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입니다. 네이버 표기는 국내 개봉 기준이라 2018로 적혀 있지만 어디까지나 2017년작이고 오우삼의 최근작이에요. 어제 첩혈쌍웅을 보고 나니 오우삼의 현상태가 궁금해져서 찾아봤죠.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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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가장 보기 나은 포스터)



 - 영화가 시작되면 일본 지방의 소도시 같은 데가 나옵니다. 우리의 주인공, 유병재를 닮은 변호사 아저씨가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주점에 들어가요. 거기엔 하지원 + 1인이 장사를 하고 있고 유병재씨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하지원과 쌩뚱맞은 교감을 나눈 후 야쿠자스런 손님들의 등장 후 자리를 비우는데. 하지원 + 1인의 정체는 킬러. 야쿠자스런 손님들을 오우삼식 액션으로 다 정리해버리죠. 그리고 장면은 도심으로 점프.


 ...뭐 됐구요. 우리 변호사 아저씨는 거대 제약 회사 관련 일을 맡아 해주고 있어요. 회장님으로 쿠니무라 준이 나오네요. 그리고 변호사 아저씨가 그 회사 관련 일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겠다고 선언한 그 다음 날, 이 분은 갑작스럽게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심지어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도 악당에 매수된 상태여서 꿈도 희망도 없네요. 하지만 어찌저찌 도망은 치게 되었고.


 그때 또 갑자기 등장하는 정의의 형사님. 위험하기 그지 없는 싸이코 인질범들을 간지나게 한 방에 해결하고, 걸리적거리지만 영화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운 신입 여형사와 함께 변호사님을 쫓습니다... 뭐 대충 이렇게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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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용...이 아니라 '캐릭터 비중'이 가장 잘 반영된 정직하고 친절하지만 촌스러운 버전의 포스터. 제일 예쁜 여자 사진이 없다)



 - 뭐 길게 말할 의욕이 안 생기는 영화네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우삼은 망했습니다. 흘러갔어요. 이젠 꿈도 희망도 없네요.

 스토리는 개판이고. 캐릭터는 실종되었으며. 인물들의 행동을 보면 논리도 감정도 다 설득력이 없습니다. 현실성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그 없는 기대를 가볍게 극복해내고서 황당하게 만들어주고요. 그나마 살아 있는 건 액션... 이긴 한데 그것도 좀 희미해요. 스토리와 캐릭터가 전혀 안 받쳐주는 액션씬은 나름 괜찮게 만들어도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된다.... 라는 증거로 쓰일 수 있겠다 싶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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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의 흥행이라는 염원을 담아 사기치는 버전의 포스터)



 - 그래서 영화 자체 보다는 '이 영화는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게 훨씬 재밌는 작품입니다.


 1. 일단 오우삼 본인이 제일 큰 문제죠. 본인이 잘 나가던 시절에서 그냥 변화를 멈춘 채로 역량은 떨어져 버렸어요. 그리고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느낌까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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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둥!!!)

 

 사실 이게 원작이 있는 영화인데, 원작의 내용을 대충 찾아보니 이런 식의 오우삼식 액션물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사회 비판이 가미된 진중한 스릴러로 만들어야할 이야기를 환타스틱 SF(!!) 액션물로 만들어 버린 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이런 식으로 바꿔도 이야기가 그럴싸해질까?'라는 고민을 아예 안 해버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건 첩혈쌍웅 시절 액션물이야! 라는 생각에 집착하게 돼 버린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영화로 만들었을 리가...

 

  뭣보다 그렇게 영화를 본인 스타일의 액션물로 만들려다 보니 개연성이 날아가도 너무 심하게 날아가서 영화를 완전히 망가뜨려요. 대표적으로 주인공. 이 양반은 그냥 변호사입니다. 그냥 변호사요. 근데 누명을 쓰는 그 순간부터 갑자기 제이슨 본이 되어 초인적 활약을 펼치죠. 제이슨 본이야 원래 정체가 그런 사람이니 그 액션을 재밌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냥 변호사'가 아무 이유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그러고 있으니 이걸 진지하게 봐 줄 수 있겠습니까. 그냥 '지나치게 도망을 잘 간다' 정도는 이런 스토리의 디폴트라 눈감아줄 수 있겠는데. 이 양반은 파쿠르, 사격, 근접 격투술 모두 그냥 마스터클래스라서 도저히 눈을 감아줄 수가 없습니다. ㅠㅜ



 2. 삼개국이 참여한 제작 환경, 그리고 그런 환경이 조성된 이유 자체도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 이게 원작이 일본 소설 & 영화입니다. 제목은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 1976년작인데요. 일본에서도 히트했는데 특히 중국으로 수출돼서 관객 동원 3억(!)명을 이뤘다고 하고 뭣보다 오우삼이 이 영화 팬이고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던 다카구라 켄을 너무 좋아해서 주윤발의 캐릭터도 여기서 가져왔다고.


