 황교안이에요. 그런데 황교안은 공안통이죠. 그리고 대대로 자한당 계열과 관계를 맺어온 라인도 공안부고요. 반면에 현재 검찰 지휘부는 특수부에요. 공안에게 내내 밀리다가 현 정권 덕분에 주류자리를 차지하게된 그 특수부요. 그래서 만약 다시 자한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면, 검찰 개혁이야 뭐 어영부영될 지 몰라도, 현재의 윤석렬을 정점으로 한 특수부 계파의 권력도 애매해져요. 예전의 넘버 투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는거죠. 


더 문제는, 저런다고 총선에서 자한당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에요. 조국 날아가는게 여당에게 악재야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총선 판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는지는 또 논외거든요. 게다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라도 해서, 현 정권이 안정화 된다면 그때 검찰은 진짜 피똥싸는거죠. 다시말해 총선에서 자한당을 이기게 한다는 류의 전략은 리스크는 높고, 리턴은 애매한 전략인 셈이죠. 


그래서 전 여전히 좀 찜찜해요. 뭐, 그냥 검찰의 발악이다, 라고 생각하면 쉽기는 한데, 그게 전부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어쨌거나 윤석열에게는 조국은 법무부장관, 자신은 검찰총장이 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꽤나 있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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