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가 이런 글을 쓸 때는 늘 직장에서 급한 일거리를 들고 왔을 때죠. 그렇습니다. 개학이 다가왔어요.



1.

일단 신학기 준비를 위해 출근한 첫 날부터 동료 세 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분은 본인 확진, 두 분은 가족 확진이래요. 그리고 이틀 뒤 여기서 본인 확진 둘이 늘어나고 가족 확진 한 명이 더 늘어났죠. 이건 요 직장에선 상당히 큰 일입니다. 왜냐면 지난 2년간 직원 확진이 0이었거든요. 그러던 게 개학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이렇게. 허허. 

오미크론 끝내줍니다. 일일 확진자 10만명 시절이라는 게 그다지 와닿지 않다가 출근하자마자 팍팍팍팍팍팍 느껴집니다. 별로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교육부 장관님께선 (며칠 전 기준으로) "오미크롱 그 까이 거 상관 없다! 우린 전원 등교라는 절대적 가치를 사수할 것이다!!!"라고 잔 다르크처럼 외치시고 학생들을 1주일에 두 번씩 검사 키트로 확인시키며 등교 시키라는 야심찬 무리수를 팍팍 던지시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1주일 두 번 검사는 의무 아니야! 그냥 적극 권장이야!!" 라고 1보 후퇴하시고. 그리고 오늘은 "뭐... 학교장이 정 원한다면 개학 2주간은 원격, 등교 선택하게 해 줄게?"라고 5보 정도 추가로 후퇴하셨습니다. 장관님, 아무리 경기도지사 자리가 탐이 나셔도 일단은 본인 일에 끝까지 집중과 책임 좀... ㅠㅜ


근데 사실 1주일 두 번 '적극 권장' 하는 것만 해도 참 구립니다. 

예산 써서 학교에 검사 키트 배포하시겠다는 건데. 그럼 당연히 몇 개 배포인지 통계가 잡히고, 당연히 몇 달 지나면 검사 키트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고 하라 그럴 거고, 그럼 많이 사용한 학교와 덜 쓴 학교들 파악이 될 거고, 그럼 당연히... ㅋㅋㅋㅋ


그리고 방역 지침도 뭐가 참 많이도 바뀌었더군요. 등교했던 학생들 중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역학조사도 학교에서 해서 보고 올리라 그러구요. 애들 밥 먹을 땐 지정석 배치하라 그러고. 가정 내 확진자 내지는 자가격리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도 무슨 월드컵 16강 진출 경우의 수 따지는 느낌(...)으로 뭐가 되게 세분화됐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교육적 회복!'을 외치며 방과후 수업 부담은 확 늘려주셨죠. 하하. 좋습니다. 취지는 잘 알겠고 필요성도 인정하고 다 좋으니 대신 이렇게 굴려 먹을 거면 제발 교사들 악의 축 취급 좀 그만하시라구요 위정자님들아.


암튼 난리입니다. 오죽하면 3년 휴직하고 올해 컴백하신 나이 많은 선배 한 분께선 며칠간 출근하며 복귀 준비하시다가 홀연히 병가를 내고 사라지셨...;;



2.

둘째가 열흘 뒤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갓난 아가로 태어났을 때 듀게에 사진 올리고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세월 참 빨라요.


전에도 적은 적 있지만 우리 집 자식 둘은 보면 좀 재밌는 구석이 많습니다.

두 살 터울이고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인데 둘째가 더 커요. 힘도 더 세구요. 첫째가 조금 작은 편이긴 하지만 둘째가 나이 대비 워낙 압도적으로 큽니다. =ㅅ=

그런데 그 와중에 첫째는 전형적인 클리셰 아들 성향, 둘째는 전형적인 클리셰 딸 성향입니다. 그래서 첫째가 이미 지나간 과정을 둘째가 지나가면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있죠.


