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까지 오니 도저히 이전 시즌 스포일러 없이는 글을 못 적겠네요. 고로 시즌 1, 2 흐름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두루 밟히는 잡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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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우리 일라이찡은 왜 얼굴을 잘라 버리셨...)



 - 제가 시즌 2를 '제국의 역습' 스타일 시즌이라고 적었는데. 틀렸습니다. 시즌 2부터 3까지가 '제국의 역습'이에요. 게다가 정말 대단한 건 뭐냐면, 그게 그나마 풀리기 시작하는 게 시즌 3 거의 마지막이라는 겁니다. 쓸 데 없이 구체적으로 적자면 에피소드 7 말미부터 풀릴 기미가 보이다가 마지막 에피소드 중반 이후(...)부터 풀리는 전개가 좀 나오죠. 그리고 '이제부터 반격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시즌이 끝이 납니다. 오. 마이. 갓. ㅋㅋㅋㅋㅋ


 사실 이 구성 자체를 비판할 순 없죠. 그건 각자 즐기기 나름인 것이니. 하지만 전 이 시리즈 시즌 1의 나이브한 분위기가 좋았고, 그래서 시즌 2의 암울한 전개가 얼른 끝나기만 바랐던 사람이니 매우 실망해도 됩니다. 게다가 이 분위기가 시즌 4까지 쭉 이어질 상황이라 더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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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즌 들어 나름 사연이나 속사정이 추가되지만 캐릭터의 진상도도 그만큼 상승해서 여전히 영 별로였던 토리씨.)



 - 나이브하고 가벼운 코미디도 좋습니다. 암울하고 심각한 이야기도 좋아요. 하지만 이 둘을 섞고도 멀쩡한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게 만들려면 상당히 재주가 좋아야겠죠. 그리고 제 생각에 이번 시즌은 그게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서로 발목을 잡고 충돌해요.

 그러니까 늘 이런 식입니다. 개연성 매우 부족한 80년대식 전개로 상황이 꼬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은 거기에 대해 21세기 드라마풍으로 진지 살벌하게 고통 받아요, 그러다가 그게 풀리는 건 다시 80년대식인 겁니다. 그것도 코미디 영화 풍. 그러고는 다시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고, 다시 주인공들은 21세기 막장 드라마 캐릭터들 풍으로 고통 받다가... 그게 또 허술하게 제꺽 풀려 버리구요. 어쩌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드라마 전체가 이런 식이니 난감하죠.


 그리고 이런 전개는 캐릭터들도 심각하게 망가뜨립니다. 예를 들어 이 시리즈의 아키 에너미 크리스가 조니에게서 코브라 카이를 빼앗는 전개는 그냥 말이 안 됩니다. 조니가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캐릭터라고 해도 이건 선을 넘은 것인데요. 그 상황에서 그냥 좌절만 하고 있는 조니를 보면 전혀 공감이 안 되구요. 시즌 3 말미도 마찬가집니다. 크리스와 코브라 카이 멤버들이 여기서 저지르는 짓은 그냥 전화 한 통이면 빼박 철창행입니다. 재산 피해만 따져봐도 피할 길이 없죠. 하지만 코브라 카이 제거가 목표라고 부르짖는 주인공들이 그건 아예 선택지에 넣지도 않아요. 도대체 그 상황에서 '토너먼트로 승부하자'가 왜 나옵니까. ㅋㅋㅋ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나이브하고 개연성 말아 먹은 전개 자체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톤 때문에 그게 그냥 나이브함이 아니라 개연성 개판의 막장 전개가 되어버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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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신 마비 치료의 신기원을 열고 계십니다.)



 - 또 한 가지 이번 시즌이 크게 맘에 안 들었던 이유는 바로 '미야기도'입니다.

 이번 시즌까지 보고 나니 분명해지더라구요. 이 시리즈의 작가들은 믿음과 구원의 '미야기도'와 그걸 이루고 있는 80년대식 오리엔탈리즘에 매우 진심입니다. 다니엘이 사업 상의 문제로 일본을 방문하는 에피소드에서 아주 명백해지더군요. 이걸 본 일본인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질 정도로, 정말 민망한 수준의 오리엔탈리즘이 사정 없이 펼쳐지는데 그게 이야기상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미쳤습니까 휴먼?'이란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거 뭐야 무서워 원래 이런 거 아니었잖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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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랏!!! 미야기도 비장의 필살기!!!!!!!)



