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 런닝타임 102분에 장르는 글 제목대로 코믹한 하이틴 성장물입니다. 스포일러는 안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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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참 잘 드러내는 영화 속 포즈를 잘 골라 담은 포스터.)



 - 다짜고짜 성난 스탭으로 어딘가를 향해 돌진하는 여고딩이 보입니다. 도시락 까먹고 있는 우디 해럴슨 선생의 교실로 쳐들어가서 '나 지금 자살할 거야!!!' 라고 선언해요. 하지만 우리의 해럴슨 옹은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으로 '그러시등가...' 라는 반응을 보이구요. 빡쳐서 교실을 뛰쳐나온 여고딩, 주인공 네이딘의 나레이션에 따르면 상황은 대략 이렇습니다. 본인은 엄마랑 성격이 더럽게 안 맞는 사람이고 오빠도 사사건건 맘에 안 들지만 현명하고 귀여운 아빠 덕에 잘 살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작스레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자기 인생은 헬이 되었다는 거죠. 그나마 초딩 때 만난 운명의 베프 덕에 그럭저럭 버티고 살았건만 이 인간이 갑자기 자기 오빠랑 연애를 시작해서 사실상 절교를 선언해 버리고 분노에 불타고 있는 것이에요. 내 인생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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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제가 진상입니다. 어쩔티비? 라는 표정이죠.)



 - 아...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의 주인공 네이딘은, 진상입니다. 찌질하구요. 중학교 1, 2학년 때 이미 흘려 보냈어야할 수준의 '우주의 중심은 나!!!' 논리로 혼자 불행의 드라마를 쓰고 거기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아무 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똥을 투척해요. 말이 좋아 17세지 결국 만 17세잖아요?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껍질을 쓰고 태어난 걸 행운으로 생각해야죠. 제 주변에 이런 애가 있었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쳤을 거에요.


 원래 이런 청춘물, 성장물의 주인공에게 모자란 구석이 있는 거야 당연하죠.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네이딘에게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얜 불행하긴 커녕 억세게 운 좋은 녀석이라는 겁니다. 학교 적응이 힘들대요. 네, 안타깝네요.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던 아빠를 일찍 잃었어요. 역시 딱합니다만. 딱 봐도 일단 경제적으로는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데다가, 본인이 죽어라 무시하는 오빠는 사실 대인배 훈남이고 본인의 진상질도 엄청 많이 참으며 양해해줘요. 하나 뿐인 절친은 참 이해심 많고 따뜻해서 학교 생활도 방과후 생활도 모두 대략 O.K. 게다가 학교에선 겉보기엔 쿨싴하지만 사실 이해심 많기 짝이 없는 선생이 지켜봐주고, 옆자리에 앉는 자상하고 귀여운 훈남이 수줍게 들이대고 있어요. 심지어 아빠가 떠난 후로 유치하고 이기적으로 굴고 있다는 설정의 엄마 조차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아요. 아니 대체 뭐가 문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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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뭐 친구가 오빠랑 이런 저런 것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뭐... ㅋㅋㅋ)



 - 그리고 아마도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 같습니다.

 성장물이라고 해서 꼭 주인공이 되게 불운한 놈이어서 그의 번뇌와 고민과 진상질들이 정당화될 필요는 없다는 거죠.

 확실히 신선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장르를 (나름!) 많이도 봐 왔고 수많은 찌질 주인공을 봐 왔지만 이토록 진상 부릴 주제가 아닌 진상은 처음 봤거든요. ㅋㅋㅋ 사실 그렇죠. 비슷한 다른 영화들의 주인공은 다들 설정상으로 '얜 이럴만 함' 이라는 자격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진상질을 해도 진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얜 정말 트루 진상이에요. 주인공 주변에 포진한 어마어마한 천사님들의 위용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번역제를 칭찬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쓸 데 없이 격하다고 싫어하는 분들 많으신 걸로 아는데, 그냥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이 영화 속 네이딘의 행태에는 이 제목이 딱 어울려요. 정말 그냥 지.랄.발.광.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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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에서 네이딘에게 '근육 바보' 라는 설명을 부여 받습니다만. 사실은 근육 천사였던 우리 오빠님.)



 - 근데 그렇게 설정을 잡아서 얻을 게 뭐가 있을까요. 라는 게 사실 중요한 부분이겠는데요.

 아무래도 보편성과 몰입감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방황과 진상(...)이 늘 정당화되기 마련인 보통의 성장물들 주인공은 그리 평범하다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시작부분엔 비극의 주인공이고 결말에선 일종의 영웅 비슷한 존재가 되죠.

 하지만 주인공과 주변 상황 설정을 이렇게 잡으니 이 영화는 정말로 평범한 17세들의 껍데기가 헤일리...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 네이딘양은 결국 시작 부분에선 진상이고, 깨달음과 성숙을 얻은 결말부에서 이 분이 하는 행동도 그저 진상질을 멈출 결심을 하는 것 뿐이거든요. 각성(!) 하면서 남을 위해 큰 희생을 하고 뭐 그딴 거 없습니다. 저엉말로 남을 위해 뭘 해주고 그런 거 없이 그저 진상질을 멈추고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할 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사소하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고 공감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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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맴도는 훈남 학생은 매너 좋고 상냥하고 이해심 많고 애초부터 그냥 네이딘에 꽂혀 있는 데다가 나중에 집에 찾아가보니...)



