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 영화이구요. 상영 시간은 1시간 55분. 장르는...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드라마'라고 해두죠.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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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훨씬 정상적인 포스터 이미지들이 많은데 별로 맘에 안 들어서...;)



 - 텅텅 비고 온통 흰색과 검은색 뿐인 사무실에서 역시 흰색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 주제는 장소 분위기처럼 '미니멀리즘'입니다. 미니멀리즘은 불교와 같다... 뭐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장면 전환.

 아까 그 여성이 주인공인데 이름은 '진'입니다. 젊은 나이에 유학 다녀왔고 나름 능력이 괜찮은 뉴비 디자이너인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자기 사무실을 차려야 하는데 돈도 없고 해서 엄마랑 오빠랑 셋이 사는 자기네 집을 리모델링해서 사무실로 쓸 생각이고, 컨셉으로 잡은 게 바로 미니멀리즘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 집 상태가 거의 고물상 수준이라는 거죠. 왜 집구석에 자동차 범퍼가 굴러다니는지. ㅋㅋㅋㅋ 당연히 가족들은 이 계획을 탐탁치 않아 하구요.

 그래서 이제 이 주인공이 가족들을 설득하고, 또 계속해서 닥치는 난관을 극복(?)하면서 오프닝에서 보여진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솔직히 그냥 옥밥 때문에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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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명, 풀네임은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전 못 외웁니다. 그냥 a.k.a. 옥밥으로 영원히 기억하는 걸로. ㅋㅋㅋ)


 본격 컨닝 스릴러, 하이틴 하이스트 무비였던 '배드 지니어스'의 그 똘망똘망 당찬 주인공을 연기했던 배우죠.

 그 영화로 반해서 작년에도 넷플릭스에 있는 스릴러 시리즈 하나를 그다지 재미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봤었는데. 뭐 한 시간 오십분 남짓 되는 영화 쯤이야 문제가 되겠습니까. ㅋㅋㅋ

 게다가 원탑 여주인공이라구요. 시종일관 주인공의 입장에서 흘러가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런닝타임 내내 혼자서 이야기를 다 끌고 가니 애초에 선택의 이유가 이 배우였던 입장에서 이 영화의 만족도는 낮을 수가 없겠죠. 덧붙여서 연기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선 좀 애매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왜냐면, 뭐 그냥 아래 짤들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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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난장판 중의 난장판, 쓰레기장 같은 집의 모습... 입니다. 물론 설정에 걸맞게 초현실적으로 쓸 데 없는 물건들이 영문을 알 수 없게 쌓여 있긴 한데,

 그 모습이 왠지 어지러운 척하는데 깔끔한. 지저분한 것 같지만 팬시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게 이 영화의 성격을 딱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팬시한 감성'이요.


 도입부에 보여지는 다 치우고 깨끗하며 '미니멀'해진 집의 모습도 폼이 나지만 어질러져 있는 혼돈의 카오스 상태의 집도 예뻐요.

 화면 톤도 예쁘고 나오는 배우들도 예쁘면서 편집도 적당히 센스 있게 아기자기하고... 그에 걸맞게 이야기는 되게 안전합니다. 건전하게 교훈적이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못 만든 것도 아니고 이야기에 무슨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잘 보고 나서도 뭔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좀 껄쩍지근한 느낌이 드는 '달콤함'이 은근 강하게 깔려 있어서 칭찬해주기가 영 그래요. ㅋㅋㅋ


 뭐 사실 이건 보는 사람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제 취향엔 좀... 그 팬시함이 영 거슬리더라구요.



 - 아. 그런데 정작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를 말을 안 했군요.

 그러니까 '요즘 누가 CD로 음악 듣냐,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의 시대다!' 라고 외치는 21세기 감성의 신봉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집안의 숱한 물건들을 다 내다버리려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그 물건들의 사연, 추억 그리고 거기에 얽힌 감정... 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겪는 내면적 변화와 인간적 성장... 이런 걸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말해 버리면 굳이 스포일링을 하지 않아도 대략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가겠죠.


