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2021.04.09 18:17

Sonny 조회 수:748

어떤 현상을 분석할 때, 우리는 언제나 현실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메신저가 얼마나 나쁜지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일베가 주장해도 맞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메신저의 주장에 호소력이 떨어질 순 있겠지만 참과 거짓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메신저를 싫어하는 게 메신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증명하는 게 아니거든요.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남성들의 해석은 항상 여기서 실패합니다. 나는 페미가 싫은데, 그래서 페미가 틀렸다고 이야기해버리는 겁니다.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든 말든 그건 호불호의 영역이지 사실판단의 영역이 아닙니다. 


메신저에 대한 판단을 다 양보해서 받아준다고 칩시다. 혜화역 시위를 한 여자들은 다 극렬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고(진영으로만 구분해도 사실이 아닙니다만 그냥 그렇다고 칩시다) 그 분들이 남혐을 한다고 가정해보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뭔가 수상쩍고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회에서 받아주면 안됩니다. 이 모든 근거를 가지고 이 사람들의 주장을 총합해봅시다. 이 사람들이 뭐라고 했나요?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807071834001#c2b


그러면서 “일상적으로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대상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피해자가 됐을 때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우리는 시달려 왔다”며 “7월 더위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분노를 저들에게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든, 여자들이 불법촬영의 공포에 시달린다는 현실을 바뀌지 않습니다. 이 시위의 핵심은 단순한 편파 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남성이 여성을 도촬하는 범죄를 너무나 많이 저지르고 그 처벌은 너무나 약하다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이 현실은 해석으로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남초커뮤니티에서도 매번 말하잖아요. 성범죄 처벌 형량을 늘려야 한다고. 저는 매일매일 성범죄 기사를 갈무리해서 개인 sns에 올리는 걸 해봤는데요. 이거 안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심각할 정도로 집행유예가 자주 나옵니다. 기사들의 패턴이 아예 외워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성범죄 기사가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올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http://www.newspim.com/news/view/20180525000150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범죄자 중 실형 선고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성범죄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대다수의 성범죄자가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수준의 법적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실이 이렇습니다. 저는 이런 현실의 디테일을 가져오면서 페미니즘이 얼마나 과격한지 실증적으로 이야기하는 남자분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여자들이 괜히 난리친다, 혹은 난리치는 여자들이 다 극렬주의자들이다라는 본인들의 해석만 가지고 옵니다. 집행유예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요. 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놔두고 남자 범죄자들이 평균적으로 여자 범죄자들보다 형량이 더 나온다는 주장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단 한번도 "대대적으로" 도촬범의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촬에 대한 수사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수많은 여자들이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데이터를 이야기하고 있나요? 그 데이터가 여자들이 살만하고 저렇게 시위까지 할 필요는 없다, 는 주장의 근거가 되지 않잖아요.

얼마전에 듀게에도 글이 올라왔었죠. 여성 대상 범죄 기사들만 모아놓았는데 그게 불과 며칠 사이의 일들입니다. 얼마전 있었던 노원구 일가족 살인사건의 가해자 김태현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던 범죄자입니다. 남성의 성범죄에 대한 한국 법원의 유달리 낮은 형량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오던 현상입니다. 

결국 헤화역시위를 어떤 극렬주의자들의 시위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주장으로밖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남성의 성범죄가 너무 자주 일어나고, 남성의 성범죄가 너무 약한 형량으로 끝난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는 당시 혜화역 시위에 최소한의 현실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고 그건 딱히 페미니즘과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남자들이 부정하기 힘든 현실을 정부 여당이 "무시해주지 않음"에 화가 난 거겠죠. 그렇다고 더민주와 문재인이 그 다음에 뭘 딱히 했냐하면 그런 것도 없습니다. 

왜 우리가 싫어하는 저 사람 편을 드느냐는 비판은 그냥 기분 문제지 현실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베랑 오유가 남성징병폐지를 외친다 해도 그건 분명히 고려해볼만한 맞말입니다. 20대 남자가 미친 건 페미니스트나 문재인 탓이 아닙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해주지 않는다며 성질내는 그 민주주의 블랙컨슈머의 행태가 문제죠. 대다수의 남자들은 젠더 이슈에서 현실을 외면한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세훈이나 찍으면서 자폭에 성공했다는 이상한 자부심으로만 살아가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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