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zy.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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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존 핀치, 베리 포스터, 안나 마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참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십 년, 수십 년 지나간 영화들 올려 주면 다시 보기 해 보실 것을 권해요. 화질도 괜찮고 새록새록 재발견의 기쁨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 솔직히 말해서 수 많은 존경과 감탄을 실은 평 때문에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순수하달까 진솔한 접근이 어렵다는 감정이 있습니다. 처음 이분의 영화를 만난 건 tv에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방영해 준 '새,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싸이코' 같은 작품이었고 그저 무섭거나 재미난 범죄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나이들고 트뤼포나 박찬욱 같은 감독들의 추앙에 음? 하고 놀란 것입니다. 그냥 소박하고 재미있는 장르 영화들 아니었나, 하고요. 그래서 '현기증' 같은 작품은 일부러 찾아서 두어 번 다시 본 거 같습니다. 영화를 거듭 많이 보고 공부하고 나아가 영화를 만들어 보고 그러면 아마도 히치콕 감독 영화 만듦새에 대한 개안이 오는 것인가 했습니다. 길게 얘기할 능력이 못 되니 줄이면 '저는 히치콕 감독이 왜 위대한 감독인지 잘 모른다.' 상태입니다.

상태가 이러한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걸 아주 조금만 써보겠습니다. 

한 편의 이야기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전-부 화면으로 옮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쇄 살인범으로 오인 받는 인물과 진범과 피해자가 된 여자들과 나중에 등장하는 수사관을 가지고 '런던에서 일어난 넥타이 살인 사건이 어떻게 전모가 드러났고 범인을 잡게 되었는지 얘기해 줄게. 단 말로 안 하고 영상으로 얘기해 줄게' 라고 하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한 조각의 불필요한 화면 없이 전달해 준다고나 할까요. 감독의 자의식이나 감상은 느껴지지 않았고 이야기의 전달에 최적화된 느낌이었습니다. 후반 살인 장면을 되풀이하는 대신 카메라가 계단과 거리로 빠지는 기법을 쓴다거나 아내의 프랑스 요리 집착으로 고통받는 수사관, 범인의 뒤틀린 의식을 클로즈업한 얼굴로 나타낸 장면같은 기교랄까 위트가 들어간 부분까지 포함해서 하나하나의 장면이 물흐르듯이 한 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느낌을 받았네요. 추악하고 해괴한 살인자가 런던 한 복판 농산물 시장에 또아리를 틀고 있으며 그 위를 분주한 일상이 덮고 있고 어느 방에선 여자가 죽어가고 있는데 창밖엔 사람들이 바삐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렇게 쉬워 보이고 물흐르듯 전달한다는 것. 그게 히치콕에 다들 감탄하는 지점인가 싶기도 하네요. 모든 것이 필요한 지점에 정확하게 위치하지 않으면 물흐르듯 느껴지지 않을 것이니까요. 

히치콕 감독만큼 영화만의 언어에 정통한 감독이 없는데 마치 영화가 이야기 전달의 방편인 것처럼 쓴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런 뜻은 아닌데 더 적절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나이브하고 짧은 감상 급히 옮겨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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