 - 그래도 괜찮았던 부분을 찾아 본다면...

 여전히 코미디는 꽤 괜찮습니다. 드라마가 밝고 가볍게 흘러갈 땐 다시 캐릭터들도 매력을 되찾고 이야기도 재밌어져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분이었지만 미겔이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조니와 연출해내는 코믹하고 훈훈한 장면들은 참 재밌게 봤습니다. 시의회에서 남녀 주인공이 합동 연설을 하는 부분도 그 폭발하는 나이브함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았구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두 아저씨가 스페셜 게스트를 만나는 부분도 폭발하는 아재 갬성에도 불구하고 흐뭇하게 잘 봤어요.

 문제는 이런 부분들이 전체의 1/10? 많아야 1/5 이하 밖에 안 되고 나머진 얼척 없는 비극의 연속이라는 거겠죠. 왜 본인들이 잘 하는 걸 최소화 하고 이상한 데 전력을 쏟아 붓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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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크리스 캐릭터의 뒷사정 만들어 보여주는 부분은 정말 1도 안 궁금해서 스킵해버리고 싶었...)



 - 그래서 결론은.

 시작해 버린 김에 끝을 보기 위해 '노력해서' 달리는 시리즈가 되어 버렸습니다. ㅋㅋㅋ 

 뭐 그래도 시리즈가 길지 않아서 괜찮은데, 문제는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네요. 시즌 4까지 나와 있는데 대충 찾아보니 이 또한 클리프행어 엔딩이고, 그게 대체 언제 나올지, 이야기가 거기서 끝날지 안 끝날진 며느리도 모르지만 시즌 5는 이미 촬영까지 다 마쳤다니 당연한 확정 상태구요. 아직 재활용할 '베스트 키드' 영화가 하나 더 있으니 시즌 두어개는 더 나올 수도 있겠고 제작진도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 소감과 다르게 드라마 평은 아주 좋고 (모든 시즌이 로튼 토마토 90% 이상을 마크 중입니다.) 흥행도 잘 되고 있으니 어쩌면 힐러리 스왱크까지 출동하는 전개를 보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아들 스미스랑 성룡까진 안 나오겠죠

 암튼 저는 후회하는 중이지만, 이왕 발 들여 놓은 거 끝장은 봐야죠. 뭐 그런 마음으로 다음 시즌도 보겠습니다. ㅋㅋ




 + 극중에서 조니가 쓰는 델 노트북엔 윈도XP가 깔려 있습니다. 컴맹이란 설정에 참 어울리는 디테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 마이 갓...



 ++ 소니 픽쳐스 제작이고, 그래서 주요 등장 인물들이 엑스페리아를 써요. 이번 시즌에는 아예 제품명까지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이제 망해서 사업 규모도 팍팍 감축하며 매니아 장사로 전환했지만 그래도 홍보는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소니...



 +++ 젊은 시절 크리스역 배우가 눈에 익어서 확인해보니 바로 얼마 전에 본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에 나왔던 배우였습니다. 그 배우가 여기 또 나온 건 놀랄 일이 아니지만, 본지 몇 주 되지도 않은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나온 배우도 바로 알아채지 못한 제 기억력에 감탄했습니다. 이걸 어째(...)

 


 ++++ 시즌 2 글을 적을 때 실수한 게 있더군요. 제가 '베스트 키드'를 1편만 보고 나머진 영화 소개로 스토리만 읽어서 전후 관계를 착각했어요. 시즌 2에서 플래시백으로 계속 써먹던 건 영화 3편이었고, 2편은 이번 시즌에서 집중적으로 재활용됩니다. 거기 배우들까지 다시 출연하는 것도 당연하구요. 보아하니 그 중 몇 명은 시즌 5에도 나올 예정인가 보더군요. 이 시리즈의 오리엔탈리즘이 어디까지 갈지도 참 기대됩니다. 이번 시즌에선 무려 미야기도의 '전설의 비기'까지 나왔다구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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