예를 들어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진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냥 다녀와서 집에서 게임하고 만화책 볼 수만 있으면 다 오케이. 이랬는데,

둘째는 한 달 전부터 어린이집 졸업하기 싫다, 초등학교 가기 싫다, 가서 만날 선생님도 무섭고 친구들이랑 찢어지는 것도 싫고 블라블라...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막 받네요.

뭐랄까, 오빠보다 사회성이 더 많이 발달한 상태라는 느낌입니다. 옷 입고 머리 자르고 하는 것도 오빠는 걍 입히면 입고 끌고 가서 자르면 잘리는데 동생놈은 하나 같이 다 자기 의견이 있고 친구들 반응 신경 쓰고 그래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렇게 극과 극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둘이 참 친합니다.

당연히 맨날 싸우죠. 방학 때 제가 혼자 보고 있으면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삐지고 화내고 난리를 치지만 금방 풀고 또 신나게 놀아요.

아마도 이게 오래 가진 않겠죠. 좀 더 크고, 좀 더 학교에 익숙해지고, 좀 더 각자의 성향들이 강해지고 하면 서로 멀어지고 그러겠습니다만.

암튼 지금은 그렇고, 그래서 참 보기 좋고 예뻐요. 빨리 크는 것도 좋지만 요즘의 이런 모습 좀 더 오래 봤으면... 하는 맘도 들고 그러네요.



3.

요즘들어 늘금을 팍팍 느끼는 게, 취침 시간입니다.

원래 애들 재운 후에 세 시고 네 시고 걍 되는대로 영화 보고 게임하고 그러고 자던 게 언제부턴가 체력에 부쳐서 세 시로 고정되었고. 그래도 너무 늦게 잔다고 가족분께서 압박하셔서 두 시 반으로 합의를 본지 2년이 안 됩니다만. 요즘엔 그것도 힘들어서 주말이 아닌 이상에야 두 시면 잠들 준비를 해야 해요. 뭐 간혹 보던 or 하던 게 너무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세 시를 오버하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만 그러고 나면 다음 날 후환이(...)


벌써 열 두시가 다 되어가고 있고. 아직도 할 일이 조금 남았으니 오늘은 영화는 못 보겠네요. 

이렇게 되어 버린 거 그냥 일찍 한 시쯤 자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음.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안 된다면 게임을 하면 되죠!! ㅋㅋㅋ


늘금이란 게 참 불편하지만 어차피 자연의 순리이고. 그냥 거기에 맞춰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뭐 애들 더 커서 아빠 따위랑 안 놀고 싶어하면 그땐 애들 안 자는 시간에도 티비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으니 취미 시간은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라고 생각하며 뻘글을 마무리해봅니다.



4.

그냥 끝내긴 아쉬워서 요즘 꽂혀서 노동요로 자꾸 듣는 노래 몇 곡.



 딱 그 시절 노래다운 사운드나 보컬이 참 정이 갑니다. 제니퍼 코넬리의 소싯적 미모도 좋구요.

 근데 걍 평범한 젊음 찬가처럼 보이는 제목인데 가사 내용을 보니 원폭 무서워하는 노래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복잡하군요(...)




 전혀 모르는 밴드였는데 유튜브가 자꾸 이 곡을 들이밀어대서 듣다 보니 좋다 싶었고. 다른 곡들도 좋은 게 많고 또 검색을 해 보니... 뭐 훌륭한 분들이시군요. ㅋㅋ

 

 하지만 사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건...



 (쿨럭;)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유튜브가 절 알거든요. 자꾸 띄워놓는 걸 한사코 거부하며 위의 두 곡 같은 거 듣다가 결국 재생. 마르고 닳도록 재생...;

 근데 이제와서 보니 장혜리씨 참 예뻤네요. 뭔가 이연희 삘도 나고 그래요.


 그래서 이걸로 정말 끝.

 얼른 하던 일 마무리하고 집 정리하고 한 시간이라도 게임해야죠. ㅋㅋㅋ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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