 사실 좀 아재스러운 테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저처럼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병이 심한 사람에게 딱 맞는 테마이고 그런 측면에서 이 이야기를 어느 정도 즐겼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20년 넘게 펼쳐보지도 않은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같은 걸 아직도 책장에 꽂아두고서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 센터 사람들에게 '이 집은 넓이에 비해 짐이 정말 많네요!!!' 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영화랄까요. ㅋㅋㅋㅋ 나는 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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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좀 이래야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게 말입니다...)



 - 근데 또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20년쯤 전에 이 영화를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요.

 아마도 그랬음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 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도 하고 다니고, 또 오랫동안 되게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고 그랬을 것 같아요.

 위에서 말했듯이 전반적인 이야기 자체는 준수하거든요. 단점이라는 게 팬시한 감성 정도인데 만약 그 감성이 취향에 맞는다면 그냥 좋은 영화인 거고. 지금은 사실 잘 기억도 안 나는 20년 전의 저는 솔직히 별의 별 갬성 터지는 만화, 영화, 드라마들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었... (쿨럭;)

 찾아보니 감독의 나이가 32세인가 그렇던데. 그냥 애초에 저 같은 사람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던 게 아닌가. 너무 늙어서 이 영화를 보게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딱 한 가지 맘에 안 드는 게 이 주인공의 전남친 이야기였는데요. 제가 바라는 것에 비해 비중이 좀 컸어요.

 그것 때문에 이야기 전체가 휘둘리고 어그러지고 그런 건 다행히도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되게 중요한 사건으로 취급이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나이에 볼 땐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지만, 또 20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연애지사란 게 대체로 되게 중요한 일이긴 하지 않겠습니까.

 나이 먹을만큼 먹고 벌써 학교 다니는 애 키우는 중인 아저씨 잣대로 '연애 이야기는 좀 빼지?' 라고 평가하는 것도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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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남친과 구남친의 현여친. 그만 좀 나왔으면 하는데 자꾸 나오더라구요. ㅋㅋㅋ 다행히 이야기를 망치진 않았네요.)



 - 뭐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썩 준수한 편입니다. 못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하지만 대체로 젊은 애늙은이 취향에다가 팬시한 갬성을 깔고 흘러가는 이야기였고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의 깊이가 많이 얕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영화 취향이 좀 건전하고 착한 이야기 쪽이다... 라는 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해요. '예쁜' 분위기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괜찮을 수 있구요.

 하지만 저에겐 뭐랄까... 위에도 적었듯이 한 20년쯤 일찍 봤어야 했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제 늘금이 가장 아쉽네요. ㅋㅋㅋㅋㅋ




 + 원래 감독은 가족 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었다는데. 그 계획대로 됐다면 제 취향엔 좀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주인공 엄마 캐릭터도 나름 파볼만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였는데 대충 넘어가고, 또 극중에서 주인공과 가장 케미가 잘 맞는 게 오빠였는데 오빠 역시 초반 넘어가면 비중이 별로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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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남매입니다. 엄마 캐릭터는 짤을 찾을 수가 없군요;)



 ++ '곤도 마리에'의 책과 영상이 초반에 몇 번 언급되고 등장합니다. '당신을 설레게 하지 않는 물건은 모두 버려라'라는 정리법(?)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분이라죠. 전 이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사실 이름은 확실히 기억나는 걸 보면 전부터 스쳐가며 여러번 보긴 했던 거겠죠. 그 내용에 관심이 안 갔을 뿐. 좀 재밌는 점이라면 이 영화의 주제는 곤도 마리에가 설파하는 사상과 사실 별로 잘 맞지 않는다는 거...



 +++ 어쨌든 우리 옥밥님은 여전히 훌륭하셨습니다만. 좀 '배드 지니어스'처럼 폼 나는 역할을 다시 맡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왠지 '그럼 그냥 배드 지니어스를 다시 보는 수밖에'가 유일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 태국말을 몰라서 원제는 뭔지 모르겠지만 영어 제목은 'Happy Old Year' 입니다. 역시 갬성 터지긴 하지만 영화 내용과는 아주 잘 맞네요. 한국에서 붙인 제목인 '너를 정리하는 법' 이거는... 뭐 나쁘지는 않네요. 일단 구남친 이야기가 비중이 적지 않으니 그렇구요. '너'의 범위를 좀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예쁘장하고 감성 터지는 분위기와 참 잘 맞는 제목인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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