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진통제

2019.11.09 10:11

어제부터익명 조회 수:688

친구 하나가 최근에 부동산 관련 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되었어요.

피해 금액은 2억 정도.

갭투자 관련한 깡통 전세 사건이었는데 법적인 소송과 형사 입건이 오고가고 한 거 같지만 

결과적으로 보상금은 한푼도 얻어내지 못했어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2억이라는 돈의 가치보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친구가 소진해야했던 인생의 시간을 생각했어요.

그리 풍족한 집안도 아니고 현재 벌이도 충분하지 않아요. 

게다가 피해 금액의 상당 부분은 역시 은행 대출 받아서 마련한 거였고요.

어림잡아도 그 사람 인생의 10년 정도는 소진하고 집착해야 

비로소 2억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사건의 전말을 들은 저는 금액의 얼마라도 받아낼 구석이 없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부동산 관련 법률 사례 등을 찾아보고 그 친구에게 연락했어요.

그런데 그는 이미 이 사건에 대해 더는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더군요. 

사실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때조차도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어요.
그가 이번에 겪은 시련조차도 인간의 좁은 인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다른 거시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는 마르크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라도 종교에 의지해 지금의 통증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엊그제 친구는 같은 평수의 집을 구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았고 

이번에는 등기부등본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28
125728 군인권센터 전 소장 임태훈씨가 민주연합의 비례대표 공천에서 컷오프 당했습니다... [39] Sonny 2024.03.14 1029
125727 휴 그랜트 코난쇼 catgotmy 2024.03.14 182
125726 [왓챠바낭] 어쩌다 얻어 걸린 샘 페킨파,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3.14 285
125725 옛날 애니메이션 점박이... [2] 돌도끼 2024.03.13 186
125724 에피소드 #80 [2] Lunagazer 2024.03.13 70
125723 프레임드 #733 [4] Lunagazer 2024.03.13 74
125722 제시 아이젠버그 코난쇼 [2] catgotmy 2024.03.13 282
125721 [웨이브바낭] 조금 건너 뛰었지만 결국 순리대로, '헬보이2: 골든아미'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3.12 323
125720 프레임드 #732 [4] Lunagazer 2024.03.12 79
125719 오늘도 티빙 야구 중계로 시끄럽군요 [4] daviddain 2024.03.12 409
125718 인스턴트 커피는 카누가 제일 낫군요 [6] daviddain 2024.03.12 467
125717 '정복자 칼' [2] 돌도끼 2024.03.12 147
125716 드라마 "눈물의 여왕" 이 시작되었군요...(박지은 작가) 왜냐하면 2024.03.12 428
125715 '정의의 외계인' [2] 돌도끼 2024.03.12 184
125714 [왓챠바낭] 하찮게 허허실실 은근 재밌는 소품 호러, '클렌징 아워'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3.12 219
125713 축구를 아니까 프랑스 사람 만나서 [3] daviddain 2024.03.11 171
125712 아카데미 역시 "오펜하이머"의 예상된 수상이군요 [1] 산호초2010 2024.03.11 331
125711 프레임드 #731 [2] Lunagazer 2024.03.11 47
125710 아이유 월드투어 콘서트 HER 후기 [2] 칼리토 2024.03.11 374
125709 방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인종차별 논란 말이죠... [23] Sonny 2024.03.11 15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