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무

2022.10.25 15:38

돌도끼 조회 수:381

1971년 서대균 감독이 내놓은 대만 영화입니다.

주홍무는 명나라 홍무황제, 즉 주원장을 말합니다. 주원장의 어린시절-대략 10대초반쯤-을 그린 이야기.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씬나는 가족모험환타지를 목표로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뭐 주원장의 어린시절이라 해봐야 그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개고생한것 밖에... 영화적인 스펙터클을 뽑아낼 건수가 없죠. 그래서 역사인물은 걍 무시하고 픽션을 만들었습니다. 주원장이 사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고 어려서부터 신통력을 부렸다는...


어린애 혼자 주인공 시키기는 좀 허전하다싶었던지 주원장의 유명한 책사였던 유백온을 공동주연으로 붙였습니다. 실제로 유백온이라는 사람이 신기가 있었다고 하던데 여기선 아예 신통술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도사로 만들었습니다.

스토리는...
원나라 황제가 무도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어여삐 여기신 옥황상제께서는 원나라를 해체하고 새로운 '밝은' 세상을 만들기로 마음먹습니다. 주세진이란 선비가 이 대원나라결전병기를 세상에 내놓을 역할을 떠안게 되었는데... 그만 천기가 누설되어 버렸네요.

주세진의 아들이 황제가될 팔자를 타고났다는 것을 알게된 진씨성을 가진 지방유지가 주세진을 죽이고 아들을 가로챌 흉계를 꾸민겁니다. 진씨에게 아들을 빼앗기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도망친 주세진은 우연히 만난 떠돌이 점쟁이 유백온의 도움으로 난을 피하게되고 재혼까지 해서 다시 아들을 봅니다.

이렇게 태어난 두번째 아이가 주원장이고, 첫번째 아이는 훗날 주원장 최대의 라이벌, 진우량이 되었다는... 주원장이 살아돌아온다면 이 영화 관계자들 10족을 멸하지 않았을까싶게 가족관계를 완전 날조했습니다ㅎㅎ

근데 이렇게 거창한 배경이야기를 깔아놓고는 그 뒷이야기가 별게 없습니다. 이 영화는 주원장의 어린시절 이야기이니 여기서 주원장과 진우량이 목숨걸고 싸울 일은 없고, 기껏해야 동네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부잣집 아이 진우량을 주원장이 신통력으로 혼내주는 장면이 한번 나올 뿐입니다. 서로 엮이지도 않고 스토리상 진우량이 굳이 나와야할 필요성이 1도 없습니다. 뭐 속편을 줄줄이 뽑을 생각으로 떡밥을 깔아본 건지 모르겠지만...

옥황상제의 역할도 주세진에게 이런 저런 도움을 줘서 아이가 태어나게 만드는데서 끝나고 주원장이 태어난 다음에는 싹 손 털어버립니다. 그 뒤로 중반부는 그냥 주원장의 어린/젊은 시절에 알려진 고사 몇개를 허름하게 각색해서 늘어놓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작부분은 거창하고 흥미로웠는데 정작 주인공이 태어난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참 재미없어집니다. 재미없는 주원장 이야기 대신 영화에서 볼만한 건수들은 주로 도사 유백온이 만들고 있는데, 둘은 각자 따로 놀다 영화 끝날 때쯤 되어서야 만납니다.

처음부터 스토리보다는 볼거리-특수촬영으로 만들어낸 신통력과 도술을 메인 어트랙션 삼아 만들어진 영화라 해야겠죠. 그 특수효과 장면들은 순수 대만 자체 기술은 아니고, 츠부라야 에이지 밑에서 울트라맨 등의 제작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일본에서 출장나와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크레딧에도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효과의 질이 고르지는 않은데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라할 부분은 역시 츠부라야 프로의 장기인 거대괴수의 격투장면들입니다.

중반쯤 원나라 황제의 꿈속에서 황룡과 청룡이 혈투를 벌이고, 영화 끝날때 쯤에 갑툭튀한 원나라 법사가 유백온과 대치하면서 각각 거대괴수를 소환해 싸움을 붙입니다. 6.70년대 괴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호할만한 장면들입니다.
이 괴수격투장면들이 대만 영화쟁이들이 보기에도 썩 괜찮았다 싶었던지 그 뒤로 여러편의 영화에서 재활용되었습니다. 속편이라는 '유백온전'에도 나왔다는 것 같고요. 80년대 영화에서도 가져다쓴게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가장 대표적으로, '용왕삼태자'(중국판 및 한국판)에서 여기 나오는 괴수격투장면들을 고대로 복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무척이나 혼돈된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오래전 대만 영화는 현재 정보를 찾기가 무지 힘든데다, 거기 더해서, 똑같은 장면이 여러 영화에서 막 나오다보니 섞여버렸어요. '유백온전'이라고 해서 클릭해봤더니 적혀있는 스토리는 '주홍무'였고 거기 '한국판 용왕삼태자'의 포스터가 떡하니 박혀있다거나...




한국에는 71년 추석특선푸로로 개봉했다고 합니다. 극장에서는 나름 흥했다는 모양인데, 그 뒤로 TV나 비디오로 재소비되지 않았다보니 사람들 기억속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용왕삼태자' 때문에 재소환되어 소수의 아는 사람이 생긴 정도인것 같네요.
'디워'에서 용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어릴때 봤던 황룡청룡의 싸움이 생각나 감개가 무량했다는 분들도 있던데... 그분들이 기억하는 영화가 '주홍무'가 아니라 '용왕삼태자'였다는....






용왕삼태자 관련...

http://www.djuna.kr/xe/board/1416281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8
12462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3.11.01 468
124625 [왓챠바낭] 제목 한 번 난감한 '더 다크: 그날 이후 난 사람을 먹는다'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11.01 353
124624 이것저것 본 잡담 (그어살, PLUTO 등) [13] DAIN 2023.11.01 410
124623 만달로리안을 뒤늦게 보는데(대충 아무 소리입니다) [4] 해삼너구리 2023.10.31 308
124622 플옵 2차전 껐습니다 daviddain 2023.10.31 165
124621 에피소드 #61 [2] Lunagazer 2023.10.31 73
124620 요즘 드라마 출연 배우들의 ost(이두나, 무인도의 디바) [3] 왜냐하면 2023.10.31 287
124619 프레임드 #599 [2] Lunagazer 2023.10.31 71
124618 준PO 3연패 탈락' SSG, 김원형 감독과 계약 해지…"변화와 혁신 필요" [공식발표] daviddain 2023.10.31 138
124617 한동수 “윤석열, 검찰총장 때 ‘육사 갔으면 쿠데타’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왜냐하면 2023.10.31 237
124616 법정 드라마를 보며 잡생각입니다. [4] thoma 2023.10.31 277
124615 [넷플릭스바낭]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아들 크로넨버그, '인피니티 풀'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0.30 483
124614 챗 GPT 음성대화 catgotmy 2023.10.30 175
124613 망가진 신세계의 후계자 [4] 상수 2023.10.30 578
124612 Nc 무섭네요 [6] daviddain 2023.10.30 281
124611 프레임드 #598 [2] Lunagazer 2023.10.30 79
124610 용호의 결투 [6] 돌도끼 2023.10.30 189
124609 바낭 - 나는 당신의 신뢰를 깨는 중입니다, 추앙하거나 싫어하거나 [1] 상수 2023.10.30 304
124608 넷플-범죄 스릴러, '탈피'를 봤습니다. [5] theforce 2023.10.30 344
124607 [핵바낭] 20년 전엔... [29] 로이배티 2023.10.30 690
XE Login