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을 보고(스포일러 유)

2022.07.05 18:36

비네트 조회 수:1215


오늘 두시 반에 상영되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습니다. 

남편이 이런 예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보러 가줬네요. 고맙게도.


제가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트위터에서 지나가듯 스포를 몇 가지 본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을 죽였다<<는 스포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이상하게 저는 스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궁금해서 찾아보고 가도, 영화를 보면서는 까맣게 잊는 스타일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서래가 남편을 죽인 것이 맞다라는 사실조차 머릿속에서 지워진채 영화를 끝까지 봤습니다. 


남편하고도 끝나고 얘기한 건데요, 저랑 남편은 서래와 해준이 산에 올라간 장면이 나올 때까지도

계속해서 '과연 서래의 모든 건 진심인가? 가면을 쓴 모습일까?'라는 의심을 했습니다. 

약간 반전 스릴러와 같은 내러티브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봤던 것이죠.

그래서 정말 남편과 눈짓으로 '분명 해준을 죽일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래는 자신의 모든 걸 쥐고 있는 증거를 해준에게 건네주었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대사를 하자마자 제 등줄기로 전율이 흐르고 서래의 진심이 쏟아지는 바람에

제 눈물도 줄줄 쏟아져버렸습니다. 그녀의 모든 것이 진심이었더라고요.


서래의 사랑은 자신의 안위조차 버릴 수 있는 무거운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의 진실을 다 알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증거인 자신을 바닷속으로 버리면서까지 해준을 지켰습니다. 


너무나도 슬프고 큰 서래의 사랑에,

결국 응답을 받지 못하고 파도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사랑에

눈물이 너무 콸콸 쏟아져서 혼났네요. 


탕웨이 씨에 의한, 탕웨이 씨를 위한, 탕웨이의 영화였다는 것도 절절하게 느껴졌고요.

진지한 영화를 싫어하는 남편조차도 '탕웨이라는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 하는구나'라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누가 '탕웨이의 다크써클이라도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완벽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긴 하더군요.

그동안 제가 탕웨이 씨 나온 영화를 안 봐서 진가를 몰랐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굉장히 슬프고 우울한 면이 있는가 하면

가만 생각해보면 웃기는 장면도 많아서 영화 내내 침울하다 웃다가 침울하다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정말 희한한 영화예요.....


저는 고경표가 해준에게 깔데기로 속삭이며 힐난하는 장면, 김신영이 떨어진 자라를 줏으면서 '성격 좆같으니까 주을 때 손가락 조심해라'라고

소리치는 장면, 해준이 석류 까다가 싸잘때기 없는 얘기해서 쫑코먹는 장면이 너무 웃겼습니다;;ㅋㅋㅋㅋ


근데 이정현씨는 유태오씨랑 왜 집을 나가는 거죠?

이런 질문이 아래에도 있었는데 저도 새롭게 궁금합니다.

저는 결국 이주임이랑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어요. 

아참 그리고 유태오 씨 두고 섹스리스인 사람은 또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랍니까! 세상엔 참 불가사의한 일도 많죠.


아무튼 헤어질 결심 꼭 보세요. 재밌습니다. 


그럼 이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33
124448 '에이리언 커버넌트' 보고 질문있습니다. [12] thoma 2023.10.09 360
124447 에피소드 #58 [4] Lunagazer 2023.10.09 66
124446 프레임드 #577 [4] Lunagazer 2023.10.09 81
124445 더쿠 커뮤니티 [5] catgotmy 2023.10.09 379
124444 하마구치 류스케 신작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티저 예고편 상수 2023.10.09 228
124443 30일 보고 [5] 라인하르트012 2023.10.09 309
124442 임수정 이동욱 주연 로맨스 영화 싱글 인 서울 티저 예고편 [2] 상수 2023.10.09 312
124441 [찍먹후기] 원피스, 스포일러 알림, 스트레인 시즌1, 더 프랙티스 시즌1 [9] 쏘맥 2023.10.09 213
124440 황후화 (2006) catgotmy 2023.10.09 123
124439 최고의 가성비 갑 식품은 [11] 가끔영화 2023.10.09 411
124438 잠안와서 쓰는 넷플릭스 '발레리나' 감상 [4] woxn3 2023.10.09 532
124437 [왓챠바낭] 똥이 똥인 줄 알면서 굳이 찍어 먹어 보는 사람도 있죠 - '곰돌이 푸: 피와 꿀' 잡담 [10] 로이배티 2023.10.09 392
124436 '오늘을 잡아라'를 읽고 [8] thoma 2023.10.08 204
124435 크리에이터 보고 왔습니다(스포있음) [3] Tuesday 2023.10.08 331
124434 젤리아드 [2] 돌도끼 2023.10.08 146
124433 프레임드 #576 [4] Lunagazer 2023.10.08 93
124432 찰리 파커 - Out of nowhere catgotmy 2023.10.08 91
124431 Terence Davies 1945-2023 R.I.P. [2] 조성용 2023.10.08 187
124430 [티빙바낭] 슬로바키아산 포크 호러, '나이트사이렌'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0.08 253
124429 넷플 티저 - Leave the world behind [2] theforce 2023.10.07 1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