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가득하니 아직 안봤으나 볼 생각인 분은 읽지 마세요.

그냥 이 드라마를 강추하니 범죄물 매니아라면 이 드라마를 보세요. 

섬세하고 긴장감있는 심리극에 매우 끌리는 분이라면 더욱더.



두서없는 글을 양해해 주세요. 별로 이런 작품에 흥미가 없다면

더욱이 스킵하시고, 이 작품을 봤으니 설명 필요없어도 안 읽으셔도 되요.

 

어쩌면 나 자신이 두서없지만 감상을 남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니까요.

 









Gloria-Laura Branigan,

 

어린 시절 Flash dance의 다이나믹한 댄스곡으로만 기억하던 이 곡의 가사가

이 드라마의 본질이에요. 사실은 꽤나 경쾌하게 들리는 이 곡이 이렇게 냉소적이고 절망적인 노래인줄 몰랐어요.

 

Gloria, you're always on the run now

Running after somebody, you gotta get him somehow

I think you've got to slow down before you start to blow it

I think you're headed for a breakdown, so be careful not to show it

You really don't remember, was it something that he said?

Are the voices in your head calling, Gloria?

 

 

 

그들은 너의 번호를 가지고 있어.

그들은 너의 가명도 알고 있어.

Gloria 너는 진짜 기억하고 있니 그가 말했던 것일까?

아니면 너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환청일까?

 

전체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극의 내용과 절묘하게 일치하지만 이하 생략.

 

모든 유명했던 형사물, 유명한 모든 연쇄살인범들의 실화, 범죄 프로파일링,

범죄물들은 어느 순간 과포화가 되면서 질려버린지가 오래 되었어요.

더구나 엽기적이고 잔인한건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질색인 기분이라서.

 

무엇보다 살인의 쾌감을 위해서 무의미한 잔인한 살인행각을 중독된 것처럼

끝도 없이 저지르는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함을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었요. 지겨웠어요.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의 전형에서 벗어난 범죄물이자 동시에 탁월한 심리극이고 

한 인물의 일대기에 대한 잔인한 분석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떤 범죄물도 보기 싫은 지금도 이 작품은 특별하게 매력이 있어요.

이상할 정도로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네요.

탁월한 입체적인 인물묘사, 섬세한 심리극이라고 생각해요

연출도 과거, 현재를 오가면서도 혼란스럽다기보다는 절묘하게 타이밍이 잘 맞아요

심리묘사의 깊이가 남다른 탁월한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어떻든 상관없이.

 

범인의 전 인생에 대한 입체적이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묘사와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조연들까지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다 살아있고 그들의 심리가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져요.

 

앤드류 쿠나난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병적인 거짓말쟁이 pathological liar, 

허언증을 늘어놓고 화려한 삶을 꿈꾸면서, sugar daddy에 기생하면서 사는 기생충같은 인간이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인생에 대한 절망감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절망의 광기였다라고 요약하면 되겠죠.


그러나,

그의 모든 성장기와 비록 비뚤어진 욕망과 헛된 꿈이었을지라도 그만의 열망

모두가 그를 떠나고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단지 그가 스폰서를 놓치고 마약상이자 사도매저키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해서 바닥이 아니라-

얼마든지 그런 상태에서조차도 인생은 반등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자기 인생과 진실로 마주할 용기가

없는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스스로가 자기파멸로 달려간 절망감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의 광기의 질주였죠.


경멸하고 혐오하지만 동시에 마음 깊은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 

정말 이런 싸이코패쓰에게 연민이라니 가당치 않다 하겠지만, 이 작품은 범인의 심정을 닿을 듯이 느끼게 해줘요.

 

사실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해도 병적인 거짓말쟁이가 뜻대로 인생이 안풀리자 

절망감과 열등감이 폭발해서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 천인공노할 범죄일 뿐 뭐가 전형적이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죠.

 

앤드류 쿠나난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소름끼치는 공허함을 느끼지만 

만약 이 영화를 인상깊게 봤다면 제 모자란 글솜씨로도 뭘 말하고자 했는지 아실거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연애자 스테레오 타입과 거리가 먼

그의 스폰서. 자수성가한 부유한 사람이자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

동성연애자라는걸 빼면 자수성가한 전통적인 부자들의 가치관과 냉철한 신중함을 지녔고

배타적인 기득권층인 스폰서와 앤드류 쿠나난의 관계.

 

무엇보다 전도유망한 디자이너이며 사명감이 강한 해군이었던 그의 워너비 남자친구들(?) 

이 두 사람은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들이었고 

불행히도 매력적인 사람들이자 스토킹 피해자가 되기 쉬운 사람들이기도 했어요

그들 각자의 인생의 고뇌와 갈등 역시나 피상적이지 않아요.

짧은 묘사라고 할지라도. 마지막 살해 장면의 연출은 미칠 것같은 안타까움과 비애를 느끼게 하죠.

 

심지어 아주 작은 배역일 수도 있는 리 미글렌(동기도 불명확한 살인 피해자)의 아내

평생의 동반자였고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해서 시카고 최고의 지역명사가 된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편의 죽음

자신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뜻하지 않은 감동을 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살해, 성적인 정체성과 마주하게 된 리 미글렌의 부인의 심리묘사까도 마음에 큰 울림을 줘요.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에 그녀가 다시 삶을 회복하려는 강인한 의지

결국 남편과의 사랑과 인생을 긍정하면서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그녀의 모든 말과 표정이 마음을 울리더군요.

 

너무 앞뒤가 뒤죽박죽이고 제대로 요약도 표현도 안되서 글이 지루하게 쓰여져서 정말 답답하지만 정말 특별한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고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가 이후에 이만큼의 작품성을 유지하기를 바란건 너무 과욕이었나봐요

르윈스키 사건을 그린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3는 너무 진부해서 끝까지 보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이런 작품은 앞으로 보기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엘비스 프레슬리로 시작해서 앤드류 쿠나난으로 끝나는 하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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