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gtx 노선, 시간)

2021.02.17 17:15

여은성 조회 수:399


 1.gtx d 노선이라는 게 몇년전부터 화제예요. 여기까지만 써도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벌써 이상해할 사람들이 있겠죠. 사실 gtx d노선이라는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러기를 바라는 어떤 사람들에겐 gtx d라는 환상의 노선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중이예요. 


 원피스 식으로 말하자면 'd 노선은 실재한다!'같은 거죠. D의 의지를 잇는 d 노선...?! 



 2.사람들이 gtx d노선을 믿고 싶어하는 이유는 알겠어요. 좋은 부동산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둘 중 하나거든요. 그곳이 '중요한 곳'인가. 또는 그곳이 '중요한 곳과 가까운가'예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곳에 있는 부동산을 가지는 게 제일 알짜배기겠죠. 중요한 곳 그 자체를 가져버리는 거야말로 최고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중요한 곳에 있는 부동산을 가질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차선의 장점...중요한 부동산과 가까운 부동산인가가 중요해지는 거죠. 



 3.여기서 말하는 '가깝다'라는 건 여러 의미가 있어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중요한 곳과 물리적으로 가까운가'...도 있겠지만, 우리 인간들은 잘 걸어다니지 않잖아요? 거리상으로 3정거장일 뿐인데도 왠지 가기 힘든 경우가 있고, 10정거장 가량의 거리라도 앉아 있으면 금방 도착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물리적인 거리 자체보다는 뛰어가든 날아가든 중요한 곳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가는 도중에 얼마나 심신을 소모해야 하는가, 그것을 이용하는 가격은 얼마인가가 더욱 중요한 거죠. 


 한데 gtx d노선은 깔리기만 하면 인천(김포)에서 서울 중심부로, 서울 중심부에서 강남으로 한큐에 연결된단 말이죠. 그것도 매우 초고속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말이죠. gtx d노선을 제발 자신의 구역에 깔아달라고 읍소하는 단체들을 보면 이해가 가요. 그냥 지하철도 아니고 초고속 철도가 서울 중심부랑 연결되는 건 마치 마법사가 공간마법을 구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그 공간마법은 집값을 올릴 만능 열쇠인 거고요. 



 4.휴.



 5.그야 삼성역이나 사당역 같은, '이미 중요한 곳'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gtx d노선에 덜 열광하겠죠. 그곳의 땅을가진 사람들은 '중요한 곳과 연결되고 싶은'땅을 가진 게 아니니까요. '남들이 연결되고 싶어하는' 중요한 땅을 이미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노선이 하나 더 들어오는 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하나도 없어요. 화룡점정을 찍었어도 용의 눈을 하나 더 그려넣으면 값이 더 오르니까요. 용의 눈은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요. 



 6.사실 d노선의 루트를 보면 갑자기 나타난 개발안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남부광역급행철도 계획과 상통하는 것 같긴 해요. 남부광역급행철도의 초안을 본 것도 벌써 몇 년 전인데...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걸 보면 정말;


 

 7.전에도 말했지만 정말 그래요. 이런 종류의 계획들은 소문으로 떠돌아다니는 단계를 끝내고, 마치 당장 시작할 것처럼 변죽을 울리는 단계가 되어도 몇년간 아무 진척도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계획들이 일종의 생물이라고 가정하면, 이 생물이 느끼는 시간감각과 우리 인간이 느끼는 시간감각을 궤가 달라요. 시나 국가 단위로 벌어지는 개발계획은 아무리 빨리 진행되어도 우리가 느끼는 시간 상으로는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니까요.


 정말이지 살면서 느낀 건...이런 대규모 사업에 자신의 명운을 너무나 걸어버리는 선택, 너무나 기다리는 선택을 해선 안된다는 거예요. 인간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젊음과 가능성이니까요. 


 그야 오늘 당장 느끼기엔 돈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는 해요. 오늘 하루나 1~2년간을 위주로 생각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을 낭비하는 실수를 겪어보면 시간은 절대로 불어나지 않는 자산이라는 걸 알게 되죠. 돈은 줄어들어도 다시 늘릴 수 있지만 시간은 줄어들기만 하지 절대 늘어날 수는 없거든요.



 8.그리고 시간이 돈보다 무서운 점은, 오늘 지불해야 할 시간이 내게 남은 시간들 중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거예요. 돈은 오늘 지불하는 돈이든 10년 뒤에 지불하는 돈이든 별 차이가 없거든요. 하지만 시간은 내게 남아있는 모든 시간들 바로 이순간이 제일 많은 가능성을 지닌 시간인 거예요.


 그래서 투자 건이거나 개발 건들...그런 기다림에 자신의 시간 10년이나 20년을 넘게 지불해버리고 나면, 그런 대규모 사업과 엮여서 나중에 큰 돈을 벌더라도 후회하게 되죠. 


 왜냐면 그렇게 살아버리면 돈은 비록 늘어났어도 자신의 인품이나 실력은 전혀 늘어나지 않은 거니까요. 그런 투자니 개발 건이니 하는 것에 너무 눈이 멀어서 살아버리면요. 그러니까...그런 것들과 자신의 미래가 엮여져 있다고 해도 최대한 잊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아요. 오늘도 남아있는 시간을 지불하면서 살 거니까 재밌고 즐거우면서 보람있게 살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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