 - 즐겁고 씐나게 보셨다는 분들이 많던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이 영화가 너무 보기 힘들어서 두 번 끊어서 봤습니다.

 제가 되게 못 견디는 류의 이야기거든요. 주인공이 뭔가 선택지가 주어지는 상황마다 계속해서 올곧게 바보 같은 판단만 내리며 개망신을 당하고 인생 꼬이는 이야기요. 차라리 고문 호러를 보고 말지 이런 건 정말 너무 힘듭니다. ㅋㅋㅋ 보다가 몇 번을 남은 시간을 확인했나 몰라요. 뭐라고? 아직도 바보짓 할 게 오십 분 분량이 남았어!!!? ㅠㅜ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성향이에요. 제가 이래서 일반 드라마류의 이야기를 잘 못 보기도 하구요. 그나마 코미디였기에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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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얼마나 운 좋은 녀석인가... 에 대한 산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베프 크리스타찡.)



 - 재밌게 봤다는 영화들에 거의 다 덧붙이는 얘기라 식상하기 그지 없지만, 캐릭터도 잘 다듬어져 있고 캐스팅이 넘나 좋습니다.

 특히 이런 청춘물의 경우에는 캐스팅이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어차피 대부분 전형적인 이야기,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라 그냥 생긴 것만 딱 봐도 '아 얘는 이러저러한 성격이고 무슨무슨 역할이겠구나' 라고 감이 오도록 캐스팅을 하는데 이 영화도 그래요. 오빠는 근육질의 거구지만 딱 봐도 부드럽고 섬세하게 생겼구요, 크리스타는 그냥 착하고 속 깊게 생겼고, 엄마는 예민하고 불안정하게 생겼고 뭐뭐뭐...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코 완벽한 건 이 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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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대체 네이딘은 왜 이 선생에게 그리 집착할까요. 본인 기준 가장 한심하고 만만해 보여서? ㅋㅋㅋ)


 소싯적에 연기 신동 소리 들으며 주목받았던 인재답게 우리 헤일리 스테인펠드님께서 이 진상 젊은이를 설득력 있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표현해 줘요. 그리고 우디 해럴슨은 특유의 빌런인지 선역인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환타지 캐릭터를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주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본 영화 속 선생들 중에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평소에 그닥 훌륭한 교사가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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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표정을 보시고 그 다음엔 자막을 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렇게 재밌게 잘 만든 영화인 가운데, 단점을 굳이 짚어 보자면 뭐, 이미 적었듯이 세상이 주인공에게 너무 관대합니다. 하하.

 대사 두 마디 이상 있는 캐릭터들 중에 '나쁜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나마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그것도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갸를 탓한 일도 아닌 듯 하구요. 캐릭터가 별로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니잖아요. 암튼 그래서 이야기도 마지막에 가선 다 평화롭게, 쉽게 풀리고. 그 모든 걸 마무리한 후에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본인이 한 일 대비 너무 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좀 많이 비현실적으로 나이브하고 환따스띡하고 그런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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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한 순간만 봐도 시작부터 끝까지 캐릭터 각이 딱 나오는 캐스팅도 훌륭하지만 거기에 나름 개성과 매력을 불어 넣은 각본은 더 좋구요.)



 - 결론을 내자면 이랬습니다.

 저처럼 뻘짓-자업자득 캐릭터 이야기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다들 가볍고 즐겁게, 또 훈훈하게 즐길만한 잘 만든 성장물이었습니다.

 위에서 비현실적, 너무 관대해, 이러면서 투덜대긴 했지만 뭐 애초에 각잡고 현실적인 톤으로 가는 영화가 아니니 당도 높은 걸로 뭐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구요.

 개인적으론 우디 해럴슨의 저 선생 캐릭터 때문에라도 코믹물 좋아하는 분들 많이들 보셨으면... 할 정도로 저 캐릭터가 좋았어요. ㅋㅋㅋ 오늘부터 롤모델이다!!!

 암튼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이 장면이 참 반갑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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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드로에게 한 표를!!!!!



 ++ 저 동양계 훈남은 한국계로 설정이 되어 있더군요. 성도 김씨고. 배우는 홍콩계 배우였는데, 요즘 같으면 아예 배우부터 한국계를 썼겠죠.



 +++ 주인공 영혼의 절친으로 나온 헤일리 루 리처드슨의 출연작 중에 '23아이덴티티'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안야 테일러 조이와 함께 잡혀간 얄미운 금발 역할이었더라구요. 이거랑 같은 해에 찍었던데, 캐릭터가 180도로 다르니 재밌네요.



 ++++ 등장 인물들이 모두 윈도 폰을 쓰고 노트북도 서비스 랩탑을 씁니다. 마소의 협찬이긴 하겠는데,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윈도폰 작동 화면이 계속 나오니 재밌더라구요. 제가 저 당시에 실제로 윈도 폰을 쓰고 있기도 했구요. 참 좋았는데 왜 그리 망해서 사라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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