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입니다.
제임스 길리건이란 미국 정신의학자가 쓴 책인데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죄 기사들을 보며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폭력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통계를 분석하다 갸우뚱하게 됩니다.  
저자가 분석한 데이터들은 미국 정부가 매년 공식적으로 펴낸 살인율과 자살율 통계였는데 1900년부터 2007년까지의 공식 통계를 분석하다 갸우뚱.

갸우뚱한 이유의 첫번째는.
1900년부터 2007년 사이의 공식 통계에서 살인율과 자살율의 증가나 감소가 함께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살인율과 자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와 감소하는 시기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발견하게 됩니다.
살인율과 자살율이 급증한 시기는 총 세번인데 모두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와 겹친다는 것을.
반대로 급감하는 세번의 시기는 민주당 대통령 집권 시기와 겹친다는 것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조사를 하니.
미국 전체 폭력 치사(저자는 살인과 자살을 합쳐 폭력 치사라고 부릅니다)는 공화당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늘기 시작해 임기 말쯤 최고점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하면 폭력 치사가 줄기 시작해 임기 말쯤 최저점에 도달합니다.

연구 결과를 아주 간단히 요악하면.
공화당 대통령 집권기에는 살인과 자살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났고.
민주당 대통령 집권기에는 살인과 자살이 훨씬 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권 교체 외에도 다른 수많은 요인들이 사회 현상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저자는 이것들을 간과하지 않았고 이것들을 대입시켜 보아도 자신이 내린 결론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래는 책에 나온 그래프를 스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럴까요.
저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입니다.  
열등감과 패배감을 조장하고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하고 말입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가장 쉬운 예가 바로 해고입니다)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합니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폭력 치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예외는 딱 두번이 있습니다.
공화당 출신의 아이젠하워와 민주당 출신의 카터.
하지만 이 경우 아이젠하워는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펼쳤고 카터는 공화당스러운 정책을 펼쳤습니다.

저자는 자살과 살인의 범인으로 불평등을 지목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실업. 불황. 불평등이란 서로 관련된 경제 변수 세가지가 폭력 치사의 위험 요인이라 판단을 하고 그 근거로 다른 이들의 연구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집니다.
왜 불평등은 공화당 때 커지고 민주당 때는 줄어드는가. 
이것에 대해서는 두명의 대통령의 견해를 통해 그 차이를 알 수가 있습니다.

"진보의 성패는 많이 가진 사람의 풍요에 우리가 더 얹어주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우리가 충분히 베풀어주는가 여부에 달렸다" 
- 루즈벨트 대통령(민주당)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미국을 보고 싶어 하는 당이다" 
- 레이건 대통령(공화당)

루즈벨트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민주당은 불평등을 줄이려는 경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최소한 말입니다.
반면 공화당은 부자 감세. 복지 축소. 기업에 대한 규제 축소 등의 경제 정책으로 불평등을 심화하고 부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득을 보는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저자는 폭력을 연구한 정신의학자답게 폭력 뒤에 숨어 있는 수치심에 대한 설명도 합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온 사람들에게 왜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심지어 살인까지 했느냐고 물었을 때 저자가 들은 답변은 놀랄 정도로 비슷했다고 합니다.
"병X 취급을 당했다" 는 것입니다.

영어로 폭력 행위를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로 "assault(폭행)"와 "injury(부상)" 가 있습니다.
여기서 assault는 insult(모욕)와 같은 라틴어 뿌리에서 왔습니다.
injury 역시 모욕을 뜻하는 라틴어 iniuria에서 왔고.

물론 수치심을 느끼는 대부분의 사람은 심각한 폭력 행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치심이 폭력을 낳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수치심이 폭력적인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 충분 동인은 아니지만 필요 동인이라 저자는 주장합니다.
참고로.
수치심을 연구한 실반 톰킨스라는 심리학자는 수치심은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핵심 정서고 죄의식은 좌파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정서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주로 다룬 내용은 아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교육에 대한 것입니다.
빈민가의 실업과 폭력 범죄에 대한 연구를 거론하며 이런 연구 결과를 인용합니다.

"심각한 폭력 범죄에 관여하는 남자의 비율에서 흑인과 백인의 차이를 비교하면 11세 때만 하더라도 거의 같은데 청소년 시기의 후반으로 가면 흑백 비율이 3:2가 되고 
이십대 후반에는 거의 4:1로 격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직장이 있는 흑인과 백인 남자를 비교했을 때 21세까지는 두 집단이 보이는 폭력 양상에서 의미심장한 차이가 없었다.
...  
결국 폭력 행동의 인종별 차이를 만들어내는 주된 원인은 실업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경험한 예입니다.
저자는 70년대와 80년대에 하버드에서 법정신의학연구소 소장을 맡은 경력이 있는데 연구소장 자격으로 교도소 정신병원의 의료국장으로 있으면서 매사추세츠 주 
교정 당국이 관장하는 주내의 모든 교도소 정신 건강 서비스를 감독하게 됩니다.  
당시 주된 책임은 교도소 안에서 자살과 살인 같은 폭력이라는 전염병(뒤늦게 거론하지만 저자는 폭력을 전염병이라 칭합니다)을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해 저자는 동료들과 함께 수감자들이 받을 수 있는 재활 치료 프로그램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재범을 예방하는 데 100% 확실한 효과를 
보인 프로그램은 단 하나.  바로 교도소 내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었습니다.
보스턴 교수들은 25년 동안 자원봉사로 주내에 있는 교도소들에서 대학 과정 수업을 가르쳤는데 이 기간동안 학사 학위 이상을 딴 2-300여명의 수감자들은 단 한명도 
범죄를 다시 저질러 교도소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다른 지역의 교도소도 마찬가지였고 기간을 30년으로 늘렸을 때는 단 두명의 재범자가 나왔습니다.

물론 이들은 다른 재소자들에 비해 의욕이 넘쳤고 이미 교육 수준이 높았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저지른 죄는 살인. 강간처럼 강력 범죄였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는 당연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공화당스러운 정책이런 것 말입니다.
100% 치환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짧게 설명한 부자 감세. 복지 축소. 기업에 대한 규제 축소 등의 경제 정책으로 불평등을 심화하고 부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득을 보는 정책 말입니다.

그리고.
앞서 미국 전체 폭력 치사는 공화당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늘기 시작해 임기 말쯤 최고점에 도달한다고 했잖아요.
요즘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문제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가카의 임기말입니다.  -_-;;

범죄에서 개인의 잘못은 고스란히 못본 척하고 모든 것을 사회 현상이나 정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불평등이 아무리 심화되고 실업율이 치솟고 그로 인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력을 저지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개인의 잘못.  그 개인 자체가 원인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너무나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투표를 잘하자 입니다..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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