 결국 일본, 중국에서 대히트했던 전설의 영화이니 흥행도 잘 될 것 같고. 양국에서 투자도 받기 좋고... 까진 좋은데요.

 그러다 보니 일본, 중국 각각의 인기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되면서 언어 사용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게 전혀 극복이 안 됐습니다.

 중국 배우들끼리 연기할 땐 중국어, 일본 배우들끼리 연기할 땐 일본어, 섞여서 연기할 땐 영어를 쓰는데 이게 영 어색해서 '서프라이즈' 느낌이 듭니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 주인공 둘이 계속 붙어다녀서 계속 영어를 하는데 그게 되게 구려요. 여기에다가 '내친 김에 빅마켓인 한국도 끼워넣자!'는 사정으로 들어간 하지원의 영어까지... 음... ㅠㅜ 가뜩이나 캐릭터도 구리고 스토리도 구린데 배우들 연기까지 구려지니 정말 견디기가 힘들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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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 면에서나 비중 면에서나 애초에 연기할 게 거의 없는 캐릭터임에도 영어 대사 덕에 구린 느낌 낭낭해진 하지원씨... ㅠㅜ)


 - 뭐... 억지로라도 좋은 점을 찾아 볼까요 한 번.

 일단 스토리나 캐릭터 이런 거 다 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장면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액션은 아직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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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젠 표현도 잘 못 해내는 '비장미'에 대한 집착을 싹 내다 버리고 그냥 유쾌 상쾌류의 코믹 액션물 같은 걸 (남이 다 써 준 괜찮은 각본으로) 찍으면 그래도 재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 이제 76세이시니 뭐 무리는 하지 않으시는 걸로;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참말로 시대 착오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운데 단 한 가지 바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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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효와 신세경을 섞어 놓은 듯한 외모라는 생각을 했네요)


 이제 여성 캐릭터들도 강하고 총질도 잘 합니다. ㅋㅋㅋ 그게 진짜 21세기스럽게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아니고, 그냥 '뭐 요즘엔 이렇게 여자들도 잘 싸우는 게 유행이라며?'라는 수준의 생각으로 흉내만 내는 수준이지만요.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그리고 뭐...

 이젠 없네요. 그래서 마무리나 간단히.



 - 결론입니다. 구려요. 보지 마세요. 이거 보실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두기봉의 '익사일'을 보세요. 그게 훨씬 더 잘 만들어진 홍콩 액션 느와르이면서 심지어 오우삼 스타일 느낌도 꽤 많이 납니다.


   끝.




 + 위에서 언급했던 '여기서 제일 예쁜 배우'는 이 분인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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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라바 나나미... 라는 이름이고 검색해보니 일본에선 인지도도 아주 높고 꽤 인기도 있던 분인가 봅니다만. 전 아는 작품이 없네요.

 암튼 되게 귀엽게 나오시는데, 그것조차도 살짝 구린 느낌이 있습니다. 되게 80년대스럽게 귀여운 캐릭터거든요. 거의 '보수 반동'급이랄까.



 ++ 원작을 그다지 충실하게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지원의 캐릭터는 원작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사실상 필요가 없는 캐릭터에요. 하지원이 나오는 장면들을 싹 다 지워버려도 영화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싹 다 지워 버리면 영화의 완성도가 10% 정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무성의하게 대충 만든 캐릭터를 무성의하게 대충 끼워 넣었다는 얘깁니다. 배우 비난이 아니구요.



 +++ 두 주인공의 마지막 (영어) 대화에서 은근슬쩍 자연스럽고 티가 안 나는 척 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을 이용한 드립인데... 좀 슬프더군요. 영화가 그럭저럭 괜찮았으면 이 대사가 참 반가웠을 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요. ㅜㅠ

 암튼 보아하니 첩혈쌍웅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물 건너 갔겠어요. 이 영화 퀄리티를 보고도 차기작에 거금을 투자해 줄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저도 그냥 영화 산업에 뛰어들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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