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항해)

2018.04.09 05:36

여은성 조회 수:712


 1.이전에 리소스라는 말을 썼었죠. 돈은 결국 리소스일 뿐이다...아무리 많아봐야 리소스일 뿐이지 나침반은 되지 않는다고요. 이 말이 마음에 들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대체로 인간들은 나침반과 리소스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고 말이죠. 그것이 어그러져버리면 인생은 꽤나 표류하게 되죠.



 2.여기서 말하는 나침반은 뭐 그런 거예요. 목표이기도 하고, 레귤레이션이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소설 작가가 되는 게 목표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7급 공무원이 목표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돈을 받는 작가가 되거나 돈을 받는 공무원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단 말이예요. 작가지망생으로 살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며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려면 리소스가 필요한거죠.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 말이예요. 리소스가 충분할수록 목표를 향해 똑바로, 더 빨리 나아갈 수 있겠죠. 충분하지 않다면 중간중간에 리소스를 보충하기 위해 멈추거나, 헛돌거나, 포기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리소스라는 게 너무 많아도 인간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게 돼요. 그냥 그 자리에 멈춰서서 빙빙 헛돌게 되어버려요. 특히 그게 교환가치가 높은 리소스일수록 말이죠.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리소스를 쓰기 위해 시간을 쓰게 되거든요.



 3.어렷을 때 어른들이 맨날 그러잖아요. 돈맛을 알게 되면 아이를 버린다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매우 세련되지 않은 표현이긴 하지만, 말 자체는 맞는 것 같아요. 온갖 즐거움과 교환할 수 있는 리소스(돈)를 향유하는 것...'소비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어떤 인간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게 되거든요. 지금까지 목표로 했던 게 매우 시시하게 느껴져 버리니까요.


 소비의 즐거움에 너무 빠져버리면 목표로 향해가기 위해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리소스가 목표 그 자체가 되어버리곤 하거든요. 사고방식이 완전 바뀌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어른들이 보기에 그런 삶의 방식...리소스를 쫓는 삶의 방식은 매우 꼴불견인 거고요. 


 

 4.휴.



 5.그야 그게 나쁘다고 여기진 않아요. 본인이 여기기에 그게 나은 삶의 방식이라면, 그렇게 살면 되는거죠. 애초에 나는 무언가가 되는 게 그렇게 가치있다고 여기지 않거든요.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가 되어봤자, 보수적인 기준들을 적용해서 리소스로 환산해보면 대개는 손해니까요.


 다만 어른들이 그걸 막는 게 꼭 꼰대라서 그런 건 아닐거예요. 


 왜냐면 실제로 리소스 자체를 목표로 하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적당한 음악가가 되거나 적당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보다 당연히 어려워요. 나름대로의 경험을 갖춘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성공확률이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싶겠죠.


  

 6.그러나...전에도 썼듯이 한 곳에서 빙빙 돌고 있으면 소름끼치기도 할 거예요. 내 인생을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다...여기를 벗어나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다...하는 기분도 들곤 하겠죠. 


 사실 그런 놈들은 늘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같은 곳에서 빙빙 돌며 살고 있지만 자신의 항해술이 제법 괜찮다고 말이죠.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 바다를 잘 헤쳐나가서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어...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까 안 그러는 거야.'뭐 이렇게요.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거죠.


 왜냐면 그들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면 굳이 나아가지 않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얻는 리소스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얻을 수 있어야만 몸을 움직인다는 뜻이예요.


 하지만 사실 그건 헛소리죠. 위에 썼듯이 원래 세상은 그래요. 직접 몸을 움직여서 얻는 게 불로소득보다 당연히 적죠. 세상은 원래 그런 구조로 되어 있어요. 특별한 기술이나 특별한 명성이 없다면 직접 몸을 움직여서 얻는 리소스는 적은 게 당연한거예요. 움직일 거라면 시원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죠.



 7.하아...지겹네요. 생각해 보면, 어느 쪽이 무서운 건지 모르겠어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과 지겹게 사는 것중 말이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면 짜증은 나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거든요. 지겹게 살면? 짜증과 지루함을 둘 